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엠마 힐리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해 '놀랍다'라는 말 외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2013년 런던 북 페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아홉 개 출판사의 구애와 텔레비전 판권도 팔린 엠메 힐리의 데뷔작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에 대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이 말 뿐이다. 스토리, 반전, 미스터리, 탁월한 심리 묘사 등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더군다나 스릴러 장르 속에 주인공 82세의 치매에 걸린 모드 할머니를 통해 치매가 가져온 비통한 가족의 삶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도 주목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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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적어두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엘리자베스가 실종됐으니, 진상을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다. (본문 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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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할머니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슈퍼에서 무엇을 사려고 했는지는 기억 못하는 것은 기본이요, 딸 헬렌과 손녀 케이시를 알아보지 못할 때도 다반사다. 이런 그녀의 기억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은 그녀가 써놓은 쪽지가 전부이다. 이렇게 모든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그녀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한 가지는 친구인 엘리자베스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딸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왠일인지 헬렌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경찰서도 마찬가지다. 모드가 직접 엘리자베스의 집을 찾아가보지만 엘리자베스를 찾을 수 없었다. 마치 70년 전 수키 언니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깨진 접시로 인해 모드의 기억 저편의 한 조각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이제 이야기는 엘리자베스를 찾는 모드의 현재와 70년 전 가방만 남긴 채 사라진 수키 언니를 찾는 모드의 기억이 번갈아가며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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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독자는 엘리자베스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수키는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모드의 기억을 따라 답을 찾으려 한다. 우리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과거의 이곳저곳의 시간을 오가며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모드의 기억을 쫓아 쉼없이 이동하게 된다. 왜 헬렌은, 경찰은 엘리자베스가 실종되었다는 모드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일까? 단순히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헛소리일 뿐이기 때문인가? 사라진 수키는 어떻게 된 것일까? 남편인 플랭크, 모드네 하숙하고 있는 더글러스는 수키의 실종과 관련이 없을까? 이러한 수많은 의문과 함께 소설에 대한 흡입력은 점점 강해진다. 놀라운 흡입력으로 쉴새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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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는 이처럼 현재와 과거에 실종된 두 명에 대한 치매 노인 모드의 기억에 의존해 쫓아가는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 소설에서 기억해야할 것은 또 하나 있다. 치매가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작가가 너무 실감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 가족 중에는 치매를 앓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어느 날 그녀와 함께 차 안에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내 친구가 실종됐어"라고 한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치매를 앓고 있던 아버지는 날 알아보지 못했고 아주 오래전 기억에 매달려 계셨다. 내가 이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었기에 너무도 실감나게 그려낸 치매 가족에 대한 심리 묘사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기억을 쫓아 실종자를 찾는다는 소재가 주는 신선함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거기에 스릴러는 덤이다. 혹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놀랍다'는 표현외에는 할 수 없다는 내 표현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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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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