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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플로르 바쉐르는 내게는 좀 생경한 작가이지만 그의 데뷔작 <도시의 소녀>는 푸케 데쿠르베르트상, 이후 <내가 세기를
청산하는 방법>은 장 아밀라-멕케르상과 라이온스클럽 문학대상을 수상한 저력있는 작가였다. 특히 이 책 <<조직된
한패>>는 엥텔랄리에상(Prix Interalli) 최종 후보작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고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 나갈 만큼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고 하니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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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플로르 바쉐르는 이 소설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경제나 금융을 도통 모른다는 것이 갑갑했다. 그런데 그것들이 도처에 관여하고 모든 걸 지배하고 있다. 나는 무엇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지가 흥미로웠고,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리고 싶었다. 모든 진실을 말하는 건 쉽지 않으나, 소설이야말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말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다.'라고. (본문 3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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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된 한패>>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럽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월스트리트 금융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경제 스릴러 소설로 경제나 금융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용어도 생소했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탐욕의 상징이 되어버린 윌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미국 다국적 투자은행 폴만팍스에서 유럽 금융협상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세바스티앙은 CEO
캠플린으로부터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폴만팍스를 위해 일하느라 아버지로서 쌍둥이 아이들을 혼동했고, 남자로서
아내 곁을 지켜주지도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걸 시간도 없었던 그에게 이 사건을 잘 해결한다면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게 된다.
중책을 안고 돌아가는 길에 세바스티앙은《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실린 새벽녙 트레이더 한 사람이 센트럴파크 저수지에 익삭체로 발견되었으며 FBI는
이를 두고 복수에 의한 살인을 의심하고 있다는 기사와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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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세바스티앙과 그의 6명의 대학 동창들 - 경제신문사《비지니스 데이》의 기자 클라라, 클라라의 남편이자 재경부장관
비서실장인 베르트랑, 기업현상그룹《퓌블릭》의 홍보전문가 바네사, 부실자산 금융전문가로 은행을 고쳐 주는 의사인 제레미, 제레미의 아내이자
클라라의 절친 앨리슨, 출세지상주의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고독한 해커 앙투안-이 연루되어 고군분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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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대부분은 인생의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자신은 물론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가, 불현듯 아이폰에 볼모로 잡힌 작업에 회의를 느끼고
삶의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린 걸 발견한다. 언제 성공의 다리에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안락한 삶 뒤에
감추어진 죽음과 어둠의 세력을 깨달으며 살아 있으면서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좀비 상태가 된다. 그런 그들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직
미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본문 3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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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조직된 한패>>는 일곱 대학 동창들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생소한 경제 용어와
내용으로 쉽게 읽히는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세바스티앙의 죽음과 문그리스 회계 장부의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스토리는 점점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권력자의 부패, 부조리가 신랄하게 보여지고 있는 이 작품에서 저자는 '전 세계를 주목시킨 최악의 금융 사태와
그리스 사태 배후에 어떤 결탁이 있었는지를 파헤치고, 그로 인해 파생된 온갖 피해는 모두 국민들의 몫이 되었으며, 실제 사건을 조작하고 가담한
이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음을 역설(출판사 서평 中)'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