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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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단어만큼 아련하고 애틋하고 예쁘고 풋풋하고 순수하고 또 가슴 떨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첫사랑이 이러한 건,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순수하고 풋풋하고 열정과 용기 가득했던 그 청춘에 대한 동경때문 일것이다. 이순원 작가의 <<첫사랑>>은 작가의 이름도, 출판사의 이름도 아닌 '첫사랑'이라는 순수한 단어 자체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첫사랑을 소재로 한 책은 스토리를 떠나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선물해주니까. 첫사랑 세 글자와 분홍색 하트만 그려진 아주 심플한 책 표지에도 괜시리 마음이 설렌다. 이런 화려한 표지가 아님에도 책은 빠르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한다. 나의 첫사랑은 언제였을까? 아마 초등6학년때였을 거다. 공부도 잘한데다 얼굴이 하얘서 귀티나게 잘 생겼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준 크리스마스 카드를 꽤 오랫동안 간직했었는데, 한동안 아이러브스쿨이 인기를 끌 때 스리슬쩍 그 아이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바쁘게 사는 탓에 추억하지 못하고 마음 깊숙이 담아놓고 꺼내보지 않았던 기억이었는데, 책을 읽기도 전에 벌써 이렇게 오랜 기억을 꺼내들게 되었다.

 

내년이면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30주년이 되는 탓에 그해 여름이나 가을쯤 작은 행사 하나쯤 마련해야 되지 않겠냐는 뜻으로 지난해 봄부터 석 달 간격으로 강릉에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다. 헌데 오늘,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임을 갖기로 했다는 소식에 주인공 정수는 종각역으로 향했다. 남들이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나 대학 동창 모임에 유별을 떠는 꼴들을 보면 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곤 했던 정수지만 최근 갖기 시작한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설레고 여러 날 전부터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곤 했다. 깊은 산속의 학교라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오직 한 교실에서 공부를 했던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이 하나둘 모이고 강릉에서 여자 동창들 몇이 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들 자현이 소식을 묻는다. 초등학교 시절 가장 깜찍하고 예뻤던 여자 친구였다. 자현이는…. 하지만 어렵게 산다는 자현이는 오지 못했다.

 

어릴 땐 아무리 좋아도 그런 내색조차 부끄러워 가슴속으로 감추고 또 감추어야 했던 우리의 첫사랑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본문 31p)

 

정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호일이와 은봉이를 만나게 되었고, 은봉이가 자신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자동차 정비공장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창회가 무르익으면서 자연스레 남학생들의 애틋한 추억인 자현이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은봉이에게 자현이는 선녀와 나무꾼 같은 존재였다. 정수는 은봉을 통해 자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은봉은 우리 모두가 좋아했던 것보다 더 크게 그 아이를 그리워하며 사랑했었음을 느끼게 된다. 동창회에 다녀온 지 며칠 지나 정수는 동창회에 참여하지 못했던 미선의 전화를 받게 된다. 큰조카 결혼식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던 미선은 석달 후에 있을 모임과는 따로 언젠가 한번 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고, 그렇게 정수는 미선과 만나게 된다. 미선은 꼭 밥을 사야겠다 했고, 정수는 미선으로부터 오래전 미선의 첫사랑이었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밥을 사야만 했던 미선의 어린 날 기억은 정수는 기억하지 못했다. 어린 날, 자신이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사랑 하나(본문 117p)가 존재하고 있었던 게다.

자동차 브레이크 이상으로 은봉을 찾은 정수는 은봉이 살아온 날을 듣게 되고, 5년 전 사별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두 번의 결혼을 실패하고 혼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자현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렇게 정수는 은봉과 자현의 엇갈린 퍼즐을 맞춰나간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습니다

당신의 첫사랑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의 첫사랑입니까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으로 삽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본문 中)

 

첫사랑에 대한 다양한 기억과 추억을 담은 <<첫사랑>>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강원도 우추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와 그들의 첫사랑은 산골의 순박함을 그대로 담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은 순수함 대신 어른의 때가 묻게 된다. 그래서 순수하기만 했던 첫사랑은 오래도록 기억나고 애틋한 것일 게다. 읽다보면 저절로 지난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책을 읽는내내 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순수했던 아이가 되기도 했다. <<첫사랑>>은 이렇게 그 아름다웠던 시간을 기억나게 해 준 책이었다. 누구나 읽으면 마음이 순수해지는 책, 누구나 그 시절을 기억하게 되는 책 그래서 더 빛이 나는 책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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