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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친구 찾기 ㅣ 사계절 아동문고 79
최유정 지음, 홍정선 그림 / 사계절 / 2010년 7월
평점 :
어머니독서회에서 최유정 작가 초청강연을 하기 전에 읽으려고 구입했는데, 결국 강연이 끝나고서야 읽게 되었다.
자녀가 어떤 친구와 어울리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건 부모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보통의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잘 하거나 범생이로 분류되는 아이와 어울리면 좋아하고, 문제아로 거론되는 아이와 어울리면 싫어한다. 예부터 유유상종이라고, 어울리는 친구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했다. 초등6학년 딸과 고딩 아들을 둔 작가도 보통의 엄마들과 다르지 않아, 그런 속내를 자녀들 앞에서 드러냈다가 얼굴이 빨개졌다고 고백한다. 아이를 문제아나 모범생으로 편 가르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어른이 필요한 시대지만, 독자들이 공감하고 감동하게 작가의 의도를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는 센스도 필요하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6학년 과학영재 우혁이와 같은 반 친구들을 지켜보는 은호의 시선과 진술로 끌어가는 동화다. 성적은 안 좋아도 활달한 기찬이는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는 우혁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축구 신동 빈이를 좋아하고 이해하는 세은이, 그런 세은이에게 호감을 가진 은호가 질투심을 느낀다. 다섯 아이를 중심으로 축구와 우정, 의리와 가정환경, 풋풋한 첫사랑의 설레임도 묘사된다. 6학년 3반에서 벌어지는 도난사고는 범인을 알 수 없어 결국 학교 차원의 문제로 커진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둘씩 상담실로 부르고, 아이들은 누가 의심스러운지 적어내라는 어이없는 주문을 받는다. 도난사고의 범인은 아이들에 의해 밝혀지는데 범인을 알게 된 아이들의 대처방식이 너무 어른스러워, 요즘 애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애늙은이 같은 동화 속 아이들에 비해, 우혁이 엄마의 처사는 나를 비롯한 요즘 엄마들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우혁이 엄마가 우혁이더라 바보 멍청이 같은 자식이라고 했어.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전교 일등을 빼앗겼다면서 창피하다고. 그러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우는 우혁이더러 집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나가 죽으라고 그러지 뭐야."(160쪽)
엄마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엄마는 단지 일등 못했다는 이유로 자식을 내쫗으면 안 되는 거라고, 늘 자식 옆에 있어 줘야 하고, 늘 자식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162쪽)
솔직히 입으로 뱉어내진 않았을지라도, 아이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 이런 생각 안 해본 엄마가 얼마나 될까? 작가도 자녀한테 "성적 형편없이 떨어지면 넌 죽는다!"라고 터프하게 말한다지만, 물론 그만큼 열심을 내라는 뜻이라는 건 아이도 알고 우리도 안다.^^
공부만 잘하면 인성은 신경쓰지 않는 부모와 일등만 요구하는 성적위주의 교육정책은 아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도시의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풍경은 좀체 보기 어렵다. 축구를 즐기는 명수와 빈이 등 은호반 아이들처럼 축구로 우정을 쌓으며 멋진 추억을 나누는 학창시절을 줄 수는 없는지...
일등만 요구하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버림받을거라는 두려움에 도둑질을 하게 되는 건 동화 속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는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병이 깊다는 반증이다. 도벽을 가진 아이가 밝혀지고 학교를 뛰쳐 나가지만, 소아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따뜻한 결말은 마음이 놓였다. 예상을 비켜가지 않은 진행에 신선함이나 놀라운 반전을 기대한 독자를 충족시키기엔 살짝 아쉽지만, 숨은 친구의 가치를 찾아내 우정을 지속하는 아이들은 제목처럼 멋지다.
*광주에 사는 작가라서 아이들 학교독서회를 하실까? 25쪽에 '어머니독서회'가 나와서 반가웠어요.
*80쪽에 '주사 아저씨'가 나오는데, 나 어릴 땐 '주사 아저씨'라 불렀지만 요즘은 기능직도 '선생님'으로 호칭한지 오래다. 우리 큰딸이 졸업하던 2001년에도 아이들 앨범에 행정실 기능직도 '선생님'이라 써 있다. 아이들이야 기능직 아저씨를 직접 만날 일도 별로 없어 신경쓰지 않고 지내지만.
*90쪽에 '4교시가 끝났다'라고 했는데, 당번인 기찬이가 은호와 같이 급식실로 우유를 받으러 갔다(93쪽)는 말은 좀 이상하다. 우유 저온저장고가 따로 설치되어 있어 급식실로 유유를 받으러 가지 않고 2교시 끝나고 먹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