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시민의 조건 - 한국인이 알아야 할 민주주의 사용법
로버트 파우저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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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끄는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을 알기 위해 잠시 살펴보자면, 미국 미시간 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1980년대 초에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그 후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외국어 교육학 교수로 있다가 가고시마대학교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 2008년에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교육과 부교수로 임용되어 한국어 교육 관련 과목을 맡아 학생을 지도했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한국 문화에 관해 집필해왔고 영자 신문인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코리아중앙데일리」 외 주요 언론지에 칼럼을 실었던 그는 2014년에 미국 고향에 돌아가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서울의 재발견』을 공동 집필하고 김흥규의 『한국문학의 이해』를 영어로 옮겼다. 이러한 그가 한국 사회의 현실에 관한 책을 한국어로 출간했다. 이렇게 살펴본 저자의 이력만으로도 굉장히 호기심을 끄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어떠할까? 저자는 30년 넘게 한국과 소통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 앤아버에서 바라본 한국의 현황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이 본 한국'에 관한 책을 쓰는 것에 대해 여러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인생의 반 이상을 한국과 관계를 맺으며 살았기 때문에 한국은 가깝고 아끼는 어떻게 보면 사랑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책이 아니라, 자신과 한국의 인연 속에서 한국을 포용하는 태도로 쓴 미래에 대한 고찰로 담아내고 했다.

 

'헬조선'은 이 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에서 전 세계적 문제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만의 고유한 문제나 한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압축하기로 했다. 이러한 논의를 펼쳐나가면서 한국이 민주화 성과를 존중하면서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할 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열린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 살고 있는 '국민'의 사고에서 공동체 주인으로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본문 10p)

 

이에 저자는 제1장에서 [시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19세기 말 민주주의 사상을 만난 한국이 겪어온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19세기의 사상적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기에 제2장 [19세기의 복잡한 사상 지도]에 그 내용을 담았다. 제3장 [좋은 나라를 향한 열망 : 1980년 경험]에서는 한국과의 첫 만남을 갖게 된 저자가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이 시대 한국은 빠른 변화를 보여주었고 그 많은 변화의 동력은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공감에서 비롯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제4장 [문화 정체성과 조화]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연이 깊었던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그 와중에 IMF를 겪고 극복하려는 한국의 모습을 일본에서 바라본 저자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무척 강하다는 인상 때문에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5장 [존재를 부정하는 사회]는 저자의 서울대 시절을 담고 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했고, 학생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으며 나라 또는 공동체보다는 본인의 앞날만 고민하는 분위기 였으며, 사회 역시 개인에게 공동체 의식보다 스펙만 요구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허망한 사회 분위기가 갈수록 심해졌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렇게 저자는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소통하며 지냈고 3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 그는 제6장 [사람의 가치는 얼마인가?], 제7장 [21세기의 한국인], 제8장 ['제3의 나'와 한국인], 제9장 [미래 시민의 조건]을 통해 미국 고향에 돌아가고 나서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저자 자신이 바라는 것과 그것을 현실화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과제는 공동체 의식 속에 비민주적 집단주의를 민주화하는 것이다.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살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고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몇천 년 동안 그리스에서 내려온 민주주의는 개인의 생각, 개인의 선택, 개인의 책임에 중심을 두므로 개인의 존재를 인식해야 하며 개인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은 미국식 개인주의를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심화히기 위한 조건이다. 그리고 개인이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개인의 안정을 위한 정책을 도입할 수 있다. '헬조선'이라는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희망을 정의하고 행복을 찾는 젊은 세대를 보면 민주주의가 좀 더 깊게 뿌리내릴 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이 든다. (본문 146p)

 

이렇듯 저자는 <<미래 시민의 조건>>을 통해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한국 사회를 이야기하고, 시민과 민주주의의 뿌리, 현재 사회에 미치는 정치 철학을 소개하고, 개인 경험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에 부담을 주는 사회적 자본이 집중된 '강남' 문제와 20세기에 발달한 배타적 민족족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나라의 정체성은 '개인의 자유와 해방'과 '집단의 힘과 번영'이 균형을 이루는 '깊은 민주적'가치관으로 전화되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귀중함과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시민의 관심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 '헬조선', 하지만 그에 대한 해답은 존재하고 있다. 그가 본 한국의 장점은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한국과 소통하며 살아왔던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사회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과거, 현재를 직시하고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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