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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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제목에 맞게 부담없고 쉬우며,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석에 새롭게 눈을 뜬다. 미술사와 세계사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인간들은 자기시대의 모든 삶에 나름의 족적을 남긴다. 원시와 현대를 오가며, 풍부한 자료로 그것을 이 책이 확인시켜준다. 다만 ‘Q&A’형식의 전개방식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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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2-29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미술 소양이 없는 게 항상 아쉬워서 이 책은 늘 관심을 두고 있는데.. 관심만 .. ㅋㅋ 좀 피곤한 책이군요? ㅋㅋ

잠자냥 2025-12-29 13:49   좋아요 2 | URL
관심 꺼…. 🤣🤣

독서괭 2025-12-29 13:50   좋아요 2 | URL
그럴까..? 몇년째 관심만 두면 머하노 ㅋㅋ

잠자냥 2025-12-29 13:53   좋아요 2 | URL
피곤하기만 하다!🤣

페넬로페 2025-12-29 17:01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초보자가 읽기에 넘 좋아요. 쉽게 설명되어 있고
자료도 풍부해요.
다만 구성자체가 피곤합니다.
저자가 그냥 대화 형식이 아닌 계속 말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저는 한 달에 한 권씩 이 시리즈 읽을 계획이예요^^

독서괭 2025-12-29 17:05   좋아요 1 | URL
와 한달에 한권씩! 화이팅입니다!!
 
특성 없는 남자 3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7
로베르트 무질 지음, 박종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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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무질은 특성 없는 남자를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중 구상한다.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무질은 조국을 떠나 스위스로 간다. 나치는 무질의 작품을 금서로 지정해 작가에게 경제적 타격을 준다. 뇌졸중까지 찾아와 그는 가난과 병마로 고통 받아야 했다. 또한 심각한 글쓰기 장애까지 겪어 이 소설을 계속 집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1942년 뇌졸중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그는 끝내 이 소설을 완성하지 못한다. 무질이 사망한 후, 생전에 발표되지 못한 부분이 유고집으로 출간되었지만 한국에서 그 부분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무질의 어머니 헤르미네는 예민하고 별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20세에 결혼했는데, 7년 후 남편의 친구인 라이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라이터는 계속해서 무질의 가족과 함께 한다. 무질은 마르타 마르코발디와 결혼한다. 마르타는 21세에 결혼했지만 그녀의 남편은 일찍 죽는다. 그녀는 재혼하지만 부부 관계가 좋지 않았고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1907년 베를린에서 무질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1911년이 되어서야 결혼할 수 있었다. 무질은 이러한 마르타의 삶을 그대로 울리히의 여동생인 아가테에게 투영한다. <특성 없는 남자>에서 울리히의 어머니는 일찍 죽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무질이 태어나기 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은 누이의 존재와 부모의 비정상적인 결혼생활은 무질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런 이유로 무질의 삶이 거의 반영된 주인공 울리히에서 약간 뒤틀린 성적인 면이 발견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인들인 아가테, 레오나, 보나데아, 디오티마, 라헬, 게르다, 클라리세는 모두 뭔가 결핍되어 있다. 근친상간, 소녀성애, 울리히를 향한 성적인 갈망이 그 시대의 본질과 특성의 해체를 위한 비유이자 상징으로 이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당히 미묘한 껄끄러움이 존재했다. 프루스트, 조이스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시대가 가진 은근한 여성 비하를 무질도 넘어서지 못했다.

 

 

울리히는 나의 성공적인 서거를 알린다(p.11)’고 적힌 아버지 자신의 죽음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전보를 받는다. 울리히가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예전에 살았던 도시를 오랜만에 방문하는 것이 3(천년제국으로)의 시작이다. 아버지의 집에서, 결혼해서 1년 만에 병으로 남편이 죽어 3년 뒤에 재혼한 여동생 아가테를 만난다.

