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작품은 <눈알사냥꾼>으로 처음 접한 바 있다. 스릴러를 좋아하다보니, 이 작품으로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이름을 기억해두게 된 탓에 베스트셀러 작가 제바스타인 피체크와 천재 법의학자 초코스의 합작품인 <<차단>>의 출간을 더 반기게 된다. 이번 작품은 '성폭행'과 '해부'라는 소재를 통해 스릴 넘치는 긴장감과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속에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시사함으로써 치밀한 구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피오나가 지름길로 와서는 절대 안된다는 엄마의 말 대신 숲 속만큼 안전한 곳도 없다는 산드로의 말을 듣고 숲 속으로 지나가던 중 낯선 남자가 도움을 요청해 도와주려 하지만, 자신에게 지척의 거리만큼 다가온 남자에게 위험을 느끼고 남자 얼굴을 향해 총을 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10일 후 헬고란트, 린다는 스토커 남자친구 대니를 피해 섬으로 도망쳐왔다. 오빠 클레멘스가 대니를 처리하겠다고 했기 때문인데, 지금 섬은 폭풍으로 외부 세계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하지만 린다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대니가 있는 듯한 착각에 집 밖으로 도망치다 해변에서 시체 한 구를 발견하게 된다.

 

다음 날 베를린에서는 파울 헤르츠펠트가 잔혹하게 손상된 여자 시체를 해부하려고 한다. 그녀의 아래턱은 턱관절에서 분리되어 제거되었는데 이는 거친 날을 가진 톱을 이용한 것으로 보였다. 동료들과 함께 해부를 하던 헤르츠펠트는 CT촬영 사진에서 원통 실린더 모양의 이물질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총알의 일부일지도 몰랐고 사망 원인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이물질을 꺼내보았다. 하지만 이물질은 파편이 아닌 금속으로 된 캡슐처럼 보였고, 집게와 핀셋의 도움으로 캡슐을 연 헤르츠펠트는 작은 쪽지를 발견하고 현미경으로 종이를 살펴 보게 되는데 그 종이에는 핸드폰 번호와 그의 열일곱 살 된 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자 천식이 있는 한나의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었다. 이혼으로 가장 많이 고통받았던 한나와는 비교적 최근의 몇 번 되지 않는 만남에서도 잡담의 수준의 대화밖에 나누지 않았는데, 수주일 만에 처음으로 다시 듣게 된 딸의 목소리는 잔인하게 파헤쳐놓은 시체 머리에서 찾아낸 도움을 외치는 소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에릭이 추가적인 지시 사항을 보낼 것이니 그를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남긴 채 그녀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만 남긴 채 끊어졌다.

 

여섯번째 이후로는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여자는 그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한순간은 지금 여기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의식 속에서 사라지곤 했다. 본래 그녀 자신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억들은 고통이라는 기억에 의해 그 자리를 뺏긴 것처럼 보였으며, 그녀가 당한 학대는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그는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그녀에게 폭행을 저지른 후 잠시 동안 혼자 내버려두었는데, 그 시간은 그녀의 수난 중 거의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그것이 언제 계속될지도, 그가 다음에는 어떤 고문 기구를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올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이 3일 전에 시작되고 있었다.

 

"그 늙은 마녀가 그놈에게 3년 반을 선고했어. 그놈이 우리 릴리를 욕보이고 죽음으로 몰고 간 대가로. 내 하나뿐인, 내 전부인 릴리를."

헤르츠펠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것을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에서는 세금을 횡령하면 연금생활자가 될 때까지 감옥에서 썩어야 하지만, 어린아이를 성폭행하면 벌을 받지 않거나 단지 보호관찰처분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릴리 눈에는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데, 그 인간쓰레기는 계속해서 살아도 된단 말인가?" (본문 179p)

 

시체의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한 린다는 해변에 있는 죽은 자에게 연락하기 위해 네 번씩이나 전화를 걸었던 발신자의 번호에 전화를 걸어보게 되었고, 그 전화를 파울 헤르츠펠트가 받았다. 헤르츠펠트의 사정을 듣게 된 린다는 태풍으로 헬고란트에 올 수 없는 헤르츠벨트를 대신해 그의 지시에 따라 해부를 시작하고 범인이 남겨놓은 또 다른 지시 사항을 찾아보게 된다. 이렇게 범인이 남겨놓은 흔적을 쫓던 헤르츠펠트는 자신의 딸을 납치한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그가 이러한 범행을 저지르게 된 이유가 밝혀진다. 그렇게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헤르츠벨트, 해부실에서 알 수 