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벌레 - 장편 판타지 동화
차보금 지음, 박정완 그림 / 현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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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인 이야기, 배꼽이 빠질만큼 재미있는 이야기 등의 다양한 책들이 정말 많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는 책 속 주인공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함께 모험을 떠나기도 하지만, 왠일인지 작은 아들녀석은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네요. 제가 그랬듯이 우리 아이도 책 속 주인공들과 함께 하는 신나는 모험을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책의 저자는 주인공 기쁨이가 반짝벌레, 분홍 토끼와 함께 저자가 뽑은 최고의 주인공을 만나는 모험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 아이도 기쁨이처럼 주인공을 만나는 신 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이 책에 수록된 책을 읽어본 아이들이라면 새로운 이야기에 신이 날 것이고, 읽어보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정말로 멋진 책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겠지요? <<반짝벌레>>는 이렇게 우리 아이에게 책 속 주인공들과 친해지는 멋진 모험으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반짝벌레는 이 책 저 책으로 옮겨 다니면 책 향기를 먹고 삽니다. 반짝벌레가 맨 처음 눈을 뜬 곳은 영국에서 제일 처음 나온 동화책<작고 예쁜 포켓북>속이었는데, 벌써 270년도 넘었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 속에서는 반짝 벌레가 돌아다녀 본 책 중에서 가장 맛있는 향기를 지닌 책 이야기가 실려있지요. 기쁨이에게 오늘은 무척 힘든 하루였지만 행복한 상상을 함으로써 꿈에서라도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랬어요. 그런데 상상을 하다 보니 배가 고파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잠을 자기 위한 다른 방법을 시도한 끝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 한 권을 펼쳤지요. 책의 첫 장을 읽다보니 어느새 기쁨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기쁨이가 꿈속에서 빨간 잠자리를 쫓아다닐 때 희미하게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고 잠에서 깬 기쁨이는 책 속에 사는 반짝벌레를 만나게 되지요. 반짝벌레를 잡으려고 잠자리채를 내리친 기쁨이는 반짝벌레와 함께 책 속으로 쑥 들어가게 됩니다.

 

 

 

책 속으로 들어간 기쁨이가 처음 만나게 된 주인공은 앨리스였습니다. 앨리스와 함께 걷던 기쁨이는 여왕 때문에 위기에 몰리게 되고 다행스럽게도 회오리바람에 휩싸여 다행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헌데 이번에는 반짝벌레 대신 말하는 토끼가 집을 찾아달라고 하네요. 기쁨이의 팔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토끼를 피해 엄마를 찾던 기쁨이는 집에 온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토끼의 집을 찾아주기로 합니다. 이곳은 새로운 책의 맨 첫장이었습니다. 기쁨이는 어느새 회오리바람에 휩싸였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사자, 강아지를 안고 달리는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은 구두를 신은 기쁨이 또래의 여자아이와 만나게 됩니다. 기쁨이도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분홍 토끼의 집을 찾아 주기 위해 오즈를 찾아가지요. 이후에도 기쁨이는 초콜릿 공장에 가기 위해 황금빛 초대장을 찾는 찰리에게 자신이 눈밭 위에서 주운 초대장을 양보하고,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를 찾기 위해 찾아간 무민 골짜기에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삐삐와 돼지 윌버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새로운 주인공들을 만나는 동안 반짝벌레가 준 생각을 채우는 목걸이 '치잇'에 가득 빛을 채우게 되지요. 그리고 기쁨이는 책 속 주인공이 됩니다.

 

 

 

그런데 고개를 들고 보니 반짝벌레와 또 다른 반짝벌레들 말고도 또 다른 누군가가 아까부터 자꾸만 기쁨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 하면서요.

그 누군가가 누구냐고요? 바로 이 책을 읽고 있는 '너'예요. (본문 150p)

 

그렇습니다. 독자였던 기쁨이는 생각이 자랐고 책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기쁨이를 바라보고 있지요. 우리가 함께할 주인공이 한 명 더 생긴 셈이네요. 기쁨이는 새로운 주인공이 된 것이고 우리는 처음의 기쁨이처럼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될 어린이가 된 것입니다. 그런 탓에 이 책에는 결말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책 주인공들과 새로운 모험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린이들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난 책을 읽는 네가 좋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를 따라오지 않을래? 잠자리채로 날 잡을 생각은 하지 마. 난 우유로 목욕하는 건 정말 싫거든."

그 후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겠네요. 그건 '너'가 만들어 갈 이야기일 테니까요. (본문 151p)

 

기쁨이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오즈를 만날 때 그 옆에 나 자신도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신 나지 않을까요? 반짝벌레가 소개한 책 속 주인공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 속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모험은 상상만 해도 즐거워집니다. 그러다보면 책 읽기도 즐거워 질거에요. 더불어 기쁨이가 그랬듯이 생각도 마구마구 자라게 될 것이고 한 뼘 더 성장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반짝벌레>>는 독특한 구성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일깨우고 상상력을 쑥쑥 자라게 하는 동화책이네요. 부록으로 수록된 [반짝벌레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는 본문에서 만났던 책에 대해 좀더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동화책은 이렇게 책을 만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랍니다.

 

(이지지출처: '반짝벌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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