 

서먹한 사이였던 아가테는 울리히에게 남편 고들리프 하가우어와 이혼할 것이며, 그에게 아버지의 재산을 털끝만큼도 남겨주고 싶지 않아 아버지의 유언장을 위조할 것이라고 한다. 현학적이고 특성으로 가득 찬 하가우어와 야생적이고 자연적 성정의 아가테는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다. 울리히와 대척관계에 있는 사람이 2부에서 아른하임 이었다면, 3부에서는 하가우어로 바뀐다. 하지만 울리히에게도 하가우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없지 않다. 이 문제로 아가테와 울리히는 도덕에 대해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특성 없는 남자’ 3부의 주제는 도덕에 관한 것이다. 아버지의 유언장을 위조하겠다는 아가테의 계획에 대해 울리히는 길게 도덕에 대한 이론을 펼친다. 울리히의 말을 이해한 아가테는 자신의 결심을 더욱 굳히고 울리히를 따라간다. 울리히는 아가테 안에서 자신의 이면을 보고 샴쌍둥이 같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가테에게서 자기애를 발견한다. 울리히는 하가우어에게 이혼을 통보하지만 하가우어는 그것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장인이 남긴 재산을 요구한다. 유언장 위조에 대해 나중에 울리히와 아가테가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암시가 있지만,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아가테와 함께 돌아온 울리히는 다시 애국대운동에 참여하지만, 이미 그곳에는 처음의 선한 의지와 하나를 향한 단결은 없다. 각자의 특성과 이기심은 모든 것이 부질없으며, 평화주의를 가장한 전쟁이 눈앞에 닥쳐와 있다는 것만을 보여줄 뿐이다.

 

결국 울리히의 천년제국은 우리가 절대 다다를 수 없는 곳인지도 모른다. 관념만 있고 실제가 될 수 없는, 울리히 아버지의 서재 같은 우아한 황량함(p.82)’만 있는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무질이 창조한 또 하나의 유토피아이며, 그 어렵고도 험난했던 시도만으로도 유토피아로 가는 길은 열려있다.

 

무질에게 문학은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충실하게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변하게 될 미래에 새롭게 형성될 삶을 고안해 내는 것이다(’로베르트 무질‘, 최성욱, 한국학술정보, p.16)’라는 작가의 신념이 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고착화된 각 특성을 해체시켜 변화를 받아들이며 창의적이고 선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한 무질의 열정을 알 수 있다.

 

다만 거기에 너무 많은 이론과 다양한 세계를 넣어 무질마저 이 소설을 어떻게 끝맺을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 소설이 완성되지 못한 이유가 무질이 말년에 처한 힘들었던 물리적 상황에 있겠지만, 작가가 광대하게 펼쳐놓은 내용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번역자 박종대 님의 말처럼 미완성으로 독자들에게 제국의 문을 열어주지 못했지만, 그 치열한 노력만으로 아낌없이 박수를 받고 추앙받을 수(p.602)’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후 울리히와 아가테는 멀리 산책을 나간다. 지친 그들은 중간에 찢어지게 가난하고 무지한, 독일어와 슬라브어가 섞인 사투리로 말하는 어느 양치기의 집에서 쉬어간다.

 

[늙수그레한 양치기 부부는 양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은 채 오두막을 가득 채우는 대화를 경탄스럽게 듣고 있었다.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무척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p.121

아가테는 희뿌연 연기 너머로 주인 부부가 싱긋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짧은 말로 자신들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단언하는 것을 보았다. -p.125]

 

경탄스럽게 듣고 있었다.“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무척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단언한다

 

늙은 양치기 부부가 울리히와 아가테의 대화를 들으면서 한 행동을 표현한 위의 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나의 감정과 정확히 일치했다. 완전 똑같았다. 잘 모르고 이해가 안 되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혼신의 힘으로 쓴 무질의 고통스런 영혼을 볼 수 있었다. 문장이 너무 아름답고, 거기에 담긴 비유와 상징이 마음에 와 닿아 이 책의 많은 부분에 수없이 형광펜으로 하이라이트를 했다.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힘, 끝없이 많은 생각으로 이끌어 주는 무질의 문장은 그 어떤 작가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을 주었다. 세 달 동안 이 책을 읽으며 즐거웠다.

