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 지음, 이우정 그림 / 현암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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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잠자리에 누우면 엄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엄마는 우리 남매가 잠이 들때까지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늘 새로웠고 재미있었지요. 자라면서 잊혀졌던 엄마의 옛이야기는 내 아이가 태어나면서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들려주었던 옛이야기가 내게 큰 즐거움이었고 추억이었음을 비로소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많은 것을 배웠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엄마가 그랬듯이, 내 아이에게 이런 즐거움과 추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 엄마가 그랬듯이 재미있고 신나게 이야기를 들려주기가 어렵더군요. 매일 똑같은 이야기에 아이도 흥미를 잃는 듯 했지요. 그래서 옛이야기를 수록한 책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했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드디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바로 옛사람들의 생각이 녹아들어 있는 것을 가려 뽑아 감칠맛 나는 입말을 살려 다시 쓰거나 고쳐 쓴 이야기 백가지가 들어 있는 현암사에서 출간된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입니다. 

 

삶의 꿈과 현실을 이으며 마음 깊은 울림을 주는 우리 옛이야기

우리 옛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묶는 끈이었고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였다. 또한 일상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청량제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세태가 변하고 각박해졌지만 우리 옛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 다시 일어설 용기, 삶을 통찰하는 여유를 전해준다. (표지 中)

 

 

1권에는 모험과 기적, 인연과 응보, 우연한 행운, 세태와 교훈, 슬기와 재치, 풍자와 해학이라는 주제로 담긴 백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감칠맛 나는 말투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글말이 아닌 입말로, 이야기의 친근한 분위기를 위해 높임말 대신 예사말로, 말맛을 살리기 위해 사투리를 살린 이야기는 예전에 엄마가 들려주던 그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신비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 제1부 [모험과 기적]에는 영웅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끝내 바라는 것을 얻게 된다는 줄거리가 많고, 저승이나 딴 세상, 신비한 물건에 얽힌 이야기가 많지요. 제2부 [인연과 응보]에서는 인과응보나 권선징악을 다룬 이야기 또는 보은과 인연을 주제로 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이 빤히 내다보이는 것이 많지만, 선과 악이 맞서면서 펼쳐지는 비장한 아름다움이 있지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뜻하지 않은 행운이나 남의 도움으로 잘 살게 된다는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 제3부 [우연한 행운]에서는 뜻하지 않은 고난을 의지로 이겨낸다는 이야기와 맞서는 구조를 가진 것인데, 무게는 가볍지만 '대신 겪기'의 시원한 즐거움을 주지요. (초판 머리말 참조)

 

 

제4부 [세태와 교훈]은 뒤틀린 현실을 은근히 비꼬거나 준엄한 진실을 가르치거나 사람답게 사는 길을 보여주려고 만든 이야기라고 합니다. 무릎을 칠 만큼 날카로운 풍자가 숨어 있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잔소리 대신 들려줄 만한 교훈이 들어 있기도 하지요. 제5부 [슬기와 재치]에서는 주인공이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번뜩이는 슬기로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은 힘없고 권세 없고 돈 없는 약자이고, 극복할 대상은 힘세고 권세 있고 돈 많은 강자이지요. 약자가 강자와 싸우려면 꾀를 쓸 수 밖에 없네요. 그저 한바탕 웃어보자고 만든 이야기 제6부 [풍자와 해학]에서는 분수 모르는 사람이나 어수룩한 사람을 조롱하지만, 놀리는 쪽이나 놀림을 받는 쪽이나 그리 심각하게 무게를 잡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답답한 삶 속에서 시원한 찬물 한 모금과 같은 구실을 한답니다. (초판 머리말 참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버리덕이 이야기, 둔갑한 쥐, 빨간 부채 파란 부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나무꾼과 선녀 등도 있지만, 반쪼가리 아들, 두고도거지, 샛별 머슴, 정신없는 도깨비 등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네요. 입말로 쓰여진 이야기는 아이의 잠자리에 읽어주기에 제격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마치 엄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잠들기 전에 하루에 한 가지씩 들려주기에도 적당한 글밥도 마음에 듭니다. 우리 옛이야기에는 이 땅을 딛고 살아온 사람들의 숨소리와 맥박, 삶의 여유와 지혜가 담겨져 있습니다. 옛사람들의 가르침과 사람의 지혜가 담긴 재미난 옛이야기를 엄마가 들려주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옛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살았는데'로 시작해서 '그래서 잘 살았더라는 이야기래' 라는 끝맺는 친근함이 있는 구성은 이야기를 읽어주는 엄마인 저도 신이납니다. 훗날 우리 아이도 제가 그랬듯이 엄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추억하고, 그 속에서 배운 많은 교훈들을 되새겨보게 되겠지요. 이것이 옛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네요.

 

 

 

삶이 고달프고 바쁠수록 구수한 이야기판을 벌여놓고 옛사람들의 숨겸을 느끼며 삶의 여유를 되찾고 싶어 하는 이 땅의 주인들에게 선사하는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는 웃음 속에 스며놓은 삶의 지혜와 여유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선물할 것입니다.

 

(이미지출처: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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