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 (양장) - 어른들은 모르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고민, '외모' 때문에 차별 당하는 세상에 날리는 네 번째 하이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두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책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 중 학교 추천도서에 책들을 되도록 열심히 찾아 읽는 편이었다. 그 목록에 빠지지 않는 작가가 있는데 바로 고정욱 작가이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안내견 탄실이><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 고정욱 작가의 책은 추천도서에서 결코 빠지는 법이 없다. 때문에 아이도, 엄마인 나도 팬이 되어버린 작가 고정욱. 그래서인지 나는 그의 청소년 소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출간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는 외모 때문에 차별 당하는 세상에 날리는 하이킥으로, 이 소설 역시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법한 내용이다.

 

중고등학교 근처에 가면 모두 똑같은 모습의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유행이라는 부분도 작용했겠지만, 여학생들은 모두 한결같이 앞머리를 내리고 남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어 누가누구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개성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개성을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자신만이 가진 개성을 무시한 학생들의 외모 가꾸기의 기준이 바로 연예인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정 연예인의 머리, 옷, 그들의 몸매가 아름다움의 기준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그들을 신격화하며 그들이 진리인 양 행동한다. 물론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외모가 전부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전부가 되어버린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 풍조 속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어야하는지는 일깨워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가진 거라곤 큰 덩치와 의리뿐인 주인공 황재석은 여전히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덕에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은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민성을 만나기로 한 재석은 지름길을 이용해 전철역을 가려다 보경여고 학생 서넛이 금안여고의 한 여학생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얼마 전 SNS로 본 왕따 동영상이 떠올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준다. 재석이 민성을 만나려는 이유는, 재석은 아무 데서나 글을 쓰고 써 넣은 것도 쉽게 고칠 수 있는 노트북을, 민성은 좋은 화질로 영상을 찍어 동영상 경연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작가와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각자의 꿈을 위해 준오 형의 도움으로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야자가 끝난 후 재석은 금안여고 1학년 한채린이라는 여학생으로부터 사귀자는 말을 듣는다. 이목구비가 연예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예쁜 여자애였다. 재석은 채린의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채린을 좋아한다는 경탄고등학교 최우석 패거리로부터 봉변을 당하고, 보람을 찾아간 당돌한 채린으로 인해 보람에게 결별통보를 받게 된다. 한편 글쓰기에 괴로움을 느끼던 재석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요즘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는 박태원 웹툰 작가를 만나게 되고, 재미있는 작품의 다반수가 미인이라는 점에서 재석은 주인공은 다 예뻐야 하나,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고민에 조언을 듣게 된다.

 

"예쁘게 태어난다는 건 축복이야.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내적인 충실을 기하는 건 정말 훌륭한 태도란다. 내적으로 충실한 사람은 매력을 지니게 되고 그게 개성으로 발전하거든. 그런 내적 충실함을 가진 사람은 주위의 이런저런 말이나 남의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본문 95p)

 

그러던 중 SNS에 올린 사진을 올린 채린은 수많은 악성댓글로 인해 가출을 감행하고 결국 입원하기에 이르는데, 그로인해 재석과 친구들은 채린의 집단폭력과 사이버 테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사건은 현 청소년들의 외모지상주의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수많은 작품에서 내적 아름다움, 개성의 중시 등을 이야기하며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잘못을 비판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있으며 예뻐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보편적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고 있다.

 

얼마 전, 회사 직원은 중학생 딸아이가 학교를 지각하더라도 꼭 화장을 하고 등교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말을 했다. 현재 학생들의 현실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외모나 금전, 성공 같은 비본질적이고 오래가기 힘든 걸 좇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살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작가는 잘생긴 외모를 추구하고 열망하는 우리의 욕망은 사실 권력의 혹은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아둔 콤플렉스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쁘고 날씬한 연예인들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성형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자신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외모지상주의 문화는 결국 본연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남게 될 뿐이다. 이 소설은 그동안 우리가 외모에 가졌던 편견과 외모에 대한 찬양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며,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내적 아름다움을 통해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것임을 현실감있는 이야기로 일깨우고 있다.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는 이렇듯 발랄함 속에 청소년들의 고민을 현실감 있게 기록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개성이 있다. 그 개성은 하늘이 준 것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개성을 잘 살려서 자신의 꿈을 가꿀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진정으로 아름다워진다. (본문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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