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칼럼 - 남무성, 볼륨 줄이고 세상과 소통하기
남무성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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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남무성을 알게 된 것은 <Paint It Rock>을 통해서였는데, 이 책은 뮤지션과 음악평론가 그리고 마니아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음악 분야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으로 나에게는 록에 대한 역사를 배우고, 록에 대한 편견을 깨우칠 수 있어 소장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다음날 보낼 칼럼 소재를 고민하던 자화상을 담은 <<한잔의 칼럼>>을 펴냈다.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던 칼럼 중에서 선별하였으며 또한 새로 쓴 몇 편을 보탰는데, 칼럼이기 때문에 감성적인 에세이와는 다르고, 그렇게다고 무거운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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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그다지 변화무쌍한 게 아니어서 사소한 찰나를 되새겨보는 정도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그래서 그런 작은 재미, 작은 사유를 나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유해보고자 한다. (본문 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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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잡지 편집장, 작가, 프로듀서, 영화감독, 재즈카페 사장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에 우리의 일상과는 다른 이야기가 많은 듯 싶지만, 그가 풀어낸 이야기도 그저 사는 이야기들이었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바쁜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사유들을 발견하게 되는 뜻밖의 행운을 얻게 된다. 이 책은 [음악 인생에, 한잔][어제와 오늘에, 한잔][전원생활에, 한잔] 총 3부로 나누어 디스크자키 성시완 씨가 진행했던 '음악이 흐르는 밤에' 라디오를 들으며 꿈을 키웠던 자신이 자신의 칼럼에 꿈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고등학생의 댓글을 보며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는 이야기, 버스 승차권 사야할 돈까지 레코드판에 투자하며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LP판에 벽장 속에 숨겨 놓았던 것을 어머니에게 들켰지만 오히려 "음악 듣는 건 좋은 취미다"라며 오디오를 구입해주셨던 어머니의 혜안을 담은 이야기, 즉흥 연주와 자유와의 상관관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본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동체라는 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본 컴퓨터 프로그램보다 우월한 인간의 이성과 감성 이야기 등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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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읽은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한 사람의 지식과 경험이 세대를 거듭해 전해지고 다른 이의 앞날을 비춰준다는 건 가장 보람된 일'이라는. (본문 13p)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낡은 LP 소리를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음악은 가슴으로 남고 오랫동안 되새겨진다. 음악은 인스턴트가 아니다. (본문 29p)

누구나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과연 내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장면들을 보게 될까 생각해봤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우울하기보다는 제법 재미있다.

좋았던 기억들을 한 페이지씩 들춰내다 보면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사소한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일상의 것들을 더 자세히, 열심히 봐둬야겠다. (본문 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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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부담없는 짧은 단편들이지만 사유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물론 책 제목처럼 여기에 한 잔을 곁들인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한잔의 만화] 코너를 통해 보여준 유머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리라. 사소한 것들에게 대한 소중함을 자꾸 잊으며 살아간다. 늘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웃음과 공감과 사색이 함께 공존하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음악과 시에 관한 언급으로 호기심을 갖게되는 점도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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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밝게 빛나는 북극성에 먼저 시선을 빼앗기지만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는 별들이 찾아와 줄 때 더 반갑다. 실은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일 뿐 별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본문 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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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한잔의 칼럼'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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