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이야기 - <곤충기>를 쓴 파브르의 특별한 삶
매튜 클라크 스미스 지음, 줄리아노 페리 그림, 홍수원 옮김 / 두레아이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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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이 파브르가 타계한 지 100년이 된다고 하네요. 『곤충기』곤충기』의 저자이자 과학자로서는 드물게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파브르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동·식물 연구자 중 한 사람입니다. 찰스 다윈은 그런 그에 대해 견줄 사람이 없는 뛰어난 관찰자라 하였지요. 그의 업적은 두말 할 것 없이 정말 훌륭하지만 그보다도 그가 발견한 결과를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마법사 혹은 미친 사람이라 불리며 평생 곤충을 사랑했던 파브르의 이야기가 두레아이들의 <<파브르 이야기>>에서 펼쳐집니다.

 

 

프랑스 남부 지방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잘 알고 지내면서 자기 할 일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말이죠. 높은 담과 플라타너스로 둘러싸인 분홍색 집에서 살고 있는 그 사람은 눈동자가 딱정벌레처럼 새카맣고, 검은색 우묵모자를 쓰고, 동물들에게 이상한 말을 거는 노인이었어요. 어떤 사람은 이 노인을 마법사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미친 사람이라고 했지요. 이 노인은 햇볕이 가장 뜨거운 한낮에는 땡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 딱정벌레가 땅에 구멍을 파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캄캄한 밤에는 숲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거미들이 거미줄 치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마을 어린이들이 죽은 두더지와 도마뱀을 주워 오면 한 마리에 1페니씩을 주기도 했지요. 해가 거듭될수록 이 노인을 둘러싼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궁금증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노인이 나이가 들어 더 늙어진 어느 가을날, 프랑스 대통령이 그를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딱정벌레와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에게 대통령이 찾아오는 이 수수께끼 같은 일을 궁금해했지요. 이 노인은 바로 장-앙리 파르브였습니다. 약 백 년 전쯤 어느 산기슭에서 태어난 그는 집이 가난해서 태어나서 몇 년 뒤 부모님 곁을 떠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했어요. 어린 파브르는 오래되고 색이 바랜 농가에서 살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거칠고 우중충한 곳이었지만 파브르에게는 작은 놀라운 세상이었어요. 점박이긴다리풍뎅이, 아마니타버섯, 암모나이트 화석, 수정, 운모 조각 등 이런 것들은 파브르에게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놀라움의 대상이었지요. 일곱 살 때 가족이 도시로 이사하면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파브르는 친구들이 라틴 어를 배울 때 책상 여기저기 감춰 둔 말벌 침과 금어초 꼬투리를 만지작거렸고 그런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지요.

 

 

 

열여섯 살이 되어 집을 떠나 혼자 생활하게 된 파브르는 철도원으로 일하고, 시장에서 레몬을 파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눈길이 닿는 곳마다 작고 놀라운 세계에 빠져있었지요. 결혼을 해서 첫째와 둘째 자식이 차례로 숨지면서 슬픔에 겨워 곤충에 관심이 점차 줄어들었을 때도 파브르는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마침내 최고의 학위를 받았고, 노래기벌과에 속하는 어떤 말벌 이야기를 읽게 되면서 그의 열정은 더 커졌지요. 하지만 자신이 알아낸 내용을 널리 알려 주려고,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수업을 듣게 해주었던 파브르를 정부는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결국 일자리를 잃었고 무서운 폐렴에 걸려 죽음을 떠올리게 되었지요. 헌데 아들이 겨울잠에 빠진 돌처럼 단단하게 굳은 벌들을 가져오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되찾게 되었어요. 그 뒤 파브르는 몇 달동안 곤충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그 속에는 모두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날 때마다 놀라운 일과 발견은 계속되었고, 곤충들의 모습을 시처럼 아름답게 표현한 장-앙리 파브르는 노벨상 후보가 되었습니다.

 

 

 

파브르가 과학자로서 중요한 일을 많이 해냈지만 그보다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처럼 자신의 관찰 결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지요. 이 책은 평생 곤충을 사랑했던 파브르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네요. 국내에는 아이들을 위한 파브르의 삶 전체를 들려주는 단행본 전기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파브르의 <곤충기>는 흔히 접할 수 있었지만 파브르의 전기를 담은 책을 접하기는 어려웠던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파브르의 전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이 그림책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그림책은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곤충을 관찰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파브르의 열정을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인내와 끈기가 만들어낸 놀라운 업적,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듯 합니다.

 

 

인간이나 동물에게는 모두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음악에 빠져들고, 어떤 아이는 수치에 대한 이해가 빠릅니다. 곤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종류의 벌은 나뭇잎을 잘 자르고, 어떤 종류의 벌은 진흙으로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사람들은 이런 특별한 재능을 천성이라고 부르지만 곤충의 세계에서는 본능이라고 부릅니다. 본능은 동물의 천성입니다. -장-앙리 파브르

 

(이미지출처: '파브르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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