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스캔들
장현도 지음 / 새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읽어보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라 작가의 이력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작가는 2009년 증권사에 입사해 유가증권시장과 선물, 현물, 외환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은 끝에 비합법적인 사금융업체인 '부티크'를 설립하여 젊은 나이에 큰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보았다고 한다. 이 시절에 대해 돈과 탐욕의 노예였다고 말하는 그는 금융계를 떠나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소설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그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쓴 <트레이더>로 일약 대형 신인으로 주목받았으며, 금융팩션의 귀재로 주목받게 되었다고 한다. <<골드 스캔들>>은 그가 오롯이 3년을 매달린 끝에 미국 달러와 금에 얽힌 불편한 진실에 대해 파헤친 소설이다. 책을 읽다보면 금융에 관한 그의 전문적 지식은 치밀한 구성을 돋보이게 하였고, 스토리에 화려함을 더하는 듯 했다. 무엇보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순식간에 읽게하는 놀라운 흡입력이 압권이었다.

 

미국 기업 '그린 아이언' 소속의 핏트레이더로 활약하는 스물아홉 살의 한서연은 인간을 평가하는 유일한 척도인 '수익륙과 실적'에서 이미 최상위 1퍼센트에 도달하는 정예병사이다. 그녀는 오늘도 다소 무모한 돌격 행위로 불과 8분 만에 216만 달러라는 이익을 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살의'마저 담겨진 비수처럼 날아온 적의와 경계심이 담긴 어떤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내리꽂혔다는 점이다. 그녀는 그 시선의 주인공이 '켈리코'라는 헤지펀드의 트레이더인 하워드 베르너임을 알게 되는데, 이후 한서연과 그의 동료들이 본사에서 중요한 계획인 '텔타클 본즈(촉수와 뼈)'라는 4,500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 교란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그의 접근도 시작된다. 그는 그린 아이언이 추악한 기업이라 말하며 세상을 뒤흔들어놓기 위한 악당들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악당의 편에 설 것인지, 자신과 한 배를 타고 정의의 편에 설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 하워드 베르너와의 만남으로 그녀의 인생은 크게 뒤바뀌고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인도 뭄바이 서쪽 240킬로미터 해상에서는 벌크선 라크슈미 호가 순조로운 항해중이었다. 빌 테이넘이 이끄는, 메이슨을 포함한 총 아홉 명의 전직 군인으로 구성된 사설 군사업체인 나이트핀트는 최근 아프리카 해역에서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는 해적들로부터 화물선 라크슈미 호를 경호해달라는 의뢰를 맡은 탓이다. 하지만 라크슈미 호는 해적이 아닌 미국의 주력무기인 '프레데터 MQ-1'이라는 최첨단 무인 공격기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고, 메이슨을 제외한 빌 테이넘과 동료들이 화염 속에서 잿더미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목숨을 건진 메이슨은 미국이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아무것도 없는 화물선 라크슈미 호와 테러와는 전혀 무관한 자신들이 그들의 공격대상이 되었던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미심쩍은 폭발에 대해 생각하던 메이슨은 개죽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동료들의 죽음의 배후를 찾으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지 않은 비밀 작전인 블랙 옵스였음을 알게 될 뿐이었다.

 

-미국 정부가 무분별하게 찍어낸 달러가 이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 있고, 그렇게 흩뿌려진 달러가 약세를 면치 못해 거꾸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 말이에요.

-그게 우리가 운반한 황금과 무슨 관련이 있소?

-혹시 '금본위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화폐의 가치는 일정량의 금이 가진 가치와 동일하다는 애기죠. 쉽게 말해 세상의 모든 화폐는 금을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뜻이에요. 달러 역시 예외는 아니고요. (본문 211p)

 

"모두가 달러의 팽창을 경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달러 팽창은 시작에 불과해요. 미국 정부는 이제 본격적으로 화폐 발행을 가속화할 테니까요. 그것도, 달러의 근본가치에 해당하는 황금을 소멸시키는 수단까지 써가면서 말이죠."

"황금을…… 소멸시킨다고요?"

"그래요. 아주 단순하면서도 손쉬운 방법이죠. 안티 달러 황금의 평가절하. 달러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 거꾸로 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말이에요." (본문 295p)

 

서연은 하워드 베르너의 정체를 회사에 알리지만, 하워드 베르너가 건네 준 자신의 채용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어두운 면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결심하면서 하워드 베르너를 찾아가게 되는데, 미국 정부가 안티 달러 황금의 평가절하 즉, 달러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 거꾸로 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을 하려고 하며, 그 황금 대학살에 그린 아이언이 동참하고 있고 그 선봉에 서 있는 사람이 한서연 자신임을 알게 된다. 그녀가 맡게된 촉수와 뼈 프로젝트는 바로 5,000억 달러의 스왑거래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이에 서연은 하워드 베르너의 요구에 따라 회사의 스파이 역할을 하게 된다. 동료들의 죽음을 파헤치려던 메이슨은 빌 테이넘이 남겨놓은 비밀 문서를 통해 프로그레스에서 자신들이 맡겼던 금괴를 이송하는 다섯 건의 의뢰들 뒤에는 미국 정부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사건을 파헤칠수록 메이슨의 목숨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서연과 메이슨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진 듯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자신도 모르게 황금 대학살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고, 이에 맞서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게 된다.

 

1998년 당시 한국에서 결성된 시디케이트의 공통 과제는 한국 정부가 내놓은 220톤의 금을 국제시장에 매각하고, 매각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한국 정부에 건네주는 일이었다. 실제로 신디케이트는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한국정부는 약속된 날짜에 매각 대금을 지급 받았고, 그 과정에서 신디케이트 구성원들은 사전에 정해둔 수임료를 챙겼다.

그런데 당시 금의 총 매각 가격이 LME(런던금속거래소) 시세에 비해 23퍼센트가 낮았다. 그 이유는 바로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수임료 때문이었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대다수의 관계자들 역시 그 사실을 며왁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사실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본문 252p)

 

 

 

<<골드 스캔들>>에서는 이렇게 한서연과 메디슨을 통해 금과 달러를 둘러싼 화폐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곁에는 또다른 주인공인 스탠필드와 캐서린 올리에가 있다. 저자는 아시아의 외환위기 때마다 국제경제 컨설팅이라는 명목 아래 개발도상국에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채무를 뒤집어씌울지, 그들 국가에 어떻게 미국와 유럽의 기업을 침투시킬지를 기획하던 '채무의 박사'라 불리던 스탠필드가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 IMF의 이면과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모았던 220톤의 금 행방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서도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배후에서 치밀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캐서린 올리에의 욕망을 통해 수많은 이해집단 속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미국 켄터키 주 북쪽에 위치한 포트 녹스에는 전세계에서 거둬들인 약 250조 달러로 추정되는 막대한 양의 황금이 보관되어 있는데, 매년 포트 녹스의 금괴 입출고 현황을 조사·감독해야 할 미 재부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2001년부터 전혀 조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포트 녹스의 금괴 보관소가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팩트에서 시작된 <<골드 스캔들>>은 이 주인공들을 통해 배신, 음모가 벌어지는 치열한 화폐 전쟁을 선보인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작가 장현도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미지출처: '골드 스캔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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