속 좁은 아빠 푸른숲 어린이 문학 23
김남중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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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는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버릇을 고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녀에게 감정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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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친구 찾기 사계절 아동문고 79
최유정 지음, 홍정선 그림 / 사계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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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독서회에서 최유정 작가 초청강연을 하기 전에 읽으려고 구입했는데, 결국 강연이 끝나고서야 읽게 되었다.  

자녀가 어떤 친구와 어울리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건 부모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보통의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잘 하거나 범생이로 분류되는 아이와 어울리면 좋아하고, 문제아로 거론되는 아이와 어울리면 싫어한다. 예부터 유유상종이라고, 어울리는 친구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했다. 초등6학년 딸과 고딩 아들을 둔 작가도 보통의 엄마들과 다르지 않아, 그런 속내를 자녀들 앞에서 드러냈다가 얼굴이 빨개졌다고 고백한다. 아이를 문제아나 모범생으로 편 가르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어른이 필요한 시대지만, 독자들이 공감하고 감동하게 작가의 의도를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는 센스도 필요하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6학년 과학영재 우혁이와 같은 반 친구들을 지켜보는 은호의 시선과 진술로 끌어가는 동화다. 성적은 안 좋아도 활달한 기찬이는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는 우혁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축구 신동 빈이를 좋아하고 이해하는 세은이, 그런 세은이에게 호감을 가진 은호가 질투심을 느낀다. 다섯 아이를 중심으로 축구와 우정, 의리와 가정환경, 풋풋한 첫사랑의 설레임도 묘사된다. 6학년 3반에서 벌어지는 도난사고는 범인을 알 수 없어 결국 학교 차원의 문제로 커진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둘씩 상담실로 부르고, 아이들은 누가 의심스러운지 적어내라는 어이없는 주문을 받는다. 도난사고의 범인은 아이들에 의해 밝혀지는데 범인을 알게 된 아이들의 대처방식이 너무 어른스러워, 요즘 애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애늙은이 같은 동화 속 아이들에 비해, 우혁이 엄마의 처사는 나를 비롯한 요즘 엄마들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우혁이 엄마가 우혁이더라 바보 멍청이 같은 자식이라고 했어.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전교 일등을 빼앗겼다면서 창피하다고. 그러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우는 우혁이더러 집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나가 죽으라고 그러지 뭐야."(160쪽)  

엄마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엄마는 단지 일등 못했다는 이유로 자식을 내쫗으면 안 되는 거라고, 늘 자식 옆에 있어 줘야 하고, 늘 자식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162쪽)

솔직히 입으로 뱉어내진 않았을지라도, 아이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 이런 생각 안 해본 엄마가 얼마나 될까? 작가도 자녀한테 "성적 형편없이 떨어지면 넌 죽는다!"라고 터프하게 말한다지만, 물론 그만큼 열심을 내라는 뜻이라는 건 아이도 알고 우리도 안다.^^ 


공부만 잘하면 인성은 신경쓰지 않는 부모와 일등만 요구하는 성적위주의 교육정책은 아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도시의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풍경은 좀체 보기 어렵다. 축구를 즐기는 명수와 빈이 등 은호반 아이들처럼 축구로 우정을 쌓으며 멋진 추억을 나누는 학창시절을 줄 수는 없는지...   


일등만 요구하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버림받을거라는 두려움에 도둑질을 하게 되는 건 동화 속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는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병이 깊다는 반증이다. 도벽을 가진 아이가 밝혀지고 학교를 뛰쳐 나가지만, 소아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따뜻한 결말은 마음이 놓였다. 예상을 비켜가지 않은 진행에 신선함이나 놀라운 반전을 기대한 독자를 충족시키기엔 살짝 아쉽지만, 숨은 친구의 가치를 찾아내 우정을 지속하는 아이들은 제목처럼 멋지다. 

 

*광주에 사는 작가라서 아이들 학교독서회를 하실까? 25쪽에 '어머니독서회'가 나와서 반가웠어요.  

