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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피시볼」은 2014년 런던 도서전에서 출간도 되기 전에 크게 화제를 모은 작품. 어항에서 탈출한 금붕어의 도전적이고 위험천만한 추락여행을
큰 기둥으로, 아파트 '세빌 온 록시'에서 벌어지는 인간 세상의 주요 순간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의 불교적인 세계관이 이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슬프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진 작품 (책 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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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캐나다 유명 문학상인 2016 조지 버그넷 어워드 수상작이자 알베르타 리더스 초이스 어워드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작품으로 아파트
'세빌 온 록시'의 27층에 사는 금붕어 이언이 어항에서 탈출한 금붕어의 도전적이고 위험천만한 추락을 큰 줄기로 하여, 사랑과 이별, 탄생과
죽음 등 세빌 온 록시에서 벌어지는 인간 세상의 주요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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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가 하나 있다. (본문 9p)'로 시작하고 있는데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표지 삽화와
제목과 달리 철학적 의미가 가미되어 의외의 느낌을 준다. 소설 내용중에는 금붕어의 철학에 대해 쓰여져 있는데 심도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그저
유머로 가볍게 넘기지 않기를 바란다. 앞서 언급된 상자는 바로 '세빌 온 록시'라는 이름을 가진 아파트다. 여기 27층 발코니에 놓은 어항
속에는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즐겨온 이언이라는 수컷 금붕어가 위험천만한 추락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중 감옥에서 탈출할 기회가 생기는
54장에 가서야 이언은 발코니에서 떨어지는데 저자가 이언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은 이언은 인간들을 한데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며, 물고기의
지적 능력으로는 시간과 공간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은 줄이고 행동하라'라는 금붕어의 철학에 따라 자유를 갈망하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중으로 튀어 오른 이언이 이내 바닥을 향해 곤두박칠지기 시작하면서 세빌 온 록시 앞 인도와 맞닥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초였지만 이 순간에 상자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순간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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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사랑에 빠지는 케이티는 지금 만나고 있는 코너 래들리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세빌 온 록시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아파트에서는 바람둥이 코너는 다른 여자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기술이 전혀 없는데도 인내심이 강한 아파트 관리인 히메네스는 엘리베이터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또한 막 진통을 시작한 임산부 피튜니어 딜라일라, 여장을 하는 남자 가스, 은둔형 외톨이 클레어, 홈스쿨링을 하는
허먼 등이 각자의 칸에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자유를 갈망하며 탈출한 이언이 추락하는 찰나의 순간에 아파트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타인과 교류하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었던 이들의 삶이 각자 인물들이 겪는 해프팅으로 인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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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었던 클레어는 피튜니아 딜라일라의 아이를 받아주기 위해 노력했고,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의식을 잃었던 허먼 역시 피튜니아
딜라일라의 아기가 나오는 걸 도와주며 탄생을 목격했으며, 가스의 집 싱크대를 고치러 온 히메네스와 드레스를 입은 가스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느끼게 되었다. 혼자였던 이들이 함께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혼자 살지 않으며 우리가 서로의 삶을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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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희미해지는 빛 속에서 그 그림자에 묶인 채 서서, 그 누구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목격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인생을 함께 살아간다. 건물은 말 없는 파수꾼처럼 이 사실과 그 외의 모든 것을 지켜본다. (본문 3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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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각자의 상자와 각자의 칸에서 고립되어 혼자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기에 '함께'사는 것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에게 관여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오롯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이언의 추락이라는 큰 줄기에서 발생하는 상자 속 사람들의 사랑과 이별, 죽음과 탄생 등 인생의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
이 소설에서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중요한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물론 혼자였던 이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이 책의 인물들을 통해 그 용기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권해보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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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이 어항에서 물병까지 떨어지는 데는 4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의 마법을 목격했고, 사그라져가는 사랑의
고통을 느꼈다. 4초가 안 되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욕정의 짜릿한 전율과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경험했다. 자각과 자기 회의, 세상에 첫발을 디딘
새로운 생명, 그리고 고장 난 엘리베이터가 고쳐지는 희열이 있었다. 화재의 위험과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키시 요리 비법이 있었다. 이외에도
아주 많은 것이 있었다. 한 사람은 평생의 시간을 살지만, 세빌 온 록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는 4초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몇몇 순간들을 목격했고, 이 도시에, 이 건물에 더 많은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본문
373,3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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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피시볼'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