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자 종이 인형을 만드는
아내의 작은 전시를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읽기와 쓰기, 책으로부터 시작된 인연이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인연과 관계맺기의 모습을 경험해보게 되었네요.
이번 전시는 작고 조촐한 곳에서 준비되었습니다.
이런 장소가 있을 줄을 생각도 못했을 법한,
방산시장의 독립 서점 '그래서 책방'에서 제공한
'그래서 쇼룸'이라는 곳에서 진행됩니다.
이곳 방산시장 주변에는 인쇄소를 비롯하여
많은 업종의 상가가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이 가운데 인쇄소에서 책이나 인쇄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르고 남아 버려지는 종이들이 발생합니다.
이를 안타까워하신 업체 사장님과 이런 상황을 새로운 작업으로
연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책방, 예술가가 모여 멋진 작업들을
하고 계시더군요.
책과 사람은 이러한 인연들을 알아보고 손을 내밀기도 하니
신기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전시장은 여러 업종의 현장이 모여 있는 종합시장 상가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미궁'의 신세계를
경험하실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의 현장을 보면서, 그리고 이분들이 건네는
무심한 듯 따뜻한 한 마디와 눈길을 느끼면서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제가 작가가 아니다보니 전시의 내용을 떠들기도 어렵습니다만,
작가가 고른 책 중에서 나오는 인물들과 물건들을,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버려졌을 종이들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이 장소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주변의 상가 대표분들도 좋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하루종일 아내와 전시준비를 함께 했습니다.
조금 피곤했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멋진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장 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뜻이 모여
장소와 전시회가 준비되었습니다.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전시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됨을 다시 생각해보며,
아내 대신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방산시장 주변에 오시는 분들은 한번 들러주시길.
전시장 위치: 서울시 중구 방산종합시장 A동 2층 101호
(그래서 책방의 '그래서 쇼룸')
전시 일정: 2023.11.18(토) - 11.27(월) ] [목, 일 휴관]
[전시 작업에 참고한 도서들]
[1]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하정 지음, [좋은여름] (2019)
[2] <빨간머리앤을 좋아합니다>,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9)
[3]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난다] (2019)
[4]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시와 지음, [도서출판 가지] (2022)
[5]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정현주 지음, [예경] (2015)
[6]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bonpon지음, 이민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9)
[7]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다니는 수첩>, 김목인 지음, [책읽는수요일],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