*80쪽에 '주사 아저씨'가 나오는데, 나 어릴 땐 '주사 아저씨'라 불렀지만 요즘은 기능직도 '선생님'으로 호칭한지 오래다. 우리 큰딸이 졸업하던 2001년에도 아이들 앨범에 행정실 기능직도 '선생님'이라 써 있다. 아이들이야 기능직 아저씨를 직접 만날 일도 별로 없어 신경쓰지 않고 지내지만.   

*90쪽에 '4교시가 끝났다'라고 했는데, 당번인 기찬이가 은호와 같이 급식실로 우유를 받으러 갔다(93쪽)는 말은 좀 이상하다. 우유 저온저장고가 따로 설치되어 있어 급식실로 유유를 받으러 가지 않고 2교시 끝나고 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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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6-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님의 예리한 지적 작가님도 아실까요?
전교 일등을 빼앗겼다고 나가 죽으라고 했다니 음...그런 아이들이 큰일나는거죠.
요즘 전 맘을 비우고, 무조건 잘했다고 합니다. 끙~~~

순오기 2011-06-30 22:53   좋아요 0 | URL
예리한 지적은 애정이라는 걸 아실까...^^
자식 공부에 올인하는 부모는 맘을 비우기 쉽지 않죠~~~ ㅠㅠ

2011-06-29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6-30 22:55   좋아요 0 | URL
정말 우혁이 엄마처럼 말하는 부모가 그 동네에도 있군요.ㅜㅜ
그러는 그 엄마는 학교 다닐때 얼마나 공부를 잘 했는지, 자식들이 확인해봐야 해요.
공부를 잘하는 애들은 조금 떨어지면 그걸 못 견뎌하고...

마녀고양이 2011-06-2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어제 명품 좋아하고 다이어트 약 지어먹고 좋은 유치원이나 학원 보내는 여인 둘 앞에서
살짝 주눅이 들었다는거 아니겠어요? 음, 마음은 ㅉㅉㅉ 이러는데, 말은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 기분이 추욱~~~~~~~ ㅠㅠ

순오기 2011-06-30 22:56   좋아요 0 | URL
명품이 뭔지도 모르는 나는 차라리 속이 편하죠.ㅋㅋ
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니까~~~~ 주눅 들거 없어요.^^

2011-07-03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6. 27(월) 최유정 작가 초청강연회

예정대로 6월 27일, 최유정 작가 강연회가 열렸다.
알라딘과 푸른책들에서 준비한 저자의 책과 엽서와 리플릿 등을 진열하고, 주민센터에서 준비한 드링크와 생수도 순서지와 같이 자리에 올려 두었다. 사전에 몇 차례의 메일과 전화로 점검했음에도 완벽하게 준비돼 있지 않아 뚜껑이 열릴뻔 했지만, 좀 늦게라도 갖춰졌는데 섬세한 부분까지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다.  

알라딘에 소개된 최유정 작가:  1967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학교에서 임산가공학을 공부했다. 2007년 중편동화 「친구」로 제5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듬해 장편동화 『나는 진짜 나일까』로 제6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잇따라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위탁가정에 맡겨진 열여섯 살 연수가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고, 진정한 자아 정체성을 정립하게 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지은 책으로 『나는 진짜 나일까』, 『숨은 친구 찾기』, 『아버지, 나의 아버지』 등이 있다.

 

 

 

 

 

 

어머니독서회 행사지만 '주민교양강좌'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민의례를 비롯한 동장님 인사말씀과 지역위원의 축사까지 짧은 1부 순서가 있었다. 우리 회원이 10명 참석했고, 이웃 초.중.고 독서회와 구립도서관 식구들이 18명으로 관계자까지 합치면 모두 34명이 참여했지만, 회의실 풍경을 한 장에 담을 수 없어 나누어 찍었다. 

 
 

작가의 강연으로 이어진 2부 순서~ 
미모가 삐어난 사람은 어디를 가도 눈에 띄고 호감을 줄 수 있다. 최유정 작가도 빠지지 않는 미모에 솔직하고 터프한 언어구사로 참석자들을 웃게 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위탁가정의 연수가 친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것으로, 실제  생후 11개월에 입양해 현재 초등 6학년이 된 딸을 키우며 겪은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배 아파서 낳은 고등학생 아들이나 가슴으로 낳은 딸을 키우며 엄마로서 겪는 감정은 똑같은데, 성장기 청소년의 공통적인 특성을 보면서도 주위 사람들은 입양아이기 때문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 상처받을 때도 많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을 미워하고 다음에 만나기 싫어질까봐,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거친 말을 쏟아내며 속을 풀기도 한다고...    

