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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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지식은 없어도,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할지라도 음악은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게 되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그러한 이 '음악'이 전설의 기타리스트 프랭기 프레스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매직 스트링>>을 통해서 말이다. 한때 유명한 로큰롤 스타였던 프랭키 프레스토의 장례식장에서 누군가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통 그 화자는 지인, 가족, 제3자 혹은 자신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지만 이 책의 화자는 독특하게도 그의 재능이었던 '음악'이다. 하긴 그 누구보다도 그가 기타로 엮어 나간 마법에 대해, 그가 깊은 목소리로 사로잡은 사람들에 대해, 그가 여섯 개의 푸른 기타줄로 바꾼 삶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음악 그 자체가 아닐런지. 그렇다면 미치 앨봄이 '음악'을 화자로 하여 프랭키 프레스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 것은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음악이에요. 나는 프랭키 프레스토의 영혼을 위해 여기 왔어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그가 세상에 나오면서 내게ㅐ서 떼어간 꽤 커다란 재능을 찾으러 왔죠.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여물이거든요.

나는 프랭키의 재능을 모아 새로 태어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거예요. 언젠가는 여러분의 재능도 그렇게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게 되겠죠. 여러분이 처음 듣는 멜로디에 흘긋 고개를 들거나 드럼 소리에 발을 두드리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모든 사람은 음악적이죠.

아니면 신이 왜 뛰는 심장을 주었겠어요? (본문 10p)

 

한때 유명한 로큰롤 스타였던 프랭키 프레스토는 최근 페스티벌 콘서트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연주 중에 죽게 된다. 프랭키 프레스토는 생전에 374개의 밴드와 공연을 했기 때문에 장례식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고 음악은 조문객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자 한다. 음악은 그를 알았던 사람들이 연주하는 프랭키의 놀라운 심포니와 그의 이상한 죽음을 해결하고 죽음 직전에 그를 따라다녔던 은밀한 인물도 알아보려 한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화자인 음악의 이야기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터뷰 형식을 빌어 조문객의 이야기가 등장하며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여러분은 여러분의 첫 밴트 틈에서 태어나죠. 여러분의 어머니가 큰 역할을 해요. 그녀는 여러분의 아버지 그리고 형제자매들과 무대를 함께하죠. 아니면 여러분의 아버지는 조명 아래 비어 있는 의자처럼 안 계실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는 밴드의 설립 멤버예요. (중략)

삶이 계속되는 동안 여러분은 다른 밴드에 합류할 거예요. 어떤 밴드는 우정을 통해, 어떤 밴드는 로맨스를 통해, 어떤 밴드는 이웃, 학교, 군대를 통해, 아마 여러분은 같은 옷을 입거나 여러분만이 쓰는 단어에 웃음을 터뜨리겠죠. 또는 무대 뒤에 털썩 주저앉거나 회의실 탁자에 둘러앉거나 배 안의 주방을 가득 메우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밴드에서 여러분만의 파트를 연주하면서 밴드에 영향을 주고 그만큼 영향도 받을 거예요.

그리고 밴드의 운명이 대개 그렇듯 대부분의 밴드는 해체될 거예요. 거리 때문에, 의견 차이 때문에, 이혼 때문에, 또는 죽음 때문에. (본문 25p)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라면 검색창에 '프랭키 프레스토'에 대해 한 번쯤은 검색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의 역사 뿐만 아니라, 프랭키의 재능에 영향을 받은 행크 윌러엄스, 엘비스 프레슬리, 캐롤 킹, 윈튼 마살리, 키스 등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탓에 실존 인물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마련이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검색해봤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검색은 되지 않는다. 너무도 실화처럼 그려낸 미치 앨범에게 제대로 속았다. 프랭키의 일생을 이야기하며 음악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라는 문구를 자주 사용한다. 여기서 음악은 전설의 기타리스트 프랭키의 일생을 이야기하며 그가, 그의 음악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음악가에 한정되는 말은 결코 아니다. 우리 역시 음악과 상관없이 탄생과 함께 수많은 밴드에 합류하고 있고, 그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고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그리고 여러분의 연주는 항상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죠.

가끔은 온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본문 550p)

 

이렇게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밴드 활동을 하고 그 연결들은 우리를 바꾸어 놓는다. 나는 지금 어떤 연주를 통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화자를 프랭키의 재능인 '음악'에 두었다는 점, 실존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존 인물 속에서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사실처럼 느껴지게 한 놀라운 구성력, 그리고 프랭키의 일대기를 보면서 독자에게 지금 어떤 연주를 통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되돌아 보게 하는 필력으로 책을 읽는내내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작품이다.

 

(이미지출처: '매직 스트링'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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