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생일 너른세상 그림책
하영 그림, 이한준 글 / 파란자전거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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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작은 녀석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새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 디자인이 아니라해도 새 것이라면 그냥 무조건 OK이지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세상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겠지요. 이렇게 새 것만 좋아하는 아이지만 오래되고 낡은 물건임에도 소중히 간직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그 물건에는 소중한 기억, 추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누구에게나 이렇게 낡고 오래되었지만 소중한 물건이 하나씩은 있을 것입니다. 추억을 오롯이 간직하는 있는 그 물건은 아무리 낡고 빛바랬어도 넓은 우주와도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이 책 주인공의 구두처럼 말입니다.

 

 

주인공 여자 아이가 작고 빨간 구두를 소개합니다. 아이는 자랑하듯 소개하지만 사실 구두는 한 눈에 봐도 아주 낡아보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낡은 구두를 신습니다. 이 구두는 느릿느릿 산책도, 소풍도 따각따각 어디든 함께 가는 친구니까요. 아이는 코가 벗겨지고 구슬이 떨어져도 이 구두가 정말 예뻐보이는가 봅니다. 구두를 보며 한없는 미소를 짓네요. 엄마는 버리자고 했지만 아이는 울고 버텼어요. 그래서 엄마와 아이는 구둣방을 찾았지요.

 

 

아저씨 가게엔 구두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굽이 닳은 구두, 창이 벌어진 구두, 색이 바랜 구두가 있을 뿐 반짝이는 건 별로 없네요. 아저씨는 아이의 빨간 구두를 수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가 솔로 털자 먼지가 떨어져 나갑니다. 낡은 굽을 뜯고 새 굽을 달고, 접착제를 발라 창을 꼭 붙이고 새 리본도 멋지게 달아주고, 구두약을 솔에 묻혀 헝겊으로 윤을 내고, 손으로 약을 발라 문지르고 또 문질렀더니 구두는 아기처럼 새로 태어납니다. 구두가 빨간 별처럼 빛나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바로 구두 생일날입니다.

 

 

정말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네요. 아주 낡은 구두가 새 것처럼 빛나는 구두가 되었습니다. 저희 동네 재래 시장 한 구석에는 아직도 작은 구두 수선집이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해도 구두 수선집이 여러 곳 있었는데 이제는 한 곳만 남아 있네요.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은 없지만, 그곳을 지날 때마다 구두약 냄새와 구두약이 묻은 이제는 검은 색이 되어버린 하얀색이었을 헝겊을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해 괜히 정겹게 느껴집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코가 조금 닳은, 굽이 약간 닳은 구두를 수선할 생각보다는 새 구두를 구입하곤 했네요. 구두를 버리면서 저의 기억도 함께 잊혀진 것 같아서 이 그림책을 읽고 있자니 왠지 속상해집니다. 새 것만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이 그림책은 낡고 오래된 물건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 기억의 소중함을 선물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 것도 좋지만, 나와 함께한 기억이 오롯이 담긴 물건이 더 소중할 수 있음을 가르쳐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의 낡은 구두에 대한 이야기 <<구두 생일>>은 이렇듯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낡은 구두를 소중히 여기는 아이,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알고 마법을 부려준 아저씨, 그리고 아이에게 되돌아온 행복.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마법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마법처럼 펼쳐졌네요. 구두를 신고 깡충 뛰는 아이처럼 기분 좋아지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구두 생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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