 

이 책의 마지막, 옮긴이 해설에 등장인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 일러두기에서 여기에 소설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으니 될 수 있으면 다 읽고 나서 일독하기를 권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이 책의 1부를 조금 읽다보면 내용이 어려워 번역자의 해설로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번역자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은 아주 자세히, 이해되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 어차피 이 소설은 서사보다는 무질의 실험이 우선시되는 소설이다. 내용을 알고 시작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그래서 먼저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읽고 이 소설을 시작해도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가 지금껏 의견 일치를 본 모든 것에 따르면, 너는 이제 그 바다를 수정처럼 순수하고 영속적인 사건들로 가득찬, 움직임 없는 은둔의 상태로 상상해야 돼. 어떤 시대건 지상에서의 그런 삶을 상상하려고 노력해왔어. 그것이 천년제국이야. 우리가 아는 어떤 형태의 제국도 아닌, 오직 우리 자신에 의해 그 형태가 만들어지는 제국이지! 우리는 그렇게 살 거야! 모든 이기심을 버리고, 재물이나 지식, 연인, 친구, 원칙, 심지어 우리 자신에게조차 연연해하지 않을 거야. 그런 연휴에야 우리의 감각은 열리고, 인간 및 동물과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우리가 더는 우리로 남지 않고 오직 모든 세계와 어우러짐으로써 우리를 유지하는 그런 방식으로 펼쳐지게 될 거야!

-p.2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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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12-18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완성 작품이군요. 이 책 어렵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습니다. 페넬로페님은 완독 하셨군요~!
1900년 초중반 소설들을 읽다보면 참 힘든 시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5-12-18 15:26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어려웠어요.
근데 무질 작가의 문장은 좋았어요. 힘들었지만 완독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책 내용 중에 지금 현재에 적용할 것도 많아 좋았어요^^

책읽는나무 2025-12-19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삼개월의 특성 없는 남자의 집중 독서!
대장정을 마치신 걸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님의 리뷰를 따라 읽은 이것을 잘 기억했다가 훗날 독서내공이 쌓여 전권 다 갖춰 언젠가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무질 작가는 페넬로페 님께 이젠 특별한 작가로 기억에 남겠어요.

페넬로페 2025-12-19 22:55   좋아요 1 | URL
네, 정말 대장정이었어요.
작가가 가지고 있고 활용한 지식의 양이 방대해 그것의 일부만 이용해 읽었지만 그래도 완독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책나무님께서도 언젠가는 꼭 읽으시길 기원합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 2025-12-29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번역가도 고생했을 듯 ㅠㅠ 미완성이 아니었다면, 잃시찾처럼 길어졌을라나요? ㅎㅎ

페넬로페 2025-12-29 17:07   좋아요 1 | URL
네, 길어지기도 했을 것이고 아마 결론도 열린 결말도 끝났을 것 같아요.

마힐 2026-01-04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문장 한 문장 혼신을 다한 문장을 읽는 페넬로페님의 독서 열정이 전 더 부럽습니다. 올 해도 좋은 리뷰 올려주시면 저 역시 혼신의 힘으로 읽어 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편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페넬로페 2026-01-04 21:22   좋아요 1 | URL
매번 독서를 하면서도 책 선정도 힘들고, 제대로 읽는가에 대한 회의도 많이 듭니다. 그래도 짧게 나마 감상을 적는데 부족한데도 이렇게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마힐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고 바라는 일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타국에서의 생활도 순조롭고 행복하기를요^^
 













식구가 세 명인 우리 집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나머지 두 명은 나의 책읽기를 응원해 주는 편이다. 불편할건데도 두 사람은 내가 여기저기 흩어놓은 책에 별로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별 관심이 없지만, 벽돌책을 읽고 있으면 슬며시 앞표지의 제목을 보기도 한다.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삼 개월째 읽고 있는 중이라 두 사람은 저절로 제목을 외우고 있다.

 

내가 딸아이에게 작정하고 잔소리를 좀 하려고 하면, “엄마, ‘특성 없는 남자‘, 읽어야지! 독서 동아리 얼마 안 남았잖아하며 딸아이는 자리를 피한다. 어제는 갑자기 남편이 특성 없는 남자가 누구야? 왜 특성이 없는데?”라고 물었다. 생각지도 않은, 갑자기 들어온 질문이라 살짝 당황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이 되는 순간 얼마 전 어떤 분이 나에게 기습적으로 한 질문이 생각났다.

