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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아라
이승민 지음 / 새움 / 2016년 9월
평점 :
"모든 사람들이 숱한 욕망과 애욕에 얽혀 삽니다. 그것이 업보라면 어쩌겠습니까." (본문 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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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모티브로 삼은 이승민 작가의 <<스칼렛 오아라>>는
불온한 욕망을 가진 낮과 밤이 다른 한 여자의 이중생활을 담은 소설이다. 이승민 작가는 십여 년 간 다수의 잡지사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소설가 성석제로부터 '자기 연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도구인 성찰과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평을 받은 바 있는데
이러한 자신의 경험은 소설에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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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스물여덟 살의 작가 오아라. 그녀는 신춘문예 도전 4년 만에 경쟁률이 덜한 지방 일간지를 통해 등단하게 되었지만 나흘 후
식당에서 일을 마치고 밤늦은 시각 집으로 돌아오던 엄마는 어둡고 외진 골목에서 쓰려져 요양병원 중증 격리병동에서 인형처럼 누워지내게
된다. '문학과 미래 편집부 김순옥'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아 단편을 쓰지만 김순옥은 그녀의 작품을 못마땅해하고 수정을 요청한다. 당선이후 모든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던 순진한 상상은 엄마의 병원비 독촉과 당선이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일상으로 물거품이 되었으며 하나의 불씨가
되어줄 원고 청탁에 심혈을 기울여 써 보냈던 작품이 누더기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오아라는 삶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플랜 ABC를
실행한다. 엄마 병원비 때문에 푼돈이라도 벌고자 했던 논술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학생의 아버지이자 성형외과 의사인 김중권이 플랜 A, 예술인
복지재단에 복지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이 플랜 B, 그리고 오피스걸인 스칼렛이 되는 것이 플랜 C이다. 플랜 AB는 플랜 C를 실행하기
위함이며, 플랜B를 위해 장편소설을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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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삶이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내 삶과 이어지는 일은 늘 예기치 못한 이유로, 이외의 순간에 일어난다. (본문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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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순옥은 오아라의 작품을 몇 차례 수정을 요청했다가 오아라에게 오히려 거절을 당하자 편집주간이자 유부남인 짝사랑하는 윤석향으로부터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때마다 김순옥은 동거남이자 사모님들로부터 스폰을 받아 생활하는 노아에게 성적욕망을 풀어낸다. 늘 사모님들로부터 을의
관계에서 생활하며 쿨한 태도에 대한 근원적인 동경을 갖고 있던 노아는 우연히 스폰을 구하는 스칼렛의 글에서 느껴지는 당당함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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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환상으로 오아라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김중권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오아라와의 미래를 꿈꾸지만 오아라는 그가
건네는 상품권보다는 명품백을 원한다. 그런 오아라에게 돈을 주며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남자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오아라에게 호감을 느끼는 노아와
함께 오아라는 낮과 밤의 다른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지속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더 피플>지로부터 인터뷰 제안을 받게 되고,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작가로 발탁되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김순옥으로 인해 그녀의 생활은 또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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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욕망이 간절해지는 만큼 엄습해오는 불안과 두려움의 크기도 증폭된다는 것이다. (본문 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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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렇게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스칼렛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작가 오아라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아라가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해 초암 스님을 찾아가게 되고 혜광 스님과의 만남을 그려낸 부분은 그 욕망에 대해 좀더 깊이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오피스걸 스칼렛이 돈을 벌어야 작가 오아라가 살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구든 그 욕망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우리 모두는 욕망에 의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풍요로운 삶이든 꿈꾸던 환상이든 그 무엇이든간에 말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던 김중권이 작가에 대한 환상으로 오아라와의 미래를 꿈꾸는 것 역시 욕망아니겠는가. 그러나 김중권은 오아라의 욕망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 우리 모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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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읽을 수 있을법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아낸 욕망이라는 소재는 묵직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욕망이 그리 나쁜 것만 아닐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희망도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테니. 이렇듯 이 소설은 욕망의 다양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각자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을까? 이 소설은 이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