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리사 젠슨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은 14살 선생님으로부터 「오만과 편견」을 받은 이후로 엘리자베스 베넷이 되기를 꿈꿔 온 작가 멜리사 젠슨의 데뷔작이다. 풋풋하고 예쁜 첫사랑을 꿈꾸던 여학생 시절, 최고의 연애소설로 꼽히는「오만과 편견」을 읽어보았다면 누구나 작가처럼 그 작품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그런 이유로 나 역시도 제인 오스틴과 샬롯 브론테 작가를 참 좋아했었다. 고전은 지루하고 고루하다는 편견에서 그녀들이 보여준 작품은 고전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감성 충만한 사춘기 시절을 달뜨게 했으니까. 그런 이유로 이 책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는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엘리자베스 베넷이 되길 꿈꾸었던 작가는 어떤 상상력을 풀어낼지 사뭇 궁금해졌다.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은 21세기 소녀인 16세의 캐서린(캣)의 블로그와 19세기 귀족소녀인 18세 캐서린(키티)의 일기가 중첩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18세의 딸을 둔 엄마인 탓인지 캣의 블로그 내용은 어쩐지 소통이 안되는 느낌이지만, 키티의 일기는 나의 정서와 너무 잘 맞았다.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나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같은 작품을 읽고도 독자층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매력있는 작품인 것이다. 이야기는 200년 전에 죽은 메리 퍼시벌에 대해 조사한다는 엄마를 따라 영국으로 오게 된 캣의 지루하다는 하소연으로 시작된다. 앞으로 10주 동안 캣의 곁에는 버터 바른 오이나 여왕님 그리고 이 블로그 뿐이다. 그런 캣에서 엄마는 메리 퍼시벌의 딸이 쓴 일기장 복사본을 읽어보라 권한다. 이렇게해서 캣의 블로그와 키티의 일기가 중첩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했는데, 캐서린이라는 이름과 연령대 그리고 숨막히게 하는 엄마와 멋지지만 굉장히 바쁜 아빠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마 시대적인 상황이 많이 반영된 탓인지 둘의 성격은 정반대였다.

 

블로그와 일기는 캣과 키티의 일상적인 이야기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키티의 일기를 읽어본 캣은 꾸역꾸역 열 페이지를 읽고는 지루해한다. 엄마와 같이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가게 된 캣은 전시실을 돌아다니다 제인 오스틴의 유명한 초상화를 보기도 하고 메리 퍼시벌의 초상화도 보게 된다. 엄마를 따라 도서관에 간 캣은 퍼시벌 양의 일기를 읽고 알게 된 바이런의 시를 읽어보기도 하는데, 메리의 없어진 편지를 찾는 걸 도와주러 온 퍼시벌 가문의 후손인 열여덟 살 정도의 윌리엄 퍼시벌을 만나게 되는 운명적 사건이 일어난다. 캣은 182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짙은 파란색의 눈 그리고 오른쪽 뺨에는 정말로 담백하게 보조개가 나 있는 그를 좋아하게 되고, 엄마의 도움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후 윌은 캐서린과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캐서린 둘에 대해 생각하던 중이라며 캣이 키티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에 대해 제안을 한다. 윌은 캐서린에게 일기장에서 언급했던 장소 열 군데를 찾는 도전 과제를 주게 되고, 윌이 생일 선물로 그곳에 데려가 준다고 하자 캣은 키티의 일기를 열심히 살펴보게 된다. 캣이 살펴본 일기장 속 키티 역시 시인 토마스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는 중이었다. 21세기식의 로맨스와 19세기식 로맨스의 서로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서로 다른 세대를 살지만 같은 연령대의 두 캐서린이 사랑을 찾아가면서 성장해가는 닮은 꼴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었다. 키티의 일기를 지루하게만 여겼던 캣이 키티의 일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바이런의 시를 인용하게 되고, 미국와 다른 영국의 문화를 수용하게 되는 과정들도 귀엽기만 하다.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은 시대는 다르지만 십 대 소녀들이 느낄 법한 사랑이라는 동일한 감정에 대해 그 시대상을 반영하여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21세기와 19세기의 서로 다른 문장이 각각의 시대가 반영되어 너무도 잘 쓰여졌다. 한 작가가 한 작품 속에서 두 가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작가의 다음 작품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간만에 읽은 로맨스 소설이었다. 십 대에 가졌던 사랑이라는 감정(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만 한)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캣을 통해 십 대인 내 딸이 지금 꿈꾸고 있을 사랑에 대해서도 짐작해본다. 어쩌면 캣과 키티는 나와 내 딸을 대변하면서 둘의 간극을 좁혀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나에게 영국 신사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것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거지??

 

(이미지출처: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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