 

그날도 대화중간에 갑자기 질문을 받았다.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어요?” 또는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였을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다 , 마들렌?”이라고 답했다. 내 대답에, 질문을 한 그 분은 순간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지만, 책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확신 있게 잘 대답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든가, 어떤 책이 좋으냐, 또는 그 책은 왜 좋은가에 대한 대답 말이다. 나에게 좋은 책이 다른 사람에겐 감동을 주지 않을 수도 있고, 더군다나 잃시찾이나 특성 없는 남자는 몇 번씩 읽어야 조금 이해되거나 기억에 남는 부분이 많아질 책이다. 한 책을 여러 번 읽으며 파고드는 것보다, 죽을 때까지 다 읽지 못하겠지만, 재미있고 좋은 새로운 책을 더 많이 읽기를 원하기에 매번 나의 책읽기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생각을 멈추고 남편을 바라본다. 이 사람은 내가 한 대답에 평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 책을 읽을 가능성도 거의 0%에 가깝다. 당연히 내가 틀리게 말해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특성 없는 남자의 이름은 울리히야. 나이는 32세고 능력도 뛰어나고 잘 생겼어. 이 사람은 처음에 군사학교를 졸업해 장교가 되었지만 그만두고 공학을 공부하지만 또 그만두고 수학을 전공해 수학자가 되었어. 지금은 1년 정도 자신에게 인생의 휴가를 주고 있어. 울리히는 사람마다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나, 사고, 개념이 가진 고정적 특성을 거부해. 이것들을 해체시키기를 원하지. 그래서 특성 없는 남자야. 현실보다는 가능성의 영역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매사에 이론적이야. 항상 뒤에서 앞에서 한 말을 뒤집고 있어. 울리히의 말은 언제나 모호해. 울리히는 좋게 말하면 자기식의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천재적인 인물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자기부정과 자가당착에 빠지기 쉬운 사람이야.”

 

남편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책의 번역자는 특성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질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울리히같은 가능성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이런저런 현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일어난 일을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가 실현된 것으로 여긴다(3-p.605~606)’고 해석한다.



 











로베르트 무질의 저자 최성욱은 울리히는 현대인의 비실체성불안정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항상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그에게 자아는 고정되고 확실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변화 가능한 것이다. 그에게 자아란 매우 잠정적이고 가변적이다. 이처럼 주체가 더 이상 고유한 실체가 아니라고 판명된다면, 이것과 연관된 불변의 특성도 더 이상 주체에게 부여할 수 없다. 무질에게 실체의 상실은 곧 특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p.198

 

울리히의 정체성은 그만의 고유한 특성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울리히의 특성은 이 상호작용의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며, 항상 전이과정에 있는데 그것은 외부 환경은 언제나 변하며, 이의 영향을 받는 울리히의 특성 역시 항상 변화과정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특성 없는 남자는 항상 전이과정에 있는 인간이다. 따라서 그에게 한 가지 고정된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그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p.206]

 

작가 무질에 의해 특성이란 단어를 여러 가지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특성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특성은 보통 주어진 것이고 울리히의 아버지로 대표되는 특성 있는 남자는 언제나 그 세계를 확고히 지키려고 한다. 특성은 변화될 수 있지만 그것이 시대와 세계의 흐름으로 인한 변화만이라면 사람들은 또 하나의 거대한 특성의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울리히의 특성 없음은 변화를 받아들이되 지향점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그 지향점의 이해가 아직은 나에게 너무 어렵다.

 

 

사람을 만나다보면 지나치게 울리히가 정의한 특성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자기가 가진 특성을 아무데서나 남발한다. 부담스럽다. 주어지고 선동된 특성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특성 없는 남자 2(비슷비슷한 일이 일어나다)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중의 하나는 평행운동이 소요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요제프 황제 제위 70주년을 기념하고 오스트리아의 찬란한 정신을 도모하고자 한 애국대운동은 여러 반발에 부딪히고 각 특성을 가진 군중들은 시위에 참여한다.

 

시위현장에서 각기 다른 의지를 가진 개인들은 한순간에 단일한 의지의 군중(2, p.466)’으로 변한다. 평소에 절제와 신중함을 가진 사람이라도 군중이 되면 극단으로 밀고 가는 재주가 생긴다. 흥분하고 에너지를 방출한다. 보이지 않은 특성을 가진 이들이 조종하는 것에 저항 없이 동조한다. 보이지 않은 특성은 그들을 움직여 쉽게 자신들의 특성을 전파한다.

 

[그들은 군중 속에서 가장 내적 저항이 작은 점들이다. 그들이 직접 지르기보다 그들의 선동으로 더 많이 나오는 외침, 그들의 손에 들어간 돌멩이, 그들이 폭발시키는 감정, 이것들이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단계로까지 서로의 흥분을 상승시킨 다른 사람들이 미친 듯이 그 길을 밀고 나아간다. 그들은 주위의 행위에 반은 강요로, 반은 해방으로 느껴지는 집단적 성격을 부여한다.

