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
이향안 지음, 홍정선 그림 / 현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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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많은 보물들이 세계 곳곳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엄연한 우리 것임에도 불구하고 되찾아오지 못하고 있지요. 수많은 전쟁을 치룬 나라이다보니 약소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상당수의 문화재를 강대국에게 빼앗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으로 삶이 피폐해진 사람들이 문화재를 지키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헌데 그 피폐함 속에서도 문화재를 지키고,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우리 민족의 역사와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했겠지요? 현암사에서 출간된 <<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뿌리와 역사를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서울 성북동에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 미술관인 간송 미술관이 있습니다. 간송은 전형필이란 사람의 아호로 전형필이 평생 모은 예술품들이 소장된 곳입니다. 간송 미술관에는 우리나라의 국복급 문화재와 보물급 문화재가 가득한데, 이는 간송 전형필 이 문화재들이 가장 많이 파괴된 일제 시대와 육이오에서 우리 문화재를 구해 내기 위해 전 재산을 바쳐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그 시절, 간송은 일본 골동품상인 마에다가 고려청자인 천학매병을 2만 원으로 판매한다는 소식에 말성임없이 찾아왔을 정도입니다. 그는 헐값에 속절없이 팔려 나가는 문화유산들을 지켜 내기 위해 전국을 헤매 다녔고, 육이오 전쟁이 터졌을 때는 문화 유산들을 지키려고 피난 갈 엄두조지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왜 이런 길을 택했을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에 영원히 합병된 역사는 없지.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라네. 그렇기 때문에 일제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 문화유적을 자기네 나라로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것일세. 그러니 우리 힘으로 그것들을 지켜 내야 하네." (본문 17p)

 

간송 전형필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 대전때에는 히틀러에 의해 강탈당한 예술 작품과 문화유물을 찾아내는 '기념물 전담 부대'인 모뉴먼치 맨이 있었습니다. 전쟁터에서 인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을 지켜 내는 일을 했던 모뉴먼츠는 문화재의 암흑시대로 불리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그 나라의 역사이자 인류 전체의 역사를 지켜냈던 것입니다. 앙리 무어가 전설의 도시 앙코르를 찾아냄으로써 캄보디아는 사라졌던 역사를 되찾게 되었지요. 하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문화유산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간신히 되살아난 왕국이 다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유네스코는 이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하여 파괴된 유적을 복원하기로 결정합니다. 사라졌던 왕국이 되살아나면서 인류 역사도 되살아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앙코르 유적은 당시의 세계 역사를 연구하는 데 귀한 자료가 되었어요. 사라졌던 왕국이 되살아나면서 인류 역사에서 사라졌던 앙코르 왕국의 역사가 되살아났으니까요.

어쩌면 앙코르 유적은 우리에게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문화유산은 그 자체가 인류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그러니 잘 지켜서 후손들에게 소중하게 전해 달라고. (본문 41,42p)

 

그리스 배우로도 활동했던 멜리나 메르쿠리는 1799년 영국인 엘긴 백작이란 자가 자신의 저택을 꾸미려는 목적으로 가져간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한 조각품인 파르테논 마블스를 되찾기 위해 영국 정부를 비판하며 반환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녀가 평생을 받친 반환 운동이었음에도 파르테논 마블스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녀의 노력과 그리스인들의 바람은 전 세계적인 문화재 반환 운동의 신호탄이 되었지요. 그녀가 꿈꾸는 파르테논 마블스의 반환 운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문화재 반환 운동에도 그녀의 도움이 컸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왕조실록' 역시 전라도 지방 유생인 안의와 손홍록에 의해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전주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 이야기는 백성들의 작은 힘 하나하나가 모이면 얼마나 큰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본보기가 되고 있어요. 안의와 손홍록의 바람, 백성들의 마음,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모여서 이뤄 낸 기적 같은 일이었으니까요. (본문 64p)

 

댐 공사로 아부심벨 유적이 수몰 위기에서 구해낸 유네스코, 중국 시안 성벽을 지켜낸 시중쉰, 내전 속에 파괴되고 도난당할 위기에서 7인이 힘을 모아 유물을 지켜낸 아프가니스탄의 보물을 지켜낸 '카불의 7인의 열쇠지기', 히틀러의 부하였지만 역사와 전통이 깊은 파리를 차지할 수 없으면 연합군에게도 줄 수 없어 차라리 폭파 시켜 버리겠다는 히틀러에 맞선 콜리즈까지 이 책에는 보물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아이들에게 막연히 문화재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문화재를 지켜야하는 이유와 문화재의 가치,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의미까지 너무 잘 드러나 있네요. 목숨을 걸고 문화재를 지켜낸 이들이 있어 우리가 인류의 역사와 뿌리를 알 수 있었던 것일 겝니다.

 

 

 

세계 곳곳에 보관되어 있는 우리의 문화재가 하루 속히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문화재를 지켜려는 특정한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관심으로 인해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의 뿌리이자 정신인 문화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 의미을 이해하는데 이 책 <<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이 견인차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이 되네요. 우리 아이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싶은 책입니다. 강추!

 

(이미지출처: '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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