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이웃, 미루 은나팔 그림책
이향안 지음, 배현주 그림 / 은나팔(현암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예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삽화도 예쁘고 이야기는 더 예쁜 그림책 <<꼬마 이웃, 미루>>입니다. 다세대가 함께 모여사는 우리 집 빌라 건물 복도에는 집집마다 내놓은 물건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어느 집 꼬마의 자전거, 어느 집 아줌마가 내놓은 부업 박스, 또 어느 집에서는 재활용 봉투를 내 놓았고, 어느 집에서는 깨진 화분을 내 놓았지요. 사실 저는 오고갈때 그다지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아서 그렇게 내놓는 것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네요. 제가 아닌 누군가는 그 물건들로 인해 불편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 것이지요. 타인에 대한, 이웃에 대한 배려가 참 많이 부족했음을 깨닫습니다.

 

 

 

주인공 미루네 옆집에는 두 볼은 찐빵처럼 퉁퉁, 목소리도 대포 소리처럼 퉁퉁, 언제나 심통 난 퉁퉁 할머니가 삽니다. 미루는 할머니가 왜 매일 화가 나 계실까 궁금했어요. 그러다 오늘 드디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요. 바로 미루의 자전거 때문이었습니다. 할머니의 휠체어가 자전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던 거에요. 그런데 자전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할머니의 휠체어는 한 번도 쌩쌩 달려 보지 못했으니까요. 미루는 좋은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옆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지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외출하셨는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네요. 할아버지네 화분을 치워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번에 미루는 뽀글 아줌마네 집으로 갔습니다. 아줌마에게 복도에 있는 물건을 치워달라고 부탁했지만 뽀글 아줌마는 어린 녀석이 별걸 다 참견한다며 놀이터에나 가서 놀으라고 하시네요. 아무래도 아줌마 기분이 오늘 아주 나쁜가 봅니다. 한숨을 내쉬며 미루는 이번에 방긋 아줌마네 초인종을 누릅니다. 혹시 미루의 얘기를 들어줄지도 모르잖아요. 미루는 아줌마에게 빨래를 치워달라고 부탁합니다. 아줌마는 빨래는 햇볕에 말려야 잘 마른다고 했지만 미루가 할머니의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다고 말하자 그 생각을 미처 못 했다 하시며 빨래걸이를 집 안으로 들여놓으셨지요. 착한 미루도 아줌마를 도와 빨래를 옮기네요.

 

"할머니 생각을 왜 못 했을까? 미루가 알려 주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니. 미루야, 고마워!"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뽀글 아줌마도 문을 열고 나오셔서 집 앞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마침 외출했던 할아버지도 미루의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미루의 좋은 생각을 칭찬하시며 화분을 치워주셨지요. 다음 날은 일찍부터 퉁퉁 할머니 집 문이 열렸습니다. 아침부터 외출을 하려고 문밖으로 나온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할머니는 한참이나 지긋이 복도를 바라보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으셨지요.

 

 

"고맙기도 해라!"

 

 

미루의 옆집에는 할머니가 삽니다. 언제나 웃음 짓는 방실 할머니가 살지요. 정말 예쁜 이야기죠? 꼬마 미루의 작은 노력과 배려로 퉁퉁 할머니는 방실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이웃과의 왕래가 거의 없죠.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시청하다보면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골목에서 함께 콩나물을 다듬는 등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전 그 당시를 추억하며 저절로 미소를 짓곤 해요. 불과 30년도 안 되었지만 세상은 너무도 변해버렸습니다. 층간 소음으로 싸우고, 이웃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지요. 그 시절의 그 문화가 그리운 것은 비단 저 뿐은 아닐 거에요. 많은 이들이 그 시절 이웃과 더불어 행복했던 문화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미루처럼 작은 노력과 이웃에 대한 작은 배려만 있으면 가능하지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이었는데 미루를 통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네요. 오늘은 저로 인해 함께 사는 이웃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았는지 주변을 둘러봐야겠어요. 미뤄두었던 건물 앞 청소도 하구요. 이 작은 시작이 저와 이웃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하지 않을까요? 너무도 예쁜 이야기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그림책 <<꼬마 이웃, 미루>>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읽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미지출처: '꼬마 이웃, 미루'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