-2, p. 466]

 

지하철에서나, 동네 공원, 산책길에서 이어폰 없이 유튜브를 큰 소리로 듣는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누군가의 선동과 지시로, 그것을 절체절명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군중 심리가 무섭다. 울리히의 특성 없음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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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2-13 0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누군가에게 뭘 권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반면에 뭔가에 꽂히면 악을 쓰면서 두 주먹 불끈 쥐고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릅니다. 불편한 사람은 이를 선동질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그 선동 속에도 엄연한 진실이 있다는 거죠. 무관심은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페넬로페 2025-12-13 10:56   좋아요 0 | URL
네, 쉽게 권하지 못하는게 맞습니다. 특히 책은 더 그런 것 같더라고요. 책 마다 각자 읽는 방식이나 해석이 다 달라서요. 호시우행님 말씀처럼 무관심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 같아요.

Falstaff 2025-12-13 0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십니다. ㅋㅋㅋ
저 다니는 도서관에서는 한 남자가 복도에서 이 책을 들고 걸으면서 몇날며칠 동안 읽더라고요. 며칠 후 개가실에서 책 구경을 해보니 책 세 권이 전부 등이 꺾여 너덜너덜.... ㅋㅋㅋ 도서관 빌런이었습니다. 그이는, 아니, 딱 그이 혼자 책 다 읽었을 겁니다. 저는 안병률 선생 번역으로 읽었는데, 그냥 활자만 읽어서 아무 생각 없습니다.

페넬로페 2025-12-13 10:59   좋아요 1 | URL
도서관의 빌런들 많지요.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책에 문장도 따라 적고 형광펜으로 죽죽 그어가며 읽고 있어요. 3권 읽다보니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겠더라고요. 안병률 번역자의 번역은 어떤가요?

책읽는나무 2025-12-13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성 없음의 특성이로군요.
특성 없는 남자는 항상 전이과정에 있는 인간이다.🤔
특성이 너무 강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하겠고…음…심오합니다.
그래도 벌써 2권!
올 해는 페넬로페 님과 함께 하는 특성 없는 남자로군요.^^

페넬로페 2025-12-13 11:03   좋아요 1 | URL
특성이란 단어를 삼 개월동안 계속 생각할줄은 미처 몰랐어요 ㅎㅎ
어렵지만 무질의 시도가 조금은 이해되고 있어요.
책나무님, 이 책 소장하고 계시니 같이 읽으시죠🙂

책읽는나무 2025-12-14 13:09   좋아요 1 | URL
실은 아직 3권 다 못 갖추고 2권만 들고 있어요. 페넬로페 님의 리뷰를 다 읽고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만…어려울까봐 자신이 없네요.^^˝
아직은 재밌는 책?에 자꾸 손길이 먼저 가네요.

yamoo 2025-12-13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펠넬로페 님 특성없는 남자 리뷰 보고 저도 읽고 있습니다! 밴빌의 <오래된 빛>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이 작품, 완전 제 취향 저격인 작품이었네요!! 저는 이런 작품을 좋아합니다. 헤르만 브로흐의 <베르길리우스의 죽음>도 가독성은 떨어졌지만 그 특유의 작가적 관념을 읽는 게 좋았는데, 무질은 훨씬 순화된 맛이 있네요. 지금 1권 딱 중간 까지 읽었는데, 이 소설은 오스트리아의 세기말 적 풍경을 캐릭터에 잘 형상화시킨 작품인 듯해요. 세기말의 불안정성을 캐릭터로 보여주는데 그 대표적 인물이 주인공 울리히고 작가는 특성없는 남자라는 성격을 부여했죠. 저는 소설에서 시대성을 캐릭터에 잘 담아내는 작품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그런 면에서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는 원탑이란 느낌이 팍 들고 있습니다. 아직 초반부 읽고 있지만 무질이 왜 서양현대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겠더군요. 무질은 줄리언 반스가 오래 전에 말한 ˝다른 소설들이 토끼를 사냥하고 있을 때 이 소설은 거대한 사냥감을 노리고 있다˝는 걸 체험하게 해 줍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토끼도 잘 잡고 관념적 유희도 덤으로 엊어줍니다. <생도 퇴를리스의 혼란>은 재미없어 읽다 덮었는데 특성없는 남자 다 읽고 다시 들춰봐야 겠어요. 제겐 <특성없는 남자>가 올해의 발견 쯤 됩니다! ㅎㅎ 펠넬로페 님 리뷰 못봤으면 읽을 엄두를 못냈을 텐데...여튼 감사합니다!!ㅎㅎ(책은 진작에 사 두었었어요..ㅎㅎ)

