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 지음,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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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인기리에 방영중인 듯 하다.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지는 않지만 종종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하다보면 이 드라마가 무척 궁금해진다. 김우빈, 수지라는 선남선녀의 주인공을 내세웠으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드라마는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던 중 소담출판사의 <<함부로 애틋하게>>의 출간소식을 접하게 되었으니 나로써는 이 책을 읽을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사실 책 제목만 본다면 독자들의 상당수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아닐까, 라는 착각을 할 듯 싶다. 하지만 이 책은 글과 그림을 담은 감성 에세이로 2012년 출간되었던 초판에 실린 글과 그림을 엄선하여 새롭게 출간된 책이다. 드라마를 기획한 이경희 작가는 제목을 고민하던 중 '함부로 애틋하게' 시를 발견하고 드라마 제목으로 차용했다고 한다. 원작 소설을 읽고 싶었던 독자들이라면 처음엔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일단 읽기 시작한다면 드라마보다 더 애틋한 사랑과 호기심, 설레임 등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음에 감사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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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애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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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비싸도 좋으니 거짓

이 아니길 바란다

나는 네가 싸구려라도 좋으니 가짜가 아니기를 바란다

만약 값비싼 거짓이거나 휘황찬란한 가짜라면 나는 네가 나를 끝까지 속일 수 있기를 바란다

내 기꺼이 환하게 속아 넘어가주마

함부로 애틋한 듯 속아 넘어가주마 (본문 26p)=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처 부치지 못한 수줍고도 당돌한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정유희가 그려내는 알싸한 글을 접하는 순간, 사랑의 정체를 알고 싶어 안달하는 소녀와, 사랑의 실체를 가슴 시리도록 체득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 함께 어른거린다. 더불어 권신아의 아름답고 판타스틱한 삽화들은 우리가 끝내 이루지 못한 꿈같은 사랑의 모습을 재현한다. 작가 임경선 (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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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다고 720일 전즘으로 가까이 오지 말아요

저번처럼 겨우 냉동시킨 좌심실이 또 데일라 (본문 30_벌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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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24개월 할부 말고 일시불로 내게 와줘 (본문 34p_Turntable sp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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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라는 기록을 완전하게 삭제할 수 있는 확률은 네가 사막에서 고래를 잡을 수 있는 확률만큼 미미해 (본문 60p_ It's not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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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 풍부했던 사춘기 시절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와 같은 시집에 빠져 있었을 때가 있었다. <<함부로 애틋하게>>를 읽다가 이 시집이 생각난 건 책을 읽으면서 말랑말랑한 감성이 생겨난 탓이리라. 싯구 한 구절에 이렇게 설레일 수 있는걸까? 사춘기 그 시절, 수업 시간에 교과서 밑에 펼쳐놓은 원태연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담아냈던 수많은 감수성들이 이렇게 되살아날 수도 있구나. 그 옆에 그려놓은 그림들이 그 감수성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듯 싶다. 사랑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글이 또 있을까? 그 글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만큼 사랑을 설레이고 애틋하게 그려낼 수 있는 그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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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 안 해도, 서로 이거 하난 확실히 알고 있지

서로의 존재를 서로만큼 완벽하게 장악하는 중력은 태양 뒤에서도 찾지 못하리라는 것을… (본문 106p_완벽한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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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글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함부로 애틋한 사랑을 너무도 아름답게, 설레임으로, 몽환적인 느낌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드라마에서 담아내는 감수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성한 감정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아직은 소녀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참 설레여지는 책이었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애틋해질 수 있는, 어린시절 순수한 사랑을 꿈꾸웠던 그리운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함부로 애틋해지는 책이다. 사랑의 감정이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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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함부로 애틋하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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