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 - 유럽 출산율 1위, 프랑스에서 답을 찾다
안니카 외레스 지음, 남기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극심한 취업난, 경제난으로 인해 요즘 청년층을 두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 표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집,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세대'라는 말도 생겨났으니 취업난과 경제난으로 인한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로인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정부가 저출산에 대한 여러가지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기준 1.24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저출산은 취업난, 경제난으로 인한 청년층의 이러한 부분도 문제이지만 출산과 육아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한 한 몫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개인적인 자유시간마저 사라져 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실정은 아닌 듯 하다. 독일 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 안니카 외레스가 전하는 독일의 출산과 육아의 이야기는 흡사 우리나라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 듯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일과 양육을 조화롭게 병행하면서 살고 있는 프랑스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독일에는 젊은 나이게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늦은 나이에도 아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흔하고, 마흔이 넘어서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여자들보다 덜 걱정한다. 게다가 여자들은 직업에 대한 걱정이 많아서 임신을 포기하거나, 30대 중후반에 이르러 결혼 경험이 있는 남자들을 만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결국 야심이 많은 여자들은 안정된 직장이 있고 부양 의미가 있는 이혼남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남자들은 아이를 더 이상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사회에 걸림돌이 된다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본문 37p)

안정된 직장이 있을 때 아이를 낳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독일의 이야기는 이처럼 우리와 상당히 닮아 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독일과는 달리 프랑스는 '아이를 낳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말의 의미 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독일과 프랑스의 정부의 정책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었다. 독일은 부부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만 프랑스는 출산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독일 정부와는 완전히 다르다. 결혼은 경제적인 안정을 가져오는 안식처가 아니며, 남편은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아바 또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프랑스 여자들은 남편의 직업보다는 자신의 직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5세 미만의 자녀를 키우면서 정규직으로 직장에 다니는 프랑스 여성의 수는 독일의 세 배에 이른다. (본문 51p)

프랑스 여자들은 엄마 역할에 부족한 점이 있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엄마 역할과 동시에 한 남자의 안내, 직장인, 친구, 동생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 271p)

프랑스인들은 마음에 여유와 기쁨이 있는 부모의 자녀들이 가장 행복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독일 부모들이 추구하는 '완벽한 엄마'라는 이상이 아닌 '항상 훌륭한 엄마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독일 역시 자식을 최고로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시달리고 있는데, 프랑스 역시 독일과 다름없이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타인을 경쟁자로 인식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라며 또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할까 봐 걱정하지만 프랑스 부모들은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잡과 학교를 굳게 믿고 있다. 이처럼 독일과 프랑스는 부모들의 사고방식과 정부의 정책적인 면이 확연히 다르다. 프랑스는 육아와 교육은 정부가 책임진다는 의식 전환이 있고, 부모들은 걱정없이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기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엄마의 역할이 늘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역할에 부족함을 받아들임으로써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안 그래도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많은 부모들에게 '아이를 더 낳으세요!'라는 국가의 요구는 황야의 외로운 목소리일 뿐이다. 본문 135p)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저출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3포세대니, 5포세대니 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청년층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또한 무한 경쟁으로 인한 조기교육은 경제적 부담이 되는 사교육비를 조장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보육시설의 문제점은 프랑스처럼 아이를 마음놓고 보내지 못하는 상황 역시 부모들에게는 육아의 어려움이 된다. 물론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민들의 사고방식의 변화도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정부를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정책과 정부의 사고방식 전환이 더 절실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직장맘으로써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학교와 보육시설의 미비함의 아쉬움을 가져왔던 나로써는 프랑스의 이러한 정부 정책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저출산의 문제, 우리 정부 역시 프랑스에서 그 해답을 찾아봐주길 바란다.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주문이 다시 떠오른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인간은 평생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살지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아나 욕망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행복한 부과 되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본문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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