딸이 여섯 살이 되었을 때 입양사실을 알렸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생모와 생부가 어떤 분들이었을까 궁금해한다고 한다. 어렸을 땐 아빠의 갤로퍼보다 더 좋은 차를 갖고 있을거라고 말했고, 생부 생모의 유전자 덕분에 예쁘고 늘씬하며 머릿결도 찰랑찰랑하고 뛰어난 유연성 덕분에 발레를 배운단다. 생모가 2~3개월까지 젖을 먹였으며 충분히 사랑했지만, 키울 수 없는 형편이라 입양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주었다고. 아이가 생부와 생모를 찾고 싶을 때, 그들의 사정에 의해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시켰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입양아라는 걸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 성장해서 어느 날 갑자기 아는 것보다 충격은 크지 않을거라는 게 위로가 된다고... 

우리 사회는 아직도 편견과 차별이 많아서,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토로했다.

 

   

 

참석자들의 진지한 질문과 작가의 정성스런 답변은 저녁에 추가할게요~~~ 

   

 

 

 

작가 강연과 질의 응답이 끝나고, 가정위탁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의 오래은 씨를 모셨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일정액의 양육보조금을 지원하지만, 봉사로 하는 것이지 돈벌이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위탁가정에 관심이 있거나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면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02- 796-1406.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062-351-1206~7  연락해보세요.^^  

<아버지, 나의 아버지>에는 위탁가정 연수는 법정대리인이 따로 있는 동거인이라 해외여행도 같이 갈 수 없고, 자기 이름으로 예금통장도 만들 수 없다고 나오는데, 지금은 구청에서 위탁가정 확인서를 떼면 여권도 만들수 있고 본인 명의 통장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기념촬영~ 아이가 보채거나 바빠서 먼저 간 분들이 있어 인증샷은 23명 뿐.

   

사인받는 시간~
어머니독서회와 중학교 도서회는 최유정 작품을 토론도서로 다뤘기에 소장한 책에 사인을 받았고,
강연회에 온 분들을 위해 작가님 책 14권을 준비했는데 다들 하나씩 구입해 사인을 받아 남은 책은 없었다. 



일찍 간다고 먼저 사인받은 경*, 수고를 많이 하는 총무 경*, 내 페이퍼에 가끔 등장하는 와이드보이 엄마 승*
중학교 독서회 엄마들, 그리고 작가강연이나 특별행사에 꼭 와주는 명*, 마지막으로 사인받은 순오기까지...
   
     

고운 미모와 달리 터프한 성격이 드러나는 시원시원한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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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6-2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인이 아주 근사하네요

순오기 2011-06-29 00:59   좋아요 0 | URL
필체가 힘이 있죠~ ^^

마노아 2011-06-2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봤어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가 떠오르네요.^^
작가님 미모뿐 아니라 패션도 훌륭하고 글씨까지도! 팔방미인이세요~

순오기 2011-06-29 00:58   좋아요 0 | URL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도 입양아 이야기... 얼른 읽어야 되는데 순위가 자꾸 밀려요.^^
작가님 한 미모하시니 패션은 당근 감각 있겠죠~ 그런데 참 터프했어요.ㅋㅋ

2011-06-28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6-29 00:56   좋아요 0 | URL
님 서재에 댓글 남겼어요.^^
 
