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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말하지 않는 아이 ㅣ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39
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 그림, 호세 카를로스 안드레스 글,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고 먼저 떠오른 질문은 '왜 아이가 말하지 않게 되었을까?' 였습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었을까?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일까?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얼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아이가 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습니다. 저자는 그저 이 책의 주인공 카를로타에게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고만 표현하고 있지요.

첫 페이지를 펼쳐봅니다. 한 여자 아이가 사람들 속에서 혼자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에 갇혀있는듯 서 있네요. 이 아이를 보자니 문득 몇 달전 읽었던 그림책 하나가 떠오릅니다. 안네 가우스의 <호두껍질 속의 에디>라는 작품이지요. 에디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있습니다. 에디 역시 말을 하지 않지요. 에디는 선택적 무언증이라는 의사소통 장애를 갖고 있었는데 호두껍질은 소통의 장애를 표현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물론 에디는 용기를 내어 호두껍질을 깨고 나오게 되지요. 카를로타 역시 에디처럼 무언증을 가진 아이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카를로타가 말하지 않는 까닭을 말하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카를로타의 몸짓과 눈짓만 보면 카를로타가 하려는 말을 다 알아들었으니까요. 배고픈 표정만 지으면 햄 샌드위치가 있는 사람은 누구든 카를로타에게 기꺼이 나눠 주었고, 쉬는 시간에 힘이 들어서 달리고 싶지 않으면 '나 너무 힘들어. 달리기 싫어'라는 표정을 지으면 친구들은 그 마음을 재깍 알아챘지요. 작가의 말처럼 정말 신기한 재주네요. 하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할 때는 조금 까다로웠습니다. 다른 때보다 더욱 애를 써서 대답에 알맞는 몸짓과 눈짓을 찾아야만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카를로타는 꼭 해내고야 말았어요. 그저 말을 하면 편할 텐데 왜 카를로타는 말을 하지 않을까요? 저는 자꾸만 에디를 떠올리게 되네요.

그러던 어느 날, 카를로타는 친구인 생쥐 톰을 쫓고 있었어요. 카를로타는 톰을 찾아서 지하 창고로 들어갔는데 별안간 바람이 불더니 창고 문이 닫혀 버렸지요. 카를로타는 창고 안에 혼자 갇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카를로타는 외톨이가 되어버렸어요. 카를로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혼자 있는 게 너무너무 싫다는 사실을 말이죠. 초조해지고 겁이 난 카를로타는 토마토 통조림을 바라보기로 했어요. '토마토 통조림아. 나 지금 무서워. 그러니까 문 여는 것 좀 도와줘.'라는 얼굴을 하고 말이죠. 하지만 토마토 통조림은 카를로타의 몸짓과 눈짓을 하나도 알아채지 못했어요. 자두 잼도 마찬가지였지요. 그 순간, 카를로타의 몸이 떨렸고 깨달았지요. 여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꼭 해야 하는 일이 바로 '말하기'라는 것을 말이죠.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야. (본문 中)

처음엔 그저 아무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리기만 했던 카를로타는 마침내 외쳤지요. 어느 누구도 그토록 아름답고, 그토록 달콤하고, 그토록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카를로타는 더더욱 커다란 목소리로 '나 지하 창고에 갇혔어요!!'라고 외쳤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은 엄마 아빠가 지하 창고로 내려와 문을 열어 주었어요. 카를로타는 '나 혼자 있어서 너무 무서웠어요'라는 얼굴로 서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엄마 아빠는 카를로타의 몸짓과 눈짓을 알아듣지 못했어요. 결국 카를로타는 엄청나고 엄청난 노력 끝에 '고마워요'라고 말했지요. 이제 카를로타는 어떻게 창고에 갇히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천천히 시작했지만 말하면 말할수록 마음이 점점 더 편안해졌고 이제 계속해서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지요. 여태껏 한 번도 들려주지 않았던 많고 많은 이야기들을 말이죠.

<호두껍질 속의 에디>의 작가 안네 가우스는 '몇 마디 말, 그것이 시작입니다. '몇 마디 말'은 시작을 알리는 좋은 신호니까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카를로타 역시 마찬가지 였어요. 처음은 너무너무 어려웠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몇 마디 말을 시작으로 이제는 말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몇 마디 말'이 필요할 뿐입니다. 사실 부모는 아이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면 걱정을 하면서도 조바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아이를 몰아세우기도 하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다그침이 아니라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이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지요. 무언증은 노력하는 것 자체로도 아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단지 '몇마디 말'만으로도 아이 스스로 단단히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알려주세요. 외톨이가 아니라 아이 곁에는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요. 그 사실이 아이에게 용기를 샘솟게 하는 마법을 부려줄 것입니다.
사실 무언증이 아니라 하더라도 수줍음이 많아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카를로타의 용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가족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부모님에게 일깨워 주기도 하구요. 항상 아이의 편이 되어주세요. 그래야 아이는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답니다. 이처럼 <<절대로 말하지 않는 아이>>는 매일매일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라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저자 호세 칼르로스 안드레스가 용기를 주고자 쓴 책이랍니다.
(이미지출처: '절대로 말하지 않는 아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