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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곽미혜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아들 셋, 딸 셋
책보다는 카카오톡을 더 많이 보게 되는 요즘이다. 어느 날 진짜 문득, 새로 바뀐 카카오톡 프사가 똑같은 지인들을 발견했다.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더 눈에 띄었다. 어 뭐지? 같은 날 프사가 바뀌었는데 같은 책 표지였다. 각기 알고 있던 분들이라 어리둥절했다.
그리고는 발견했다. 첫 번째, 세 번째 작가로 공동 작가가 되어 한 권의 책이 나온 모양이다. 그리고 보니 두 분이 인천에서 교육계^^에 계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상은 좁다. 인천은 더 좁았다.
두 분에게 각기 카카오톡을 전하고 안부 인사를 했다. 서로의 인연에 웃으면서 축하했다. 함께 성경공부를 했던 동갑의 성당 지인과 독서 모임을 10년 이상 같이 했던 독서모임 회장님이 책을 쓰는 작가가 되신 것이다.
대충 인사만 하고 지내온 사이는 아니었기에 글의 내용이 궁금했다. 서로의 사정을 조금 안다고 여겨서인지 성급한 마음에 책을 검색해봤다. 목차에서 짐작 갈 만한 제목들을 보았다. 그래 이분들 어쩌면 각각 한 분은 아들만 셋이고, 한 분은 딸만 셋인 분인데…. 재미있겠다.
할 줄도 모르고 해 본 적도 없이 서평단에 도전했고, 할 수 있는 대로 연결해서 어찌어찌 책이 도착했다. 반가운 마음에 책을 펼쳐 단숨에 읽었다. 첫눈이 내린 오늘, 하늘은 먹구름이었다가 맑아지면서 선명한 구름 사이에 햇빛이 비치고 있었고, 땅으로 내려온 시선에서는 아파트 조경을 알록달록 꾸며주던 단풍든 잎들이 마구 떨어진 앙상해진 나무들이 있었다. 눈길을 책으로 옮긴다. 프롤로그에는 ‘문운’이 언급되어있다. 문운이 닿은 11명의 공동저자 11분은 모두 공무원이셨다. 엮은이는 이제 독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읽어주실 차례라고 했다. 나는 그 의도에 충실히 임했다. 하늘과 땅 그사이에 살고 있는 인간의 이야기, 작가들의 삶을 그려낸 글들은 밖의 상황과는 달리 아주 따스했다. 지인들의 글을 우선 읽었다.
30년 이상 공무원직에 있는 엄마든, 치열하게 목표를 향해 달려온 아빠든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먼저 쓰고 있었다. 아들에게 딸에게 그리고 그리운 친정엄마에게, 고마운 아내에게... 마음속 이야기들에서 고스란히 삶이 드러나 있었다. 지금까지 만나오던 그들을 한층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함께 했던 시간 속에 아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전혀 알 수 없던 그러나 그들을 이루어 온 건더기 같은 삶의 순간순간들 그래서 그 삶이 우려낸 진한 국물을 맛보듯 그들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아 그랬었구나! 혼자 끄덕끄덕 이면서 읽었다.
아들 셋이 한꺼번에 군대에 갔다고? 동반 입대한다는 친구들도 아니고, 쌍둥이도 아닌데. 헐! 듬직했던 큰아들은 성당에서 많이 봤었다. 공부도 잘하고 생긴 것까지도 멋진, 둘째 아들은 나의 아들과 같은 학년이어서 기억하고 근데 막내까지. 그럴 수도 있구나! 처음 듣는 말이었다. 와우, 하나 보내놓고도 처음 겪는 시간은 여러 감정을 동반하는 데 누구나 겪을 수는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하시는구나 싶었다. 덕분에 글의 소재로 흥미로웠다.
그런데 작가님 위로 아닌 위로의 말씀을 전하자면 “그때가 좋을 때입니다. 즉, 나라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심지어 월급까지 주는 그 때요” 이 말은 내가 하나 있는 아들을 코로나 때 군대 보내고 병이 나자 인생 선배님들이 해주신 전언이었다. 그리고 실감했다. 제대해서 돌아와 챙길 거 많고 시시때때로 배고프다고 뭐 먹을 거 찾고,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택배 수시로 날아드니 인정 인정하게 될 진리의 말씀이더라는 것. 그러니 “이때를 즐기시라”라고, 아이들 개학 날이 엄마들 방학식 하는 날이듯, 작가님은 다시 못 올 봄날을 누리시라고. 세 아드님은 멋지게 알아서 품으로 돌아와 귀찮게 할 날이, 오지 말라고 해도 곧 돌아오리니.
