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우체통 마음이 자라는 나무 13
실렌 에드가르.폴 베오른 지음, 곽노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 <시월애><동감><더 폰> 그리고 이번에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그널>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시간의 간극에 있습니다. 편지, 전화, 무전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과거와 미래의 연결이란 설정은 스토리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지요. 언급했던 작품들은 1년에서 길게는 21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보여주고 있어요. 헌데 여기 1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보여주는 청소년 문학이 있습니다. 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 <<수상한 우체통>>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편지를 매개체로 해서 100년이라는 시간을 서로 연결해주고 있는데요, 여기서는 100년 전과 후의 십대들의 고민과 시대상을 볼 수 있으며 제1차 세계 대전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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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일 가난한 도시 랑에서 사는 아드리앵은 어린시절 아드리엥과 마리옹에게 둘도 없는 아지트인 공동묘지에서 마리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아드리앵은 데이트하기 최적의 장소인 이곳에서 마리옹에게 고백하기로 중대한 결심을 했지요. 헌데 마리옹이 나타날 시각에 마리옹은 아드리앵에게 프랑크 오빠가 키스를 했다는 문자를 보냈네요. 반면 100년전인 1914년 1월 1일 하드리엥은 새해 첫날부터 묘지에 쌓인 눈을 치우라는 아빠 때문에 묘지에서 오게되고 16쪽짜리 잡지 <납작코>를 읽고 있어요. 하드리엥은 계속 공부해서 더 많은 지식을 쌓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하고 싶지만 농부인 아버지는 반대하고 있어요. 일 년 전부터 사귀고 있는 시몬은 그런 하드리엥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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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옹이 프랑크 형이랑 데이트 하는 것에 화가난 채 집으로 돌아온 아드리엥에게 엄마는 기억도 가물가물할 만큼 오래전에 본 사촌 형 하드리엥 르락에게 새해 카드를 써서 보내라고 합니다.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멋진 카드를 사 보낼 여유도, 이유도 없었기에 아드리엥은 거짓말을 보태 우쭐한 내용을 담아 썼지요. 카드를 보내기 위해 제일 가깝지만 십 분쯤 가야 하는 우체통에 가려던 아드리엥은 집 앞에 새 우체통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요. 흔한 노란색이 아닌 파란색 우체통이었지만 큰길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우체통에 편지를 넣지요. 그리고 그 편지를 '하드리엥 르락'이 아닌 '하드리엥 노르티에'에게 도착합니다. 하드리엥은 잘 모르는 사촌 이름, '깜놀'이라는 도통 알 수 없는 단어가 담긴 편지지만 답장을 하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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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우쭐대는 편지가 오고가던 중 하드리엥은 속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고민을 담은 편지를 주고받게 됩니다. 그러던 중 두 사람 사이의 시간의 간극이 100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드리엥은 1914년에 곧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하드리엥 형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전하게 됩니다. 아드리엥은 위험에 빠진 하드리엥을 구하기 위해 1914년 전쟁에 대해 알아보는 데 온 힘을 쏟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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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펑, 펑! 삼 년 내내 전투는 계속됐어요. 토지는 황폐해져갔어요. 전쟁통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피난을 떠나야 했고요. 독일의 프랑스 점령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겠이요. 민간인 학살과 기근이 난무했어요. 점령군은 수천 명의 남자들을 잡아 독일에 있는 강제 노동 수용소로 보냈어요. 일부는 밭에서 강제 노역을 해야 했지요……. 배고픔에 떨며 새벽부터 밤까지 죽도록." (본문 162p)

"전쟁이 끝난 뒤 생존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내가 살던 마을과 집이 모두 사라지고 폐허로 변한 모습을요. 돌도 나무도 길도 사라져 버린……. 마치 무언가 송두리째 할퀴고 지나간 듯했겠지요." (본문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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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과 2014년의 세상은 많이 다릅니다. 폐렴으로 인해 목숨이 오가는 1914년과 달리 2014년은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아가지요. 어린이들 역시 공부보다는 집안 일을 도와야 하는 1914년과는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두 세계의 역사는 하나로 이어져 있었어요. 또한 시대의 차이와 상관없이 학업, 진로, 연애, 부모와의 갈등 등이라는 10대들의 고민은 다르지 않았지요. 역사에 대한 관심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1914년 제 1차 세계 대전에 대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까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시간의 간극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두 사람의 우정을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역시 오랜 역사의 연상선이며 그 역사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재미있는 소재와 함께 시작된 이야기는 생각과 달리 더 크고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어요. 이 책은 이렇듯 청소년들의 고민, 역사 이야기가 판타지를 통해 잘 버무려진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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