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즈 1 - 사라진 사람들
마이클 그랜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한창 사춘기의 열병을 앓았을 때, 어른들의 잔소리와 간섭이 너무도 싫어 어른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정말 철딱서니 없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잠깐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조차 잊고 살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어른이 사라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 <<페이즈>>라는 책을 알게 되면서 그 흐릿한 기억이 또렷해졌다. 이 문구가 어린시절 철없던 나를 떠올리게 했을 뿐 아니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휘몰아치는 정말 대단한 소설이다."라는 스티븐 킹의 극찬으로 이 책에 더욱 관심을 갖게 했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린시절 내가 꿈꾸던 자유가 존재하는걸까? 이런 호기심에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다른 세상이 있을 뿐이었다.

 

 

 

남북 전쟁에 대해 설명하고 있던 선생님이 사라졌다. 팟!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빛이 번쩍이지도 않았고, 폭발도 없었다. 선생님이 사라진 순간, 처음엔 착각이라 생각했던 일이었으나 곧 열다섯 살 이상의 마을 사람들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휴대폰과 텔레비전도 끊겼다. 현장 학습을 가던 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참에 운전기사가 심장마비를 일으키자 운전기사를 옆으로 밀어내고 버스 운전대를 잡아 갓길에 안전히 세운 뒤 침착하게 911에 전화를 걸어 아이들 사이에서 '스쿨버스 샘'으로 통하게 된 샘 템플은 절친인 퀸과 천재 애스트리드와 함께 각자의 집을 둘러보기로 했다.  샘은 집에 가보고 싶어 애가 탔다. 무슨 일인지 간절히 알고 싶으면서도 진실을 알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교차했다. 애스트리드와 퀸은 괴상한 현상이 일어난 게 오늘부터라고 생각하겠지만 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4년을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샘의 평범한 삶이 궤도를 이탈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라나는 루크 할아버지가 모는 낡아빠진 픽업트럭 조수석에 앉아있었고 개 패트릭은 뒷좌석에 안장 혀를 길게 빼물고 한가롭게 바람을 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사라졌고 트럭은 미친 듯이 흔들리다가 순식간에 굴렀다. 라나의 오른쪽 팔꿈치부터 손목까지가 브이 자로 꺽여 있었고, 다리 하나는 부러졌거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뒤틀린 듯 했다.

 

아이들은 광장에 하나 둘 모였고, 건물에 불이 나자 샘은 선두에 서서 불길을 잡기 위해 애썼고 어린 소녀를 구하려던 샘은 소녀의 토실토실한 손에서 불길이 뻗어 나온 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을 펼쳤고 소녀는 빛을 맞고 쓰러졌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 없는 아이들은 샘에게 의지하려 했고 샘은 소녀를 죽였다는 자책감과 부담감으로 애스트리드의 자폐아 동생을 찾는다는 핑계로 자리를 뜨고 만다. 샘의 빈 자리는 힘이 센 오크와 그를 따르는 하워드가 차지하여 지배하게 된다. 라나는 자신을 위해 퓨마에게 대항한 패트릭이 다치자 두려움이 더욱 커졌으나 곧 자신의 손을 대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람들을 찾아 길을 나서다 코요테 무리를 만나게 된다. 코요테의 우두머리는 말을 할 줄 알았고 어둠이 시키는대로 인간을 죽이는 법을 라나에게 배우기 위해 라나를 포로로 데리고 다닌다.

 

FAYZ '아이들의 방사능 낙진 구역', 아이들만 줄줄이 남아 있는 방사능 낙진 구역이라는 뜻으로 하워드는 이곳을 페이즈라 불렀다. 이들이 사는 퍼비도 비치 마을은 오래 전 90년대에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한 번 난 적이 있어 '방사능 낙진 골목'이란 별명이 붙어 있었던 탓이다. 아이들에게는 초자연적인 능력이 생겼고, 돌연변이 동물들도 생겨났다. 샘과 친구들이 다시 페이즈로 돌아갔을 때 고우츠 아카데미 아이들이 찾아왔고, 모두가 같은 문제에 직면한 지금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지만 이는 고우츠 아카데미의 대표인 케인의 계략이었다. 케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악용했고 또다른 능력이 아이들을 제어하고자 했다. 깡패들의 세상이 된 페이즈에서 샘과 케인의 대립 구조가 생겨났고 이로 인해 아이들의 죽음, 퀸의 배신이 일어났으며 샘은 페이즈가 생겨난 원인을 밝혀낸다. 열다섯이 되는 생일 되면 아이들이 사라지자 케인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컴퓨터 잭을 통해 그 원인을 밝혀낸다. 한편 라나와 샘 일행이 만나게 되고, 코요테와 케인 일행이 야망을 위해 힘을 합치면서 대립은 더욱 커져갔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샘은 페이즈를 지켜낸다. 하지만 살아남은 케인과 코요테의 우두머리는 또다른 계획을 세우고자 한다.

 

 

 

어른들이 사라지면서 모든 질서도 사라졌고 남겨진 아이들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마을은 순식간에 폭력과 무질서로 변했지만 샘, 퀸, 애스트리트, 에딜리오, 라나 등은 질서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우정, 배신, 신뢰, 사랑, 용기 등 다양한 감정변화가 표현되고 있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에는 욕망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일하는 아이들이 있으며,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 비밀을 밝히려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 소설의 탄생이나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들은 내가 어린시절 어른들의 간섭이 사라지길 바랐던 마음처럼 어른들이 간섭에서 벗어나게 된 아이들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이것이 이 소설이 10대 청소년 독자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이유가 된 것은 아닐까 싶다.

 

 TV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인 <<페이즈 1>>은 1장 299시간 54분부터 시작되고 있는데 이는 샘과 케인이 열다섯 살이 되는 생일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하고 있었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에서 초능력이 생긴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몰입도가 상당한 이 소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다. 어둠을 향해가는 케인과 코요테 우두머리로 막을 내리는 1권은 2권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아낸다. 서둘러 2권을 읽어보려 한다.

 

(이미지출처: '페이즈 1'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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