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점짜리 엄마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박주영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책 제목을 보고 찔리는 마음이 드는 걸 어쩌지 못하는 30점짜리 엄마이다. 19년차 주부임에도 요리 솜씨는 여전히 30점, 가끔 세탁시 얼룩이 생기는 걸 보면 빨래도 30점, 청소가 귀찮아 자주 미루는 걸 보면 청소도 30점, 휴일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낮잠자기를 더 좋아하는 것을 보니 엄마 자격점수 30점,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생각하고 말하는 것도 부족한 점수 30점, 이렇게 따지보고니 엄마로써 미흡한 점이 정말 많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엄마로서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나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보고 싶을법한 책이 아닐까 싶다.  

 

 

 

'30점'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는 했지만 '자격 미달 엄마'라는 뜻은 아닙니다. 직장의 실적 그래프가 정말로 '30점'이었다는 사실과 약간 모자란 귀여운 엄마라는 느낌으로 '30점'이라고 지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현모양처'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졌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쨌든 나와 언니 그리고 나중에 태어난 남동생까지 모두 건강하고 그럭저럭 올바르게(?) 자랐다는 점에서는 아마 '만점 엄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 中)

 

 

 

<<30점짜리 엄마>>는 이런저런 불만도 있었지만, 어릴 때에는 '뭐 이런 건가 보지'하고 순수하게 생각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그린 이야기다. 마치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야기에 공감이 팍팍 가는 이야기로, 책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린 시절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세 고다마와 2세 노조미는 자매로 이 책의 화자는 동생 노조미이다. 요 귀여운 노조미가 바로 저자 타카기 나오코일 게다. 엄마는 느긋하고 마이페이스인 성격인데 요리와 청소는 살짝 낙제점이지만 고다마와 노조미는 엄마를 참 좋아한다. 엄마가 드러누우면 두 자매는 엄마 옆에 함께 드러눕는다. 엄마랑 같이 자는 낮잠을 정말로 행복해하는 자매다. 방은 늘 그다지 깨끗하지 않지만 꽃만큼은 예쁘게 장식하는 엄마는 앞뒤가 살짝 안 맞지만 어른인 내가 봐도 귀여운 어른이다. 이렇게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엄마는 화장품 판매를 하기로 했고 두 자매의 생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두 자매는 엄마가 일하기 시작한 화장품 회사의 어린이집에서 지내게 되었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엄마를 기다린다. 언뜻 보기에 안 어울리는 햄이랑 비엔나소시지 대신 잔멸치를 넣은 엄마표 케첩볶음밥과 냄비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좋아하는 두 자매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일요일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는가보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모를 때도,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알게 되었을 때도 받고 싶었던 선물 마론 인형 대신 초콜릿을  받아도 기뻐하는 두 자매의 모습이 참으로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좋아하는 마론 인형을 사주지 않아도, 바쁘다고 데리고 나가주지 않고 대신 낮잠을 자는 엄마여도 두 자매에게 엄마는 만점이다. 엄마가 우울해할 만큼 예쁘게 만들지 못한 유치원 학예회 준비물을 귀엽다고 좋아하는 아이는 엄마의 백점 딸인 듯.

 

 

30점짜리 엄마라도 좋은지 엄마의 껌딱지가 되어 졸졸졸 엄마만 쫓아다니던 우리 집 남매는 이제는 다 컸다고 엄마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도 하고 엄마의 오류를 지적할 정도로 컸다. 30점에도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기만 하다. 그런데 늘 부족했던 엄마여서 미안했던 나를 아이들은 '만점 엄마'로 생각해주려나? 친정엄마는 다혈질에 성격이 급해서 조금만 느려도 불같이 화를 냈고, 나와 동생은 서로를 위로하듯 이불 속에 숨어있곤 했다. 회초리를 자주 들었고 꾸중도 심하게 했지만, 엄마에 대한 이런 기억보다는 마론 인형 옷을 만들어주고, 종이인형을 함께 오려주고, 크리스마스날 잠든 줄 알고 인형을 몰래 놓고 간 엄마가 더 기억에 남는다. 엄마는 내게 만점 엄마였다. 물론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30점짜리 엄마>>를 읽고서야 나는 비로소 내게 엄마가 만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엄마를 원망하기도 하고, 가끔은 우리 엄마가 이래저랬으면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부족한 엄마여도 내게는 만점짜리 엄마였다는 것을 어린 고다마와 노조미가 알려준 것이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엄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책이었다. 그 따뜻함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내 아이들에게도 그 따뜻한 기억을 남겨줄 수 있는 30점짜리 엄마가 되고 싶다. 어린시절의 추억 그 행복한 기억으로의 여행, 가장 따뜻한 엄마 품으로의 여행 <<30점짜리 엄마>>였다.

 

 

 

(이미지출처: '30점짜리 엄마'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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