고전 탐닉 - 삶의 질문에 답하는 동서양 명저 56 고전 탐닉 1
허연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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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공주였다. 
물론 내가 지칭한 공주가 '그네공주'와 같은 레벨의 公主는 아니다. 나와 지인들이 즐겨쓰던 工主는 공부하는 主婦의 줄임말이다.^^ 나는 공주시절 무모하게 올 A+를 꿈꾸거나 장학금에 욕심내지는 않았다. 그저 공부하지 않았다면 알아듣지 못했을 학자들의 이론이나 전문용어를 대충은 알아 들어서 좋았고,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으로 자족했다. 연초에 큰딸이 인터넷 사주인가 토정비결인가를 봐 주면서 
"엄마는 아는 건 많은데, 깊이는 없대!"
라는 말을 했을 때도
"맞아, 엄만 조금 깊이 들어가면 못 알아듣거든. 그것 참 용하게 잘 맞춘다!"
순순히 자백하면서도 즐거웠다. 소크라테스처럼 거창한 명제는 아니어도 '나의 한계를 아는 것' 그것 또한 내 지적탐구의 결과라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깊이 없는 내 지식 창고가 채워지는 거 같아 좋았고, 지적욕구가 충만했던 젊은날의 초상도 떠올랐다. 내게 인간탐구의 고전문학에 열광했던 추억을 불러와 잠시 즐거운 상상에도 빠졌다. 10여년 전부터 참여한 독서회에서는 해마다 한두 차례 고전 읽기로 학창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토론하는데,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 시절의 느낌과 많이 달라서 놀라거나 실망한 적도 있었다. 고전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시간적 거리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진실,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역시 고전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는 체험이었다.  

"고전은 인생의 단계에 따라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유년 시절에 읽은 글을 청년 시절에 읽으면 생각과 느낌이 다르고, 다시 그 장년이나 노년의 나이가 되어 읽더라도 생각과 느낌이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고전이다. 이 때문에 고전은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2, 머리말 / 이종목/휴머니스트) 

  
20여년간 4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는 저자 허연은 '독서는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세속적 초월'이라는 미국의 문학비평가 헤럴드 블룸 말을  좋아한댄다. 이 책은 세계적인 고전문학 23편을 비롯한 인문학과 사회 과학 등 총 56편의 동서양 고전을 4쪽으로 명쾌하게 요약했다. 저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백으로 자신이 만난 고전을 얘기하는데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주제에 딱 맞는 핵심문장과 작가의 개인사와 시대적 배경 등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 친절하게 진술했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편 한편의 고전 이야기에 아주 짜릿한 기쁨을 맛본다. 햐~ 어쩜 이리도 명쾌하게 정리했는지, 역시 독서의 내공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내가 쓰는 리뷰가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참담한 기분에 급좌절의 부작용도 생기지만 '고전탐닉'을 읽는 시간은 행복하고 뿌듯했다.  


톨스토이가 최고의 책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대한 저자의 글은, 2002년 8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다시 읽고 남겼던 내 독서노트를 찾아보게 했다. 나는 한줄 평을 "결코 인간답지 않은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통해 인간의 온갖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친부살해 사건 이후 인간의 도덕성 회복은 결국 신의 사랑과 용서로 가능하다는 구원의 희망을 열어놓는다"고 써 놓았는데, 저자는 "내 일평생에 대해 스스로를 응징하노라. 내 일생을 벌하노라." (39쪽)는 밑줄긋기와 4쪽으로 내용을 정리한 후에, 다시 간추린 책소개에 이렇게 써 놓았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가 죽기 몇 달 전에 완성한 그의 최고의 소설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커다란 화두는 바로 신과 신념에 대한 것이다. 이 소설은, 단지 고통과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구원을 얻을 수 있으며, 삶은 지성이 아닌 감정과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도스토옙스키의 근본적 신념을 집대성한 걸작이다.(41쪽) 

 


이렇게 저자의 목소리로 듣는 핵심정리는 고전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고전 다시 읽기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나게 만든다. 게다가 감히 접근하지 못했던 국부론, 국가론, 군주론, 자본론, 정의론, 사회계약론, 방법서설, 종의 기원 등 사상과 철학, 과학서들도 읽은 척하거나 이해한 척 할 수 있게 쉽게 풀어썼다. 특히 자녀들이 엄마가 안 읽은 고전이나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말하기 곤란한 걸 물어올 때,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살짝 컨닝해 들려주면 엄마를 다시 보지 않을까?ㅋㅋㅋ   


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빵가게재습격'님의 서재 이미지가 한나 아렌트라는 걸, 한나 아렌트라는 여성이 어떤 일을 했고 무슨 저서를 남겼는지 절대 몰랐을 텐데,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알게 됐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빵가게재습격님 서재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주셔서 주소도 올립니다.^ ^ http://blog.aladin.co.kr/bkinterface3 )