‘그리워 부르는 그 이름’은 역시 어머니셨군요. 기억하지요. 열심히 기도하시던 두 분의 모습. 아낌없이 주시고 가신 아니 지금도 주고 계시는 그 마음. 중간의 징검다리 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요. 우리 함께 다 같이.
그리고 하나의 개인 똥 봉투도 아닌 똥 봉투 부대? 소대? 를 누가 가져갔을까요…. 그분도 어딘가에 글을 쓰지 않으셨을까 웃으며 상상합니다. 그 황당함이라니. 이어서 그 해결책들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각박하지 않은 시대여서일까요. 늘 다시 제출할 수 있는 대상이어서일까요. 이제는 그때의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대장암 분변검사 때나 할 그 일련의 과정을 다시 해준 것이 참 감사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 길을 가게 해주신 그 당시의 동료분들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나 봅니다. 책 제목 누가 지으셨는지 참 잘 지으셨네요. 그래 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딸 셋 아빠를 만나볼까. 2012년인가 독서 모임에서 만난 회장님. 그 당시에는 딸 둘이셨지. 한 달에 한 번 한 권의 책을 읽어서 만나는 모임으로 코로나 전까지 10년 이상을 함께 했었다. 혼자서는 읽지 않을, 절대 만만치 않은 책들을 덕분에 읽고 나누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쓰신 내용과 왠지 친숙한 듯한 느낌도 있었고, 중간에 승진시험 준비로 못 나오시다가 합격의 소식과 함께 다시 만났던 일도 떠올랐다. 그러셨구나! 역시 아하 그랬었지 하며 밑줄그어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 회장님은…. 아냐, 사윗감 기준을 다섯 가지나? 아니어요 안 돼요.” 혼잣말도 하면서. “욕심이십니다. 쓰신 구절처럼 따님의 안목을 믿으셔도 될 것 같아요.” 또 대화하듯 책에 메모한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 아들에게도 이런 남자가 되라고 전하고 싶고, 나아가 이 다섯 가지 기준은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나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이렇게 조곤조곤 따지지 못하는 나로서는 아들에 대한 믿음으로 네가 좋아하는 사람 좋아해 줄게 하든가 서로 사랑으로 그런 사람이 되어가도록 하라 할 것 같다.
딸 이야기는 꽃 이야기로 이어졌다. 별을 닮은 호야꽃으로, 한 번 두 번 이어진 행운이 어느새 확고한 믿음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말의 기운이었을까 함께 더불어 피는 꽃처럼 가족들이 모여 바라봐 주어서일까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었으니 희망의 상징이 될 만했다. 그래서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신 아내분의 건강도 흥부의 까치처럼 물어다 주기를 기도해본다.
동지애로 삶의 항해를 같이 해쳐온 전우^^애로 나이 들어가시고, 어떤 사윗감을 맞으실지, 그리고 늦둥이 따님의 사랑 이야기 등 지나온 시간에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진다. 생로병사를 겪어야 하는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이어가고 채워갈지 기대된다.
에필로그를 보니, “이렇게 우리는 작가가 된다.”가 있었다. 한 기관의 취지에 따라 평범한 직장인들이 ‘역량이 강화’되고, ‘글힘’이 커져 마침내 작가가 된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한 번쯤 가졌을 생각들이 계기를 맞아 성취를 이룬 것이다. 꿈이 꿈으로만 머물다 사라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결실을 이루게도 되는 것이었다. 우리의 삶도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함께 모여 결과물을 이루어 내고 마침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삶이 또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만남들은 책을 통해서 더욱 풍요로워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이번에 나 자신이 그들의 글을 만나 그들을 새롭게 체험했듯이. 그래서 그들도 응원하고 나 자신도 파이팅하며,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도 응원한다. 산다는 것, 이런 게 아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