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를 파괴하라 - 창의력을 만드는 공간 혁신 전략
이동우.천의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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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는 무엇인가? 익숙한 한자어로 말하면 '격자'를 뜻한다. 한마디로 바둑판과 같은 모양, 선과 선이 만나 직각을 이루고 직각 형태들이 모여 방대한 그리드를 형성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피지배 계급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또는 사물이나 현상을 관리하기 위해 그리드 구조를 사용해왔다. 그리드 구조는 기원전 수천 년경 중국에 등장했던 도시에서부터 그리스 로마스시대, 가장 최근에는 미국의 전력 시스템으로 알려진 스마트 그리드까지 관리와 통제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본문 26p)

 

저성장 시대에 많은 기업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경영이론을 참고하여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시대에서도 앞서가는 기업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경영하고 있기에 어려운 시대에서도 살아남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그들이 가진 공통점 중 하나는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열린 공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지난 100년 넘는 기간 동안 기업 경영의 화두였던 관리와 통제라는 관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와 누구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물리적 혹은 제도적 장치를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필요한 다양한 경영 서적이 출간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새로운 리더십, 협력, 혁신, 혁명 등이 중요하다고 저술되어 있다. 저자는 이 말이 틀리지 않으며, 불변의 법칙으로 존재할 만한 것도 있지만 지금 엄청나게 많은 분야에서 일하는 방식이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왜 자유로운 업무 공간을 만들고 있는지, 왜 지금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속 시원한 말 없이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드를 파괴하라>>에서 그 이유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배수진을 쳐라."

  여기서 우리가 바라보는 '배수진'은 바로 공간에 대한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더 크게 바꿀 수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18,19p)

 

  그리드에서는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많은 정보에 오픈되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내 공간 칸막이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과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늘 그리드만 보고 일해야 한다. 게다가 일어나서 주변을 둘어보아도 답답한 칸막이뿐일 것이다. 그렇지만 광장에서는 더 많은 정보에 오픈되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뇌'에 주입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뇌로 하여금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우리 안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창의력을 깨우는 효과가 있다. (본문 357)

 

 

인간은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냐, 또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스탠퍼드 대학교에 일명 '디스쿨'이라 불리는 텅 빈 공간에 대해 전 세계는 디지쿨이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 것도 없는 이 공간은 벽을 움직여 공간을 만들고, 집기를 가져와 공간을 채워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편한 공간이지만,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학생들은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보다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불편하지만, 오히려 그 공간이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허나 디스쿨은 그저 작은 변화의 단면일 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준비하던 프로젝트인 에플의 스페이스십,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만들어놓은 캠퍼스, 거대한 투명 돔을 만들고 이곳에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블록을 쌓아서 일종의 도시 형태를 만들고 있는 구글의 신사옥, 상상력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아마존은 시애틀 도심에 6,000제곱미터의 거대한 정글을 만들고 있다. 또한 이미 전 세계 상업 공간이 기존 쇼핑 공간에서 탈피해 새로운 개념의 '몰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공간을 무한 루프로 만들고 있는 애플, 열린 가변 공간을 추구하는 구글, 몰링형 업무 공간을 만든 페이스북,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밀라노의 텐코르소코모는 새로운 창조 시대로 열견된 관문을 열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들은 기존의 거대 기업이 이러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도록 조용히 전 산업 분야 밑에 전복의 터널을 파고 있는 것이다. (본문 28,29p)

 

이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리드와 탈그리드에 주목해서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가 만들어가고 있는 창의력의 근원점에 도달하고자 한다. 저자는 말한다. 새로운 공간 철학은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부터 대기업, 더 나아가 지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초거대 도시와 국가의 새로운 운영 철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유능하고 의욕적인 직원들을 고용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겠지만, 그 외에도 그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리드와 같은 공간의 형태가 아니라 보다 자유로운 공간 구조와 창발성이 작동되는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요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기업이나 이 책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영화 '인턴'의 사무실 등을 되짚어봤을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회사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용팔이'에서 회장이 된 여주인공이 몇몇 직원들과 일하던 장면을 떠올려보자. 임원과 직원이 아닌, 경영자의 지시 그리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아닌, 칸막이가 아닌 공간에서 그들은 마음대로 자신들의 역량을 펼쳤고 그 결과 타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이처럼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칸막이 뒤에 숨어 지낼 수는 없는 것이다.

 

  도시가 그리드로 만들어져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면 그 효율성을 저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상업 공간에서 시작되어 이제 학교 공간과 업무 공간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이미 공유경제나 공유 공간 등 공유개념을 도입한 사회적 혁신 공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제 당신이 변할 차례이다.

당신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본문 208p)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할 점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모두 능력을 가진 능력자이지만 한 가지 필요한 지식이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에서 알려주고자 하는 배수진을 칠 수 있는 '그리드를 파괴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회사의 내 공간은 파티션에 붙어 포스티잇과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전부이다. 또한 경영자의 업무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하는 고정관념 속에서 나는 일하고 있다. 칸막이에서 벗어난다 해도 출입문, 탕비실이 전부이다. 늘 보는 것만 보고 다니는 곳만 다니는 것을 말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그리드에서는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많은 정보에 오픈되지도 않는 것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그리드 속에 있는 나에게 이 책은 그리드가 파괴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최근 다양한 경영 서적을 읽어봤지만 이처럼 단순한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사례와 사진을 통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은 처음이었다. 이 책은 리더만을 위한 책이 결코 아니다. 인간은 알고 있는 것만 믿으려하고, 직접 생각하기 보다는 무리의 생각을 받아들이는데 쉽게 만족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더 이상 칸막이 뒤에 숨어 있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고 이 책은 우리에게 뿌리 깊이 박혀있는 그리드를 파괴할 전략을 일깨울 것이기에.

 

  우리는 미래를 단언할 수 없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건축 분야에서 몰링을 비롯한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첨단 ICT 기업들은 이 대열에 동참해서 업무 공간에 대한 테스트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지난 200년 동안 이어져온 경영 방법을 크게 바꿀 변곡점이 될 것이다. 물론 이 파급 효과가 얼마나 더 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신이 이 거대한 흐름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본문 393p)

 

(이미지출처: '그리드를 파괴하라'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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