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뭇잎들과의 우정
만남, 웃음 그리고 세 권의 시집
나비님은 시에서 영감을 받아 싯적인 제목으로 후기를 올렸고, 프레이야님과 만치님도 멋진 제목을 붙이셨는데......종일 알라디너들을 기다리게 한 순오기의 후기는 멋도 흥도 없이 이름하여 '깜짝 부산 리포트'란다.
나비님은 후기를 기다리다 지쳐 무슨 일 있느냐고 걱정스런 댓글을 남기셨던데, 원래 노는 날이 더 바쁜 법이다. 월욜만 쉰다고 몽땅 일이 몰리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넷째 월욜은 어머니독서회 모임날이라 일욜밤부터 월욜 아침까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를 읽느라 후기를 올릴 짬이 없었다. 10시 독서모임 마치고 모처럼 회원들과 냉면을 먹었고... 구청에서 지원받은 시낭송회 결과보고서 마무리해 도장도 꾹 눌렀고, 오후 네 시엔 중학교 복지예산 수정안 심의후 저녁식사까지 일사천리, 7월 11일 장흥문학기행 건으로 인문독서부장님과 해설사님도 연신 찾아댔다. 집에 돌아와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자정이 지나자 슬금슬금 일어나 심야족 모드로 부산모임 후기를 올린다.^^
6월 27일 토욜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김밥 세 줄 말아 남편 도시락 싸주고 정작 아이들이 먹을 김밥은 말지 못했다. 오늘 입어야 한다는 남편 바지를 다리느라고... 정작 다려 놓으니 다른 걸 입어서 구시렁거렸지만, 그래도 6시 40분 부산행 고속버스 시간에 맞춰 터미널까지 태워줬으니 봐줘야지.^^ 울 남편이 누굴 만나는지 궁금해해서 프레이야님, 나비님, 만치님을 대략 소개하니 터미널에 도착했다. 커피값은 안 줬지만 잘 다녀오라는 말에 방끗 웃으며 돌아오는 차는 10시 30분이라, 집에 들어오면 새벽 2시라고 했더니 워낙 나들이마다 새벽 입성이라 그러려니 한다.^^
고속버스에서 눈 부치려고 잠도 두 시간만 잤는데, 나름 설레이는지 잠들지 못했다. 광주에서 부산까지 3시간 10분 만에 도착해, 노포동에서 지하철로 김경미의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를 뒤적이다 부산역에 닿으니 10시 57분이다.
부산역 개찰구에서 만나게 될 나비님과 만치님을 내멋대로 상상하며 기다리는데, 늘씬한 그녀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겁없이 사진을 올려댄 순오기 얼굴을 익히 알고 있던 나비님은 망설임없인 내게 와, 예전에 전화통화 한번 했던 기억 속의 목소리를 확인해줬다. 서재에서도 안면을 안터서 댓글도 못 남기던 만치님도 만나니 즐거움이 배가됐다. 던킨에서 프레이야님을 기다리는 중, 두 분이 선물을 내밀었다. 성미도 급하셔라~~ ^^ 사진은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찍었더니 시간이 새벽 3시가 다 되었다.
프레이야님이 도착하자 또 선물을 증정하고 부산역 옆에 주차한 자동차가 걱정되어 급히 자리를 떳다. 그 차가 견인이라도 당하면 오늘 일정이 꽝이니까~~~~ ^^
횟집 창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라 방충망까지 리얼하게 출현하셨다. ^^ 광안대교가 보이는 횟집에서 그녀들의 점심은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초상권 운운하는 그녀들 때문에 인물은 못찍고 소심하게 식탁만 찍었다는...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떡 벌어지게 차린 상~~ 도다리 회와 더불어 나온 산낙지는 절대 못 먹는다는 그녀가, 끔틀거림이 멈추자 마지막까지 접시를 싹 비웠는데~~ 그녀는 누굴까?ㅋㅋ
부산모임 컨셉은 해피데이였는데 리포트를 주욱 따라가노라면 왜 해피데이였는지 알게 된다. 점심을 먹은 횟집이 '행복한 횟집'이었다. 부산 가시면 애용하시길~ 이 집 사장님은 삶의 철학이 있는 듯, 큼지막한 가족사진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계단에도 정성을 다한 게시물이 눈길을 끌었다.
푸짐한 점심상을 물린 우리는 프레이야님의 페이퍼로 기대 만땅인 '어떤 개인 날'을 보러 갔다. 골목에 위치한 아담한 국도&가람 예술관이 예뻐 보였다.
줄줄이 타고 올라간 아이비도 운치있고 그녀들의 도란거림도 좋았다. 우리도 예술사진 찍었는데 초상권 운운하던 그녀들이 무서워 모자이크 처리할 줄 모르니 작게 올리는 게 최선인 줄 아뢰오! ^^
우리가 함께 본 이숙경 감독(줌마넷 대표)의 '어떤 개인 날'은 이혼 1년차인 보영과, 나이는 어리지만 이혼 선배인 정남(광주에선 MBC라디오 프로그램의 말바우아짐으로 유명한)의 넋두리 같은 이야기에 공감하며 짠한 울림이 남는 영화였다.
엄마 품에 안겨서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는 정남의 이혼사유는 충분히 공감됐다. 이혼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할텐데 그에 비해 결혼은 '왜" 했는지 선뜻 답할 수없을만큼 생각도 하지 않은 거 아닌가 되돌아봤다. 나이가 차니까, 남들이 다 하니까, 사귀는 사람이 있으니까~ 등등 이유야 있겠지만, 절실하게 결혼을 꼭 해야만 할 이유가 있었는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선남선녀들은 충분히 생각하고 답을 얻으시라~~~~
부산리포트 2탄은 광안리 바닷가로 모시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