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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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맞춤 클래식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 41번째 이야기는 일본이 근대화를 내세웠던 메이지 시대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며 작품 속에서, 또 작품 밖에서 근대 지식인으로 고뇌하며 살았던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 소설 《도련님》입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이 셰익스피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00년에 <아사히 신문>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천 년 동안 가장 인기 있는 문학가'에 1위로 선정된 바 있는 백 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일본 최고의 작가로 우뚝 서 있는 작가입니다. 그가 됴코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뒤 마츠야마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한 경험은 이 책 《도련님》의 바탕이 되었다고 하네요.

 

《도련님》은 주인공 '나'가 서술해 나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이지만, 제목은 키요 할머니의 시선으로 붙여져 있습니다. 키요 할머니는 구시대의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여기서 '도련님'은 주인 아들을 높여 부르는 호칭입니다. 도련님인 '나'는 시시때때로 문제를 일으키는 말썽쟁이이지만 어릴 적부터 '나'와 함께 지낸 가정부인 키요 할머니는 '나'를 추켜세워줍니다. 늘 성격이 올곧고, 마음가짐이 좋다고 칭찬해주지요. 주인공 '나'에 대한 이러한 키요 할머니의 마음이 제목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보면 좋을 듯 싶네요.

 

'나'는 어릴 때부터 늘 말썽을 부렸지요. 친구의 조롱에 이층 창문에서 뛰어내리거나 새 칼을 자랑하기 위해 손가락을 실제로 긋는 등 온갖 말썽을 부려 아버지는 '나'를 구제 불능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키요 할머니는 언제나 '나'의 편입니다. 키요 할머니는 '나'가 떡하니 집을 지어 독립하면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해왔지요.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나'는 혼자가 되요. 키요는 '나'가 집을 살 때까지 조카 집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나'는 섬마을 수학 교사로 부임하게 되지요. 이 소설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선생님이 된 나는 학교에서 각양각색의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자그마한 학교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으며 여기에서 독자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게 됩니다.

 

속을 알 수 없는 교장 '너구리', 겉으로는 교양과 문화를 떠벌리지만 위선적이고 간교하기 짝이 없는 교감 '빨간 셔츠', 윗사람에게는 덮어놓고 아부부터 하는 미술 선생 '알랑쇠',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수학 선생 '돌풍', 한없이 예의 바르지만 얼굴이 하얗고 힘없어 보이는 영어 선생 '끝물', 골동품을 속여 팔려고 갖은 애를 다 쓰는 하숙집 주인 (본문 223, 224p)

 

《도련님》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은 거짓, 위선, 비겁하고 간교함의 인간들과 선한 의지를 지닌 '나', '돌풍'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키요 할머니가 알아봐주었던 '나'의 올곧은 마음가짐은 돌풍과 만나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권력자에 대항하여 통쾌한 복수를 해주는 비권력자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우리가 고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사실 악당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비겁하고 거짓과 위선을 가진 인간들일 뿐이지요. 그러나 정직, 인간다움이 점점 상실되어 가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나'는 마치 영웅처럼 보여집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저로써는 그런 부정, 위선 속에서도 '나'와 같은 행동을 취하지 못하기에 -나 또한 비겁한 인간이기에- 더 정의로워 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뉴스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거짓, 위선, 부정이 난무한 권력자의 횡포에 힘들어했습니다. 이제는 정의가, 정직이 상식이 되는 나라가 되면 좋겠네요. 우리 주변에 '빨간 셔츠'와 같은 사람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거짓에 당당한 '나'의 무모함이 통쾌한 이야기였습니다. 더불어 현진 국어 선생님의 꼼꼼하고 풍성한 해설로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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