인간다운 방식으로 정치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는 일이 불가능해 보일 때 전체주의는 강한 유혹의 형태로 다시 나타날 것이다.(한나 아렌트'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저자 인용, 193쪽)

 
고전은 구원이자 초월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말에 동조하기 위해서도 고전 다시 읽기에 합류해야 겠다. 이방인, 데미안, 위대한 개츠비, 변신, 동물농장,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적과 흑, 오만과 편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햄릿, 노인과 바다, 설국, 전쟁과 평화 등등 다시 읽고 싶은 문학작품이 줄줄이 들어 있다. 엄마들은 결혼 전과 결혼 후에 읽은 작품 감상이 완전히 달라서 문학 작품에 대한 첫사랑 이미지를 깨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선택해야 될 거 같다. 올 가을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로 '적과 흑'을 선택하고, 결혼 10 ~ 20년 이상의 주부들이니 쥘리앙 쏘렐과 레날 부인에 대한 이해도 젊은날과는 다르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지난 주 이 책을 읽는 중에 참석했던, 중.고 독서회와 지역도서관 모임에서 아주 멋진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고 알려줬더니, 엄마들은 수첩에 꾹꾹 눌러 적었다. 중.고등 자녀에게 엄마의 독서수준을 뽐내도 좋겠지만, 자녀와 같이 이 책을 읽고 고전읽기에 도전해보면 좋을 거 같다. 요즘 중.고딩들은 우리때처럼 고전읽기에 올인하지 않는 거 같다. 우리때는 책값도 싼 세로쓰기 삼중당 문고판으로 고전을 읽는게 대세였는데...  ^^

입시교육에 찌들어 독서할 시간도 제대로 없는 불쌍한 요즘 아이들에게,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한 고전 다이제스트로 읽히는 것도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 이 책에서 우리 고전은 유일하게 '열하일기'만 넣은 것은 좀 유감이다. 딱 한 편이 뭐야, 적어도 서너 편은 넣었어야지. 흠~ 동서양 고전을 아는 것만큼 우리 고전도 비중을 두었으면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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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6-2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탐닉> 저도 찜해야겠어요. 순오기님 리뷰는 지름신을 부르신다니까요.ㅎㅎ

순오기 2011-06-28 06:53   좋아요 0 | URL
아~ 이건 소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컨닝하면 좋을 듯해요.ㅋㅋ

마녀고양이 2011-06-2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은 인생의 단계에 따라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라는
문구에서 완전 공감해요, 오기 언니. 이 책 무지하게 당기는걸요. 꿈섬님 말대로 지름신이세요.. ^^

오기 언니, 공주님이셨군요? 아하하.
여러 면에서 정말 멋지세요. 노력하시는 모습도 그렇고, 순순히 자백(?)하시는 모습도 그렇고.
저는 아직 그런게 잘 안 되요... 머, 제가 한참 어리니 언젠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맘편히 갈래요.

좋은 한주되시구요, 비 많이 오네요. 우산 챙기셔요.

순오기 2011-06-28 06:57   좋아요 0 | URL
고전은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도 좋더라고요.
마고님은 현재도 공주니까, 나같은 자백은 안해도 될거에요~~~ㅋㅋㅋ

blanca 2011-06-2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에서 순오기님 모습을 자꾸 상상하게 되어 더 좋아요. 저도 순오기님 덕택에 <태백산맥>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게 되었지요.

순오기 2011-06-28 06:59   좋아요 0 | URL
제 모습이 보이나요?ㅋㅋ
태백산맥은 세 번 도전에 3권까지만 읽고 다 읽지 못했음을 고백해요.ㅜ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최고의 책으로 꼽을만하죠.

