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작가가 숨겨놓은 트릭을 알아내고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오는 희열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희열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희열은 범인을 맞쳤다고 생각한 순간 드러나는 놀라운 반전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을 자주 읽다보면 놀라운 반전을 만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던 중 '당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최근 느낄 수 없었던 희열을 느끼게 된 작품이 있다. 바로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1973년 처음 출간된지 40년이나 지난 작품으로 분쿄도 서점 기획 '다시 만나고 싶은 복간 희망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수차례 개정되었음에도 번번이 절판되는 이 소설은 40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없는 스토리지만 당시에는 이 파격적인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독자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40만 독자를 홀린 천재적 걸작이라는 칭호를 받은 <<모방살의>>는 반전의 묘미를 가장 극대화한 서술트릭을 선보이고 있다.

 

7월 7일 오후 7시. 도쿄 기타 구 이나즈키 정의 고묘소 빌라 3층에 사는 사카이 마사오라는 남자가 자기 집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추리소설 작가였던 사카이 마사오는 자신의 소설제목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과 같은 그 시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사카이 마사오는 청산가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었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카이 마사오의 집이 당시 제삼자가 출입할 수 없는 상태였고, 같은 아파트에서 가깝게 지냈던 와다에 의하면 사카이 마사오가 마음처럼 글이 써지지 않아 괴로워했다는 점을 감안해 봤을 때 조사관은 그의 죽음에 대해 자살 가능성을 지우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연인이자 출판사 편집자인 나카다 아키코, 사년 전 추리소설 애호가들이 결성한 동인잡지 <추리원탁>의 동료였던 쓰쿠미 신스케는 사카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두고 각자 이 죽음에 대해 직접 추적해나간다.

 

아키코는 사카이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받은 상태였다. 5월 초 사카이의 집을 찾아갔을 때 아키코는 사카이의 집을 찾은 세련된 미모를 가진 서른 살 전후의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가 사카이에게 50만 엔짜리 수표를 준 것을 기억해낸다. 되짚어보면 그가 집에 틀어박힌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았고, 시간이 흐른 뒤 도가노라는 그 여성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되었던 때를 떠올린다. 아키코는 도가노 리쓰코라는 여자가 사카이에게 중요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그녀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아키코는 택시기사로부터 도야마의 오코우치 조선 사장의 아들 다카오카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카이와 리쓰코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짐작한다. 그렇게 아키코는 도야마의 알리바이를 추적해감으로써 사카이의 타살 근거를 찾아간다.

 

반면, <주간 동서>에서 '살인 리포트'라는 기사를 싣고 있는 쓰쿠미는 편집자 가라쿠사 다이치로부터 다음 호에 사카이 마사오 사건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스쿠미는 사카이가 죽기 일주일 전쯤 모임 날짜와 장소를 전하기 위해 전화했다가 그가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완성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었다. 혹 그 작품도 퇴짜를 맞았기 때문에 자살을 한 것일까, 라는 생각에 쓰쿠미는 편집자 사사키 사부로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편집부의 실권자인 야나기사와 구니오의 여동생이 사카이한테 열을 올렸다가 실연의 고통으로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쓰쿠미는 야나기사와 구니오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한 줄 한 줄 음미하다 보면 "이거 한 방 먹었는걸!"하는 쾌감이 남는다. 아무쪼록 작가가 설치한 덫에 걸려들지 않기를!_ 아유카와 데쓰야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뒤쫓게 되는데, 교차서술로 보여주는 두 사람을 쫓다보면 독자는 점점 미로를 헤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서로 다른 용의자, 서로 다른 살해동기로 인해 범인을 추리하다보면 굉장히 혼란스러워지는데,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것이 있다면 사카이의 유작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이라는 점이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유작 뒤에 숨겨진 진실이 점점 실체를 드러나게 되고 독자 역시 범인을 추리하는데 박차를 가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추리는 완전히 빗나갔고 예상치 못한 결말과 마주하게 될 뿐이었다. 그 결말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반전이었고, 오랜만에 느낀 희열이었다. 곧 이 소설 <<모방살의>>의 응용편인 <<천계살의>>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몹시 기대가 된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추리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강추!! 그 놀라운 반전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기에.

 

(이미지출처: '모방살의'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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