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18
그림 형제 원작, 레나테 레케 엮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 읽었던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다보면 느끼는 묘한 감정들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감동, 저자의 의도 등을 알게 되면서 책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최근 저는 명작 다시 읽기를 통해 이런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재미에 빠져 있었습니다. 명작 뿐만 옛날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러면서 많은 고전과 옛 이야기를 다시 읽어왔다고 자부했는데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어린시절 이후로 이번에 처음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린시절에도 책으로 읽었는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접해보는 것이었지요. 물론 내용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또 한 가지 알 수 있었지요. 이 이야기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1284년 무렵, 베저 강가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 하멜른에 얽힌 전설입니다. 이 곳 사람들은 아주 행복했습니다. 강가의 물레방앗간은 곡식을 찧느라 쉬지 않고 돌아갔고, 시장에는 가득 쌓인 밀가루와 빵, 채소와 고기가 팔려 나갔지요.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던 이 마을은 갑자기 쥐들이 나타나면서 끝나고 맙니다. 처음에는 그저 쥐 몇 마리가 집 안이나 마당 한쪽에 쌓아 둔 음식을 몰래 훔쳐 가는 정도였으나 하루가 다르게 쥐들이 늘어 나면서 거리마다 탐욕스러운 쥐떼들이 들끓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무서운 나머지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되었지요. 두려움과 분노에 휩싸여있던 어느 날, 기이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남자는 자신을 쥐 잡는 사냥꾼이라 소개했고 자신에게 충분한 대가를 치르면 마을에 쥐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몰아내겠다고 말했지요.

 

  

 

마을 사람들은 남자가 요구한 돈을 기꺼이 주겠다고 약속했고, 다음 날 남자는 소매에서 피리 하나를 꺼내 이제껏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쥐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만 졸졸 뒤쫓가 갔고 강물에 모조리 빠져 죽고 말았지요. 마침내 쥐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마을 사람들은 쥐 사냥꾼에게 너무 많은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갖은 핑계거리를 대며 약속했던 돈을 내놓지 않자 피리 부는 사나이는 화가 나 치를 떨며 하멜른을 떠나지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해 6월 26일에 하멜른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는 다시 한 번 소매에서 피리를 꺼내 들어 이번에도 역시 일찍이 들어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일찍이 쥐떼가 그랬던 것처럼, 집집마다 아이들이 마법의 피리 소리에 홀려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모습을 감추고 말았지요. 아이를 잃은 부모는 아이들을 찾아 헤맸지만 모두 헛된 일이었습니다. 그날 하루, 하멜른에서 사라진 아이들은 130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멜른의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이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관해서는 약속을 꼭 지키자는 교훈만을 알고 있었지요. 이 이야기 속에 숨은 이야기가 무엇이 있었는지 <어린이 작가정신 클래식> 시리즈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실제 배경이나 숨은 의미에 관해서 그동안 아주 많은 의견이 오고갔다고 하네요. 물론 오늘날까지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가 하는 질문에는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사건이 벌어진 해인 1284년과 아이들이 사라진 6월 26일이라는 명확한 시간 표시로 몇 가지 인정받은 해석이 있다고 합니다. 주민 수가 부족해서 노동력을 구하러 돌아다니던 동부 지역의 호객꾼이 아이들을 유혹해 브란덴부르크나 지벤뷔르겐의 노동자로 끌고 갔다는 주장과 페스트가 순식간에 마을 아이들 13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추측이지요. 그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린이 실종 사건'에 관한 기록이 하멜른 연대기에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와 달리 '1284년 무렵'이라는 정확한 시기에 관한 내용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되었네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이처럼 오늘날까지도 신비스럽고 수수께끼처럼 모호한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맺음말 中)

 

이렇게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의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정말 너무도 큽니다. 이 이야기가 이렇게 기이하고도 신비스러운 이야기라는 것을 이 그림책을 읽지 않았다면 끝내 알지 못했겠지요. 20세기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찬사를 받은 리즈베트 츠베르거의 삽화는 이 이야기를 더욱 신비스럽게 보여주고 있네요. 물론 이 이야기는 겉으로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화를 입게 되는 안타까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약속을 어긴 어른들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약속을 잘 지키자는 교훈을 주고 있기도 하지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이렇듯 문학 작품으로도 그리고 역사적 사실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짧은 그림책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된 이야기였습니다.

 

(이미지출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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