자하(紫霞) 2011-06-30 21:2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태백산맥은 완독이 안되더라구요. 좋은책 저도 담아갑니다^^*

마노아 2011-06-2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공주로 살고 계신 순오기님이에요. 자녀들이 분명 많은 것을 배우고 자랑스러워할 테지요.^^

순오기 2011-06-28 06:59   좋아요 0 | URL
하하~ 여전히 공주로 살고 있나요? 이젠 왕비를 해도 되는데 말이죠.ㅋㅋ

프레이야 2011-06-28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여러번 손이 가다 말았는데 찜해야겠어요.
역시 마음산책이네요.^^ 공주언니^^

순오기 2011-06-28 07:00   좋아요 0 | URL
고전의 참고도서로 삼아도 좋을 거 같아요.
역시 마음산책~~~ 이런 댓글을 편집자가 보면 좋아하겠죠.^^

oren 2011-06-28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연 기자께서 멋진 책을 쓰셨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토요일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두 종류의 일간지 가운데 제일 먼저 펼쳐 읽는 코너가 '허연의 명저산책'일 정도로 저자의 글을 좋아한답니다. 이 분이 신문을 통해 소개해 주는 '명저' 속에 나오는 멋진 구절들을 읽어 보면서, 가끔씩 그 내용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해 두는 버릇도 있답니다.

그리고 저도 가급적 묵직한 고전들을 읽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는 편인데, 제 아이들(고2,고1)은 그런 저를 보고 특이한 오해를 하더라구요. '괜히 유식한 척 하기 위해' 혹은 '뭔가 뽀대나게 보일려고' '교과서에서나 등장하는 어려운 책들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 같다고요. 그래서 제가 '고전을 읽는 이유' 혹은 '고전의 가치와 깊이' 등에 대해 아이들한테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줘도 제 아이들은 아직까지 별로 공감하는 것 같지 않더군요.

아무튼 허연 기자의 책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순오기님의 고전읽기에 대한 남다른 경험담도 흥미만점입니다.

순오기 2011-06-28 07:03   좋아요 0 | URL
예~ 이 책이 바로 '허연의 명저산책'을 출간한 거랍니다.
자녀들이 고2 고1이군요~ 때론 유식한 척, 뽀대나게 보이는 것도 필요하죠.ㅋㅋ
우린 고3. 고1이고 큰딸은 대학교 4학년이지요.^^

페크pek0501 2011-06-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전탐닉 이란 책을 소개 받았으니(잘 읽었어요) 책 하나 소개해 드리죠.
가람기획에서 나온 <동서고전 200선>이란 책입니다. 총 4권으로 되어 있고 한 권에 50권씩 소개되어
총 200권의 책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 책입니다.
제가 고3학생들 논술을 가르칠 때 참고도서로 사용했는데, 꽤 괜찮습니다.
이걸 먼저 보고 하나씩 사서 읽고 있지요. 웬만한 유명 고전-문학, 철학 등-은 다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답니다. 네 권을 모두 구비하고 있으면 뿌듯해요.
어떤 때 유용한가? - 만약 신문을 읽다가 토크빌의 '미국 민주주의'란 책에 대해 나오면 이 책을 찾아봅니다.

순오기 2011-06-28 20:56   좋아요 0 | URL
오~ 추천해주신 책 살펴볼게요. 고맙습니다~~~~~ ^^
 
2011년, 어머니독서회 작가 초청 계획

어머니독서회는 올해 구청에서 1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 받아 작가초청강연회를 하게 되었다.
주민센터에서는 '주민교양강좌' 프로그램으로 우리가 주관하는 행사에, 현수막과 리플릿 제작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사람을 동원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모두가 바쁜 세상이라, 뜻이 있어도 우선순위를 두고 참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행사를 진행하려면 적어도 두세 달 전부터 메일이나 전화와 문자가 수없이 오고가야 된다.

우리 회원 중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10여명, 회원들이 한 명씩만 동행해도 기본 20명은 되는데...
실제로 회원들이 동원한 수보다 내 인맥으로 동원한 수가 항상 더 많았었다. 
이번에는 30명쯤 예상한다고 말했는데도, 주민센터 담당자가 리플릿에 참석인원을 50명으로 잡아 놓았다.
나는 예상과 실제가 많이 다른 걸 엄청 싫어하는 성격이다.
예산지원을 받는 관공서 일은 사실 참석인원도 중요하니, 어떻게든 50명 근접하게 노력은 해봐야지.^^ 

현수막은 제대로 제작이 됐는지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내고, 내일 오기로 약속한 모든 분들께 확인 문자도 날려야겠다.
회원들은 대부분 책을 갖고 있으니 내일 사인 받으면 되지만,
책이 없는 분들을 위해 알라딘과 출판사에 주문해 최유정 작가의 책을 준비해뒀다.
출판사에서 카드와 리플릿도 많이 지원해줘서 참석자 모두에게 기념품으로 줄 수 있어 좋다. 