페넬로페 2025-12-13 11:08   좋아요 0 | URL
yamoo님, 저와 같은 책 읽고 계신다니 너무 반가워요. <특성 없는 남자>를 읽다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무질이 한 문장 한 문장을 혼신의 힘으로 썼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문장 하나하나가 다 좋습니다. 다만 이것을 제가 아직 다 연결시키지 못해 꼭 재독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줄리언 반스의 말이 실감되네요.
조만간 저도 <오래된 빛> 읽어보겠습니다.

독서괭 2025-12-29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기 어렵고 재미없기로 유명한 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보니 은근 흥미롭네요?! 특성이 없다는 게 그런 뜻이군요. 고정된 특성을 거부한다.. 흥미롭습니다. 남편분의 질문에 저렇게 정돈된 답변을 하시는 페넬로페님도 멋져요..!

페넬로페 2025-12-29 17:05   좋아요 1 | URL
어렵고 재미는 없는데~~
작가 무질이 심혈을 기울여 문장 하나하나를 혼신의 힘으로 썼다는 건 확실해요. 문장도 좋고 비유도 좋아요.
근데 작가가 너무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해 그것을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갖춘 독자가 적다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ㅎㅎ
한번쯤은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마힐 2026-01-01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지난 한해 좋은 글 읽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6-01-02 08:34   좋아요 1 | URL
마힐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아무튼, 데모 - 데모하러 간다 아무튼 시리즈 63
정보라 지음 / 위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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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하면 떠오르는 단어인 구호, 투쟁, 스크럼, 최루탄, 물대포, 구금, 고문, 남영동대공분실을 정보라 작가는 타자, 고통, 관심, 이해, 연대, 참여, 실천, 나눔으로 전환시켜준다. 행동하는 지성의 정수를 보여주며, 움직이지 않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은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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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12-11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완독을 못 했다고 합니다.

페넬로페 2025-12-11 21:50   좋아요 1 | URL
저도 읽으면서 넘 부끄럽더라고요. 정보라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어서 완독하시길요.
 
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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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해 잘 모른다. 관심과 흥미는 있지만, 그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머리를 타고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SF소설을 읽을 땐 약간 조심스럽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오독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 소설집의 비구름을 따라서을 읽으며 나는 반투막을 통해 이동되는 사물에서 인간의 소통을 생각했고, 요즘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금방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상품이 연상되었다. 작가의 해설에서 이 소설은 가능한 미래, 혹은 평행우주를 상상(p.379)’해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스페큘러티브 디자인이 단초가 된 소설이라고 한다. 스페큘러티브 디자인과 평행우주에 대해 먼저 알고 있어야 이 소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SF소설을 좋아하게 된 것은 김초엽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나서였다. 과학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갖고 있지 않지만 그 책은 읽는 순간 뭔가가 느껴졌다. 과학적 사실과 가설, 미래 세계 속에서 지금의 우리와 삶, 철학이 보였다. 무엇보다 책에 확실히 문학이 들어있어 좋았다. 양면의 조개껍데기는 기대를 많이 했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보다는 감동이 적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이 여러 목적을 두고 쓴 것이라 보편성이 약간 떨어졌고, 작가가 말하고자 한 주제가 다양하지 못했다. 소재를 사물에 많이 둔 것도 조금 지루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양면의 조개껍데기였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에서는 인간과 기계가 그 어떤 모습으로도 겉모습을 바꿀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솜솜 피부관리숍에서는 물고기, 부엉이, 펭귄, 늑대, 고양이, 모래, 바위 등의 인공피부 제작이 가능하다. 마법사의 요술봉에 의해 한 번에 하고 변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신체적 기능을 고려한 과학적 변신이었다.

 

원래 안드로이드였던 수브다니는 인간화 시술을 받아 거의 사람처럼 보인다.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외관이 덮여있어 피부가 변할 염려도 없다. 하지만 수브다니는 물이나 산성 물질에 내구력이 높지 않는 금속 피부를 원한다. 물에 녹이 스는 금속 기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반 인간화된 수브다니는 연애도 하고, 예술도 하고, 배신도 당한다. 그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수브다니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녹이 슬어도 괜찮은 자신의 정체성으로.금속 기계로 여름휴가를 떠난 수브다니는 그곳에서 평온을 얻는다.

