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생소한 작가라 이력부터 살펴보니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이 데뷔작이라고 한다. 이 책은 2014년 쥘 베른상, 오디오립상, 비브르 리브르상을 수상했으며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려 나갈 만큼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란다. 이 책은 실제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며 만난 밀입국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졌는데, 프랑스, 스페인, 영국을 오가며 무려 31차례에 걸쳐 이사를 다녔을 만큼 여행과 이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 그의 삶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된다. 동화책을 연상케하는 책 제목이 독특한 이 작품은 주인공 파텔이 의도치 않은 여행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삶의 가치를 깨달아 간다는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내용이다.

 

여러 해동안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갈취하고, 최근에는 류마티즘과 척추 디스크 증세를 연기해 마을 사람들이 마련해준 여행 경비로 최신형 못 침대를 구입한 다음 고향에 가서 되팔 작정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인도에서 온 고행자인 파텔은 택시를 타고 이케아로 가려한다. 택시기사 귀스타브는 속으로 벌게 될 돈을 계산하며 공항에서 8유로 25상팀 택시비가 나오는 루아시 파리 노르점이 아닌 현재 위치에서 차로 45분쯤 떨어져 있는 파리 쉬드 티에점으로 차를 몰았다. 98유로 45상팀이 찍힌 요금을 내야할 순간이 오자 파텔은 돈 많은 사업가인 척 연기를 하며 한쪽 면만 프린트 된 100유로짜리 가짜 지폐를 내밀었고, 귀스타브의 주위를 딴 곳으로 끌어 자신의 새끼손가락과 초록색 지폐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고무줄을 잡아 당겼다. 10분의 1초 만에 돈은 다시 원래 주인인 파텔의 수중으로 돌아온 것이다.

 

파텔은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침대를 주문했지만 세일 기간이 끝난 탓에 15유로 89상팀이 부족했다. 시장기를 느낀 파텔은 한 여자를 목표로 여자의 잘못으로 선글라스가 파손된 척하는 속임수로 20유로를 받아냈으며 점심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파텔은 자신을 선함을 주변에 퍼트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마리의 말에 자신의 폐부를 강타한 최초의 강력한 전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곧, 임무 수행을 위해 마리의 유혹을 뿌리친 파텔은 매장 침대 밑에 숨어있다가 폐점되면서 밖으로 나와 호사스러운 호텔에 지내듯 시간을 보냈다가 매장 사람들의 목소리에 제일 먼저 눈에 띈 옷장 속으로 숨었다. 하지만 그 옷장은 화물 트럭을 실려 곧 영국으로 보내졌다. 이 트럭에는 영국으로 가려는 수단의 밀입국자들이 타고 있었는데, 가족에게 그리고 고향 땅에 남은 사람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정직한 일자리를 얻는 것이 단 하나의 소원이라는 바라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파텔은 자신의 비열한 동기가 부끄러워졌다. 파텔은 적어도 일생에 한 번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곧 영국 경찰에 들키게 되고, 밀입국자들이 검거될 때마다 자국 국경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보낸다는 영국 당국의 방침에 따라 바르셀로나로 가게 된다.

 

파텔은 엉엉 울지는 않았지만 납덩어리처럼 묵직한 뭔가가 가냘픈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마치 철제 옷장 속에 들어 있었던 게 아니라 어쩌다 듣게 된 타인의 비밀, 그것이 가져다준 회환, 때론 너무 힘들고 부당한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묵직한 옷장에 깔려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말이었다. 사람들이 파텔을 철제 감옥에서 꺼내 주는 동안 그는 이제까지 눈 뜬 장님, 자신이 태어나서 살던 곳보다 훨씬 암울하고 음험한 곳이 있음을 깨달았다. (본문 83p)

 

한편, 100유로를 사기당한 걸 알게 된 귀스타브는 경찰에 신고하여 그가 영국으로 가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곧, 가족과 함께 일주일의 휴가를 얻어 바르셀로나로 가게 된 귀스타브는 파텔을 만나게 된다. 파텔은 귀스타브의 가족들에게 폭행을 당하다 콘베어 벨트 위로 나가떨어지게 되고, 그를 찾으러 수하물 창고로 온 귀스타브를 피해 커다란 여행가방에 들어갔다가 로마 피우미치노 행 비행기를 실린다. 그렇게 화물칸에 실린 파텔은 글을 쓰고 싶었던 욕구에 의해 셔츠에 <신은 택시를 타고 여행하신다>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007 언리미티드>에 본드 걸로 출연했던 배우 소피 모르소는 가방에 들어있던 파텔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소설이 출간될 수 있도록 돕는다. 파텔은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10만 유로를 받게 됐지만 곧 귀스타브에 의해 또 쫓겨 열기구를 타고 이번에는 리비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파텔은 비라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동안 자신의 일을 털어놓으며 그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파텔은 마리를 만나기 위해 다시 프랑스로 가고, 마리를 파텔을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 택시 운전기사는 귀스타브로 공항 수하물 창고에서 파텔을 찾는 것을 도왔던 산타마리아와 자신의 딸 제시카의 결혼식에 마리를 초대했다. 그렇게 파텔과 귀스타브는 다시 만나게 된다.

 

파텔은 가만 생각해 보니 여행 내내 자신에게 운이 따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흐레 동안 놀라운 여행을 했다. 그에게 이 세상엔 다른 것들이 존재하며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음을 가르쳐 준 내면 여행. (본문 260p)

 

 

 

비열한 동기로 프랑스에 가게 된 파텔은 우연한 사건으로 옷장에 갇히게 되고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 물론 그 나라를 관광할 수는 없었지만, 파텔은 그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의 그릇된 삶을 되돌아 보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간다. 이야기는 다소 엉뚱하고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유머를 놓치지 않는데다 그 유쾌함 속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삶을 살펴보게 함으로써 삶의 교훈을 선사한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여행의 시작이 옷장이라는 것부터 얼마나 색다른가.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그의 여행은 좀 고단했지만 참 행복했으리라 생각된다. 부도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고 베품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옷장에 갇힌 여행! 삶의 가치로 떠나는 새로운 여행 패키지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세상엔 사기꾼, 협잡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최근 며칠 동안 경험한 여러 만남은 속임수로 남의 돈을 갈취하는 것보다 훨씬 득이 되는 일이 존재함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 일이란 바로 남에게 돈을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함을 베푸는 것이었다. (본문 255p)

 

(이미지출처: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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