 


<숨은 친구 찾기>를 이번에 구입했는데, 어제 아버님 생신을 쇠고 심야에 보다가 그만 깜박 잠들어 버렸다. 오늘 부지런히 읽어야지.... 

  

  

 
최유정 작가는 광주대에서 진행한 이금이, 유은실 작가 강연에서 만났고, 뒤풀이 현장까지 함께 해서 친밀한 느낌이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위탁가정 이야기인데, 실제 딸을 입양해 키우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 들었을 듯. 개인적으로 입양은 엄두를 못 내지만 위탁가정엔 관심이 많다.
황선미의 <넌, 누구냐>도 위탁가정 이야기다.   
내일은 광주지역 위탁가정협회 담당자까지 초청해 사업설명을 듣기로 했다. 
강연회에 참석하는 분 중에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분도 있고, 
나처럼 위탁가정에 관심 있는 분도 있어 도움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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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유정 작가 초청 강연 및 가정위탁 설명회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6-29 01:02 
    예정대로 6월 27일, 최유정 작가 강연회가 열렸다.알라딘과 푸른책들에서 준비한 저자의 책과 엽서와 리플릿 등을 진열하고, 주민센터에서 준비한 드링크와 생수도 순서지와 같이 자리에 올려 두었다. 사전에 몇 차례의 메일과 전화로 점검했음에도완벽하게 준비돼 있지 않아 뚜껑이 열릴뻔 했지만, 좀 늦게라도 갖춰졌는데 섬세한 부분까지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다.알라딘에 소개된 최유정 작가:1967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학교에서 임산가공학을 공부했다. 200
 
 
세실 2011-06-2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명은 아쉬워요....몰라서 안오는 분들이 많을텐데 음 주민센터에 미리 홍보물 비치해서 지역주민에게 나눠주고, 인근 학교 학부모회에 홍보하면 어떨까요? 최소한 50명은 되어야 강사도 좋을듯해요. ㅎㅎ

순오기 2011-06-26 13:57   좋아요 0 | URL
2007년부터 행사를 주관했지만 주민센터에서 홍보해서 오는 경우는 없었어요.
인근 초.중 독서회원들도 친분있는 분들께 직접 연락해 참여하면 50명은 근접하지 않을까 생각하지요.^^
지금은 집에만 있는 분들이 거의 없어서 특별한 관심이나 우선순위에 두지 않으면 어려워요.ㅜㅜ

수퍼남매맘 2011-06-2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에 작가님 초청해서 말씀 듣고 싶은데 그게 생각으로만 있고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윗분의 마인드도 중요한 것 같구요.... 하여튼 뭐든지 열심히 하시는 순오기님의 모습 정말 귀감이 됩니다. 무슨 돈으로 작가를 초청하나 궁금했는데 구청지원비가 나오는 거였군요. 많은 인원이 오시면 좋겠네요. 후기도 올리실 거죠?

순오기 2011-06-27 00:01   좋아요 0 | URL
구청에 등록된 평생학습동아리는 해마다 사업계획서를 접수하면 검토해서 차등 지원하는데, 올해는 100만원을 받았어요. 그래서 작가초청과 문학기행 등 큰 돈 들어가는 일도 할 수 있어요. 지출에 제약이 있긴 하지만 목적에 맞으면 큰 무리없이 할 수 있어 좋아요.
광주는 10년 전부터 초.중.고 학부모독서회 활동이 활발해서 개별학교나 지역구 단위로 작가초청이나 문학기행은 기본으로 할 수 있어요. 예전 교육감님이 국문과 출신이라 독서운동이 잘 되었고 이젠 기반이 튼튼해서 알아서들 잘하고 있지요.^^

꿈꾸는섬 2011-06-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유정작가 초청강연이 오늘이군요. 좋은 시간 되시겠어요. 성공적으로 마치시길......

순오기 2011-06-28 09:15   좋아요 0 | URL
예~ 꿈섬님 응원 덕분에 잘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