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비가 오면
현현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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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폴리오는 네이버에서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팬들의 커뮤니티로 일러스트레이션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전시, 연재하며 창작자들이 대중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소통 창구라고 한다. 그중 스트로픽은 창작자들의 그림을 일정한 주제 하에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연재하는 코너인데 <<파리에 비가 오면>>은 그라폴리오의 인기 스토리픽 중 하나로 수백만 건에 이르는 조회수와 4만 회 이상의 '좋아요'를 얻은 작품으로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이 독자들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얻었단다. 내가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러한 작품에 대한 신뢰도도 있었고, 눈길을 끄는 책 제목과 삽화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이력이었다. 작가 현현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때 회사원으로 지냈지만 뒤늦게 그림을 시작해 늦깍이 그림쟁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용기, 꿈에 대한 열정에 대한 부러움과 감탄이 책에 대한 호감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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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in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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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를 좋아하는 건

비를 통해서만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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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상에 그쳐버린 나의 옛사랑

난 늘 비를 생각한다. (본문 70p 'Walking in the Rain'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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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비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며 좀더 성숙해져가던 시기에 비는 유독 그리움을 가져다 주었고, 나를 센치하게 만들어 주었다. 회사 동기와 함께 근무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주륵주륵 내리는 비가 정면으로 보이는 커피숍 창가에 앉아 감상에 빠져있던 때도 있었으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가 오늘 이 책과 함께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비는 정말 그리움인가보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 그리움……. 낭만적인 장소 파리에 내리는 비 그리고 사계절 속에 옛 연인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아낸 저자는 서정적이란 이것이다, 감성적인 것은 이런 것이다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수채화 풍의 삽화는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으니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잠시동안 그 기억과 추억 속에 잠겨볼 수 있을 듯 싶다. 진한 밀크 커피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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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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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도 아직 비를 좋아하나요?

비는 내가 유일하게 그대를 만나고

맞이하는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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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이유

내가 사랑하는 이유

그대가 그림이 되는 이유처럼… (본문 37p '비가 내리는 이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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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헤어지고 혼자 남겨진 이가 옛 연인을 그리워하고 그와 함께했던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슬프고 어두워야 할 듯 싶지만, 정작 이야기는 모두가 위로받을 수 있어 따뜻하기만 했다. 사랑의 기억을 안고 있는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다, 이별의 아픔보다는 사랑했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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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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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보면 생각에 잠겨요

누군가 떠오르고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슴속에 벅차올라 이내 감격하고 또 감동하곤 하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요

문제는 우리가 비를 보고 있을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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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에는 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어요

누군가 지어준 집도 있고 밥을 주는 사람도 여럿 있죠

비가 올 때면 그들은 늘 비를 보고 있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다가가도 피하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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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부럽기도 해요 (본문 111p '비 구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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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시국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은 팍팍하고 사막하고 우울하다. 더욱이 이 찬 가을 날씨로 인해 더욱 쓸쓸해지는 요즘이다. 그럴 때 이 책이 단비가 되어 팍팍한 마음에 촉촉함을, 옛 기억이 따뜻함을 전해줄 것이기에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라 권해본다. 지금의 나는 '나도 한 때 그런 열정을 가진 때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잠시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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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파리에 비가 오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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