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2년 정도 대학로 부근에서 하숙을 한 적이 있다. 하숙생 멤버들의 학교는 다양했고, 그곳 가까이에 서울대학병원이 있어 서울대 본과 의대생도 몇 명 있었다. 그때 의대생과 의대생이 아닌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은 차이가 많았다. 내가 속한 비의대생 그룹은 사실 평소에 많이 놀고 시험기간에만 열심히 공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의대생들은 시종일관, 하루 종일 열심히 공부했다. 오죽하면 의대생 한 명과 같은 방을 사용하는 학생이 언제나 공부하고 있는 룸메이트와 있는 것이 답답하다 못해 하루에 10분만이라도 대화를 하자고 부탁할 정도였다. 가까이에서 의대생의 공부를 지켜본 경험이 있는 내가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은, 그들이 공부만큼은 열심히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번씩 병원에서 친절하지 못한 의사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래도 당신은 공부는 열심히 했지’, 라는 생각은 해준다.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소설, ‘그 후’를 읽다가 그만 주인공 ‘다이스케’ 때문에 독서 슬럼프에 빠져 버렸다. 이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계속 고민을 하다가 그만 독서의 맥이 끊어진 느낌이다. 내가 책을 읽는 목적과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고민까지 겹쳐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런 상태를 벗어나보고자 선택한 책이 ‘의대생 공부법’이다. 공부를 하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꼭 학생들에게만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체되어 있는 상태나 지금의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도 공부의 방법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대생들의 공부 경험과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은 공부에 대한 다른 책과 별 차이가 없다. 계획, 집중, 몰입, 효율, 암기, 자투리 시간 이용, 스터디 플래너의 중요성, 멘탈 관리등이 나와 있지만 이 단어들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공부란 정도가 있는 것이고 그 길을 가면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좋은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남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말라. 다들 시작 지점과 목표까지 가는 길 위에서 어디쯤에 있는지가 다르고 방해물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목표로 하는 성적까지 가는 최단거리는 저마다 다르다. 공부를 시작하거나 공부는 하고 있지만 갈피를 잡기 힘들다면, 무엇이 내 성적을 방해하는 장애물인지, 어떤 녀석을 때려잡아야 공부의 경험치를 제대로 얻을지를 먼저 생각하라. -p54]

“공부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인데 그것을 얻기 위해서 적절한 시간을 들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나를 돌아보며 평가를 하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 슬럼프에 빠져 있는 나와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생들이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 이런 종류의 책들은 순간 자신을 각성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다. 시간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바쁘게 느껴지는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낭비되는 시간이 분명 있다. 다만 그 시간을 채집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다.....우리의 몸은 습관대로 움직인다.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려면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적극적인 추진력과 의지력이 필요하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p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