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주세요 -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72
진희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사과를 주세요>>는 분홍색 표지의 먹음직스러운 초록빛 사과가 눈에 띄는 책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사과를 표지삽화로 내세운 이 책은 어떤 느낌일까? 왠지 나는 풋풋한 첫사랑이 먼저 떠올랐다.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면 으레 나는 청소년 시절의 내가 되고, 청소년인 딸아이가 된다. 이 책 속 주인공 속에도 분명 내가, 내 딸아이가 있으리라. 그런 까닭에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연애 세포 핵분열 중]은 사과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다. 중학생 시절에는 초등학생도 쓴웃음을 짓고 갈 언어유희를 시도 때도 없이 즐겼던 근복은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학교 앞에 핀 벚꽃을 보고도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울렁거리는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솜사탕처럼 뽀송뽀송하고 뭉실뭉실한 벚꽃을 같이 보러 갈 여자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입맛이 떨어질 정도였다. 더군다나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못났다고 생각했던 태동이마저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근복은 삶의 의욕이 팍 꺽이는 느낌이었다. 이에 근복은 결국 녹색창에 접속해 여자친구 만드는 법에 관한 질문을 올리기에 이르렀고 한심한 대답 중 머리를 조아리게 만드는 댓글을 발견하게 된다. 태동에게 조언을 구하고 스타일을 바꿨지만 마음에 두고 있는 새봄이마저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해보이자 좌절하고 만다.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표제작 [사과를 주세요]는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스토리였다. 표지삽화와 사과라는 느낌 때문에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린 작품이었으나 여기서 말하는 사과는 상대방으로부터 사과를 달라는 의미였다. 노란 배지를 달고 있는 의지에게 수학 선생님은 배지를 떼라고 했고 의지는 애도의 권리라고 맞섰다. 이어 '요즘은 개나 소라 권리 타령'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의지는 "저는 개입니까, 소입니까?"라는 되묻게 되고 결국엔 선생님에게 개나 소에 빗대어진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보다 못한 인간 취급을 받았다. 이에 의지는 '사과를 주세요'라는 문구가 또렷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교무실이 있는 1층 출입구 앞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용감하게 1인 시위 중인 의지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고 이 일로 긴급 교사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인터넷에서 '태성고 사과녀'가 잇슈가 되자 선생님은 사과를 하게 되지만 의지는 '진짜, 사과를 주세요'라는 피펫을 들게 된다.

 

[우산 없이 비올라]는 열네 살의 선욱이 레슨을 한 주 쉬는 일주일 동안 외할머니 집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매일 하이힐을 신는 할머니를 따라 마을 회관에 가게 된 선욱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면서 신 나게 노는 모습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음악이랄 것도 없는 막음악에다 유치하여 다시는 할머니를 따라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그 후로도 계속 마을 회관에 가게 된다. 선욱은 비올라를 연주하려 하지만 오른쪽 어깨가 찢어질 것 같이 아파 활을 당길 수가 없을 정도다. 음악을 좋아했던 선욱이었는데 음악은, 비올라는 선욱의 몸을 자꾸 부러뜨리고 있었다. 그러던 선욱은 마을 회관에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면서 지식과 생각이 아닌 마음과 몸으로 음악을 느끼게 된다.

 

음악을 좋아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즐겁지 않다.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고, 성취감을  느꼈지만 이 할머니들처럼 이렇게 즐거운 적은 없었다. 진짜 만족을 느낀 적도, 행복한 적도 없었다. (본문 117p)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은 우리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을 담은 얘기라 하겠다. 선하는 간절히 바라는 행복, 심장 뛰는 일로 전단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행동에 옮겼지만 오히려 엄마와 미술 선생님인 마녀에게 구제불능이 된다. 그러던 중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엄마가 일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아빠의 무직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가족은 점점 불안한 상태가 되어간다. 선우는 자주 가는 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하지만 새로 오픈한 샌드위치 가게로 인해 버거 가게의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학교 출신의 연예인 선배의 강연회를 듣게 된 선우는 버거 가게의 전단지를 시작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장사가 잘된 버거 가게는 아빠를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고용했고, 망한 가게를 전단지 한 장이 살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근처 가게에서 전단지 제작을 부탁해 오는 일이 생겼다. 게다가 마녀 선생님 역시 전시회 전단지를 부탁하는 일까지 생겨난다. 그리고 강연회에 초청되기에 이른다.

 

"사람들이 가장 가능성 없다고 무시했던 일에 오기를 갖고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본문 143p)

나의 터무니없는 무모함으로 시작된 첫 번째 도전은 기적이 되어 나타났다. 신념이, 한 삶의 변화가 자신을 포함해 여러 사람의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기까지 불과 한 달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본문 146p)

 

 

지금까지 정말 많은 청소년 소설을 읽어왔지만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고민들을 제대로 담아낸 책들을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과를 주세요>>는 그들의 이성, 진로, 꿈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냄으로써 그 시절의 나, 지금의 내 딸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내년이면 고3 수험생이 되는 딸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특히 마지막 구절이 진로 고민에 대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사과만큼이나 새콤달콤 맛있는 이야기 <<사과를 주세요>>였다.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

"플랑크톤은 뭉쳐 다닙니다. 그것이 죽는 길인지 사는 길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혼자 특별하게 사는 건 위험하고 외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바다는 넓습니다. 플랑크톤 한 마리가 제멋대로 살아도, 무엇을 해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본문 152p)

 

(이미지출처: '사과를 주세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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