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맨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7
조은영 그림, 신혜은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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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 <<조개맨들>>을 보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빵맨, 슈퍼맨, 아이언맨'과 같은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받아보고서야 이 책이 전쟁으로 얼룩진 150년대를 그리움으로 견뎌 낸 한 평범한 소녀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낸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럼에도 전쟁, 그리움, 1950년대는 '조개맨들'이라는 단어와 연관짓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책을 펼치기까지 그 궁금증은 점점 커져가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궁금증을 잔뜩 안고 책을 펼치고서야 '조개맨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지요. 조개맨들은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흔다리 서쪽에 있는 '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조개껍데기가 많은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 그림책은 조개맨들의 풍경과 주인공 영재의 소박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쟁 전후로 나뉘어서 말이죠.

 

 

 

영재는 아빠랑 조개맨들에 가곤합니다. 영재의 집은 아빠가 손수 지인 집으로 동쪽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옵니다. 영재는 아빠가 일하는 방 앞에서 놀곤 합니다. 왜냐하면 아빠가 보이고, 아빠는 영재를 보고 웃어주니까요. 아빠는 시계를 잘 고치십니다. 서울에서도 시계방을 하셨고, 마을 사람들이 몇 번씩 고맙다고 절을 하고 갈 정도로 잘 고치지요. 영재의 동생은 운동회날 태어났습니다. 운동회보다 동생을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영재는 아빠랑 조개맨들 가는 길을 언제나 즐거워합니다. 여름이면 조개맨들 길이 보라색 붓꽃으로 가득 차는데 아빠는 붓꽃보다 영재가 백 배 더 예쁘다고 해주십니다. 영재는 그래서 꽃들에게 미안하지요. 조개맨들에 만든 참외밭의 참외들은 동굴동굴 잘도 익었고, 마당에 있는 밤나무 한그루에도 굵은 밤나무 알이 열렸습니다. 밤새 눈이 내리면 창 밖에는 아빠가 데리고 온 겨울친구 눈사람이 서 있었지요. 영재에게는 물레를 붕붕 돌리시는 외갓집 노할머니인 붕붕 할머니가 계시고, 멸젓날에는 영재의 손을 잡고 껌이랑 사탕을 왕창 사 주시는 할아버지도 계십니다. 이제 영재는 내일이면 입학을 합니다. 이모부 주효목 선생님, 육촌 오빠 황옥진 선생님, 오빠와 친한 김강호 선생님 등 영재를 예뻐해 줄 선생님이 많아서 영재는 신이 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에서 감자 찌는 냄새가 나 엄마한테 감자 쪄 먹자고 조르는데 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이 전쟁이 났다고 난리였지요. 영재도 엄마한테 빨리 감자 쪄 먹고 피난 가자고 합니다. 어느새 동네가 피난민으로 가득찼습니다. 외할버지네 집은 사랑방, 건넌방, 안방, 윗목까지 피난민으로 꽉 찼지요. 하지만 어느 날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벌써 일주일째지요. 이모부도 함께 없어졌습니다. 인민군이 외할아버지도 끌고 갔다고 하네요. 이모부는 제대하고 돌아오셨지만 아빠에게는 소식이 없습니다. 영재는 동생들과 울면서 아빠를 기다리고, 엄마는 매일매일 아빠가 좋아하는 찹쌀 고두밥과 김장 배춧속을 해 놓고 기다리십니다. 강화도 화도국민학교에 있는 이모부한테서 편지가 왔습니다. 이모 집에 와서 이모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라는 내용이었지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빠는 영재가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기를 바라실 거라고.

 

 

 

옛날 교동 집에서 한 시간쯤 걸어가면 조개맨들이 나온다. 들판 가득 하얗게 조개껍데기로 덮여 있어 조개맨들이다. 지금도 조개맨들에 서면 아빠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영재야-

아빠-   (본문 中)

 

 

 

<<조개맨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아빠와의 행복했던 일상은 전쟁과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만 남아 있을 뿐이지요. 전쟁이 나기 전, 영재는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소중한 아빠를 잃게 되고 평범했지만 소박했던 행복도 빼앗기고 맙니다. 다행스럽게도 영재는 아빠의 바람대로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겠다고 생각하며 성장하게 되지요. 평화롭고 행복했던 소소한 일상이 전쟁으로 인해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상황의 모습만 담아냈다면 전쟁의 참상에 대한 슬픔을 오롯이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평화롭던 일상의 모습이 전쟁으로 인해 변해버린 상황과 마주하게 되니 그 슬프고 아픈 전쟁의 참상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전쟁은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가족, 행복했던 추억을 빼앗았습니다. 이 그림책은 전쟁 전후의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전쟁이 가져온 비극이 주는 아픔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보여주고 있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컴퓨터 게임에서 보여지는 전투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이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을 앗아가고,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빼앗아버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을 빼앗은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움으로 견뎌 낸 영재의 이야기 <<조개맨들>>은 아픔과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전쟁의 상처를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만드는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그림책이 가진 의미는 이렇게도 크고 깊습니다. 오랫동안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을 한국 전쟁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될 듯 싶네요. 전쟁 세대와 전쟁을 모르는 세대의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가치 있는 그림책(표지 中) <<조개맨들>>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조개맨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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