 

 

내 안에 분명 여러 자아가 동시에 존재하지만 그것은 동일한 세력을 갖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동일한 힘을 갖고 있다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양면의 조개껍데기에서 셀븐인 샐리(라임)와 타자아 레몬은 성향이 완전 다른 본성들이다. 거의 독립적 개체인 그들은 한 몸에서 같이 존재하기 쉽지 않다. 둘이 뭔가의 타협을 이루었어도, 완벽하게 공평할 수 없었고, 레몬의 예민함과 스트레스로 돌발적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을 매번 느끼고 신경 써야 하는 라임은 매번 피곤하다. 라임은 자기 몸에서 레몬의 자아를 강제 분리하지만 깊은 바다 속 잠수의 위험한 상황에서 정작 레몬은 라임을 구한다.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자아들, 내 속에 있는 수많은 나, 그것들이 연결되고 충돌하는 세계의 나는 힘들고 아프고 외롭다. 나를 이해하고 지탱하기 버거워 나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타인을 제대로 볼 힘도 없다. ‘를 진지하게 바라본다. 생소하고 어색하다. 내 속의 자아를 분석하기도, 통합시키기도 어렵다. 그냥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는 누구이며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사실 잘 모른다. 의무와 책임으로만 구성된 나의 껍데기가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있다. 작가는 양면의 조개껍데기에서 굉장히 직접적인 서술로 나의 자아를 이해시킨다. 좋은 방법이었다.

 

이 소설집에서는 사물이 다양하게 나온다. 그 많은 사물에 다양한 이야기를 입히는 건 세상에 대한 시선을 넓게 갖는다는 것이다. 소통과 이해, 문제의식을 사물을 통해 서술한 작가의 상상력과 미래에 대한 안목이 특별하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기위해 압구정 CGV에 가야했다. 영화를 보고 그 옆의 블루보틀 카페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필 사방에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천지로 늘려있는 압구정에서 읽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는 훨씬 더 진하게 그 의미가 다가왔다. 언제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은 변신의 욕구가 있다. 그것은 어떤 모습이든 끝이 없다. 변하면 변할수록, 변하고 싶은 욕망이 더 생기고 자신은 잃는다. 차라리 녹슬기를 원한 수브다니가 그곳에서 절실히 이해되었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고,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카페를 나와 샤브 전골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올해의 첫 눈이 내렸다. 기분 좋은 첫 눈을 맞으며 지하철역으로 왔고, 거의 50분 정도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첫 눈은 완전 폭설로 변해있었고, 도로는 내린 눈이 두껍게 쌓여있었다. 집으로 가는 잠깐 동안 내 옷과 머리에 눈이 쌓이고, 거리의 차들 역시 눈으로 덮인 채 겨우 가고 있었다. 그 날 서울은 눈으로 교통대란이 일어났고, 경기도에 사는 어떤 사람은 퇴근 후 집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5시라고 했다.

 

미래의 세상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만큼 발전할 것이다. 여기 이 책에서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인간과 AI는 자연을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하다. 그 모든 가상의 가능성, 평행 세계, 우주와 연결되는 세상이 되면 비와 눈은 오지 않을까? 자연현상은 극복되거나 아니면 그 어떤 자연환경에서도 미래의 인간은 안전할지 궁금하다. 다음 김초엽 작가의 책은 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원래도 불완전한 소통 체계에 그렇게 많은 불일치를 더할 필요가 있을까? 이상한 건 그들이 그 무수한 문자 형식의 존재를 이렇게 설명했다는 거야.

이런 거죠. 원래 우리 언어는 불완전하잖아요. 기록도 불완전하고요, 아무리 애써도 문자로 전하고자 하는 의미에는 왜곡이 생겨요. 우리는 문자 그 자체에 담긴 정보로만 서로 소통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문자를 이렇게 수많은 다른 꼴로 새기는 거예요. 문자로는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하지 못하니까, 더 잘 전해보고 싶은 거예요. 어렵죠?”

그게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더 잘 전하고 싶어서 더 많은 불일치를 만들어내다니.

-p.127, ‘진동새와 손편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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