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 뽑은 가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박연호 지음 / 현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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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시조와 더불어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 시가 문학이다. 시조는 짧은 노래(단가)이고, 가사는 긴 노래(장가)이다. 시조는 주로 하나의 소재에서 순간적으로 포착된 단상을 세 줄이라는 짧은 형식에 압축적으로 담아냄으로써 화자의 정서를 표출하고 주제를 표현하는 양식이다. 반면에 가사는 다양한 소재들이 가진 이미지의 연쇄나 인과적 결합을 통해 화자가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세계)이나 현실의 모습, 사건의 전말 등을 길게 표현하는 양식이다. 이런 점에서 시조가 스냅 사진이라면 가사는 여러 장의 스냅 사진을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본문 254p)

 

고전 문학 작품은 시대가 바뀌었어도 인간 삶의 본질을 꿰뚫는 근본적인 가치가 담겨 있어 오늘날에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살아온 궤적을 담고 있는 우리 고전은 많이 읽어야 한다는 자각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대의 언어로 쓰인 탓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어 제대로 읽기가 어렵다. 저자 역시 고전은 지난 시대의 언어로 쓰인 까닭에 지금 우리가, 우리의 청소년이 읽으려면 지금의 언어로 고쳐 쓰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세계의 고전 작품 역시 시대마다 새롭게 고쳐 쓰는 작업이 거듭한 결과물인데, 우리 고전은 그런 작업에서 많이 늦어졌다고 한다. 이에 현재 우리가 겪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를 극복할 해결의 실마리가 고전에 있다고 확신하면서 우리 고전을 지금의 언어로 고쳐 쓰는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현암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작품, 원전의 내용과 언어 감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글맛을 살리는 원칙 아래 고전 읽기를 통해 한국인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게 하는 문화의 힘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아래 쓰여진 <<가려 뽑은 가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어울림'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가치관을 생활 속에 그대로 녹아서 문학 작품에 표현된 가사들을 산수 자연에서 노닐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신을 수양하는 노래인 [강호 가사], 귀양지에서 지었거나 귀양지를 소재로 한 [유배 가사], 여행을 통하여 얻은 견문과 소감 등을 적은 [기행 가사],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를 잘 가르쳐서 타이르는 것을 주제로 한 [교훈 가사]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보이며 다채로운 양상을 보이는 가사 등 총 다섯 장으로 나누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 책 속에 수록된 작품은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한 것이 대부분인 탓에 흔히 알고 있는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서별곡, 관동별곡 외에는 굉장히 생소한 가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다행이 어렵고 까다롭다는 느낌보다는 낯선 것에 대한 앎에 대한 기쁨에 대한 느낌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는 언어 감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글맛을 살리되 지금의 언어로 고쳐써 읽기 쉽고, 글에 대한 해설을 통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처음 가는 장소에서 언젠가 본 듯한 느낌을 때의 그 어리둥절한 생소함, 바로 그 신선한 충동을 우리 고전 작품은 우리에게 안겨 준다. 거기에는 일상을 벗어났으되 나의 뿌리를 이탈하지 않았다는 안도감까지 함께 있다. 그것은 남의 나라 고전이 아닌 우리 고전에서만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본문 中) 

 

 

 

우리가 고전 문학을 읽는 것은 그 시대 사회의 문화를 이해함은 물론이요,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일 것일 게다. <<가려 뽑은 가사>>는 앞서 언급한 원칙 아래 쓰여진 구성을 통해 그 시대와 소통하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이에 우리 고전 문학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데도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가려 뽑은 만큼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가 읽어야 할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깊은 이 책은 아름답고 멋스럽지만 그 매력을 미처 알지 못했던 가사에 대한 앎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원문의 느낌 그대로 수록되어 가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고전 문학의 어려움으로 우리 문학을 접하지 못했다면 <<가려 뽑은 가사>>를 적극 추천해본다.

 

(이미지출처: '가려 뽑은 가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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