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할 수 있을까?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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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2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혼자 계신 친정 아빠께는 못다한 효도를 다 하리라 마음 먹었더랬다. 헌데 효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알기도 전에 아빠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로 요양원에서 지내셔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아빠에게 효도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많은 시간동안 효도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반짝반짝 빛나는 가슴 따뜻한 순간들을 기억하게 되는 <30점짜리 엄마>의 작가 다카기 나오코의 <<효도할 수 있을까?>>를 만나게 되었다. 효도를 거창하게만 생각했던 내게 효도라는 것이 초호화 해외여행과 고급 레스토랑을 모시고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갈 즈음, 아직 이 짧은 만화책을 다 읽기도 전에 아빠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최근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기신 터라 가족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죽음은 이 책으로 인해 더욱 아프고 크게 다가왔다. 난 이번에도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로 아빠를 보내드려야만 했다. 그것이 장례를 치루는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40년 넘게 일하던 회사에서 정년퇴직 한 후 뵐 때마다 조금씩 할아버지화가 되어가고 소위 은퇴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아빠, 아직은 알바를 두 개나 뛰고 계시기 때문에 왠지 안심이 되는 엄마, 실버 세대 한복판에 계신 부모님은 여전히 딸을 참 많이도 걱정한다. 24살에 상경해서 겨우겨우 밥 먹고 집세 내며 살던 작가에게 아빠는 가끔 혼자서 훌쩍 도쿄에 오셔서 용돈을 주고 가시기도 했는데 이번에 아빠가 도쿄에 놀러 오신다고 한다. 지난번 도쿄에 오셨을 때 아빠가 갑자기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하셔서 그냥 흔한 느낌의 인도 카레 체인점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아하시던 기억 때문에 작가는 전에 갔던 가게보다 멋지고 고급스러운 식당에 모시고 갔지만 아빠의 텐션은 낮았고, 생각 없이 들어간 카페에서는 완전 들뜨셨다. 가족 중에서 아버지만 외국에 간 적이 없어서 마침 일본에 한류 붐이 일어 부모님과의 첫 해외여행을 한국 서울로 가게 되는데 공항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완전 흥분하시는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작가는 앞으로도 건강해주기를 바란다. 낡은 집을 편하게 리모델링해드리겠다고 해도 마다하는 아버지, 레스토랑보다는 도시락을 사와서 벚꽂나무 아래에서 먹는 것을 더 기분 좋아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여느 부모님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기에 자연스레 내 부모를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 

 

 

이제 와서 효도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고… 뭐가 효도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두 분의 웃는 얼굴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본문 125p)

 

 

 

<<효도할 수 있을까?>>는 그동안 효도라는 것이 초호화 여행과 고급 레스토랑에 모시고 가는 것이라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효도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부모님을 웃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여행에서 아버지의 취향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부모님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 바로 부모님의 삶을 이해하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글귀가 자꾸만 마음을 아프게 한다. 효도하는 방법도 모르고 효도가 뭔지도 몰라 그저 안타까운 시간을 속절없이 보내고만 어리석음을 어찌할꼬. 이제는 더 이상 두 분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힘겨울 뿐이다. 효도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이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삼우제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경험과 고민을 코믹하게 담아낸 이 책은 나는 왜이리 슬프기만 한걸까. <<효도할 수 있을까?>>가 말하고자 하는 '부모님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귀한 진짜 효도'라는 포인트를 많은 이들에게 전해줬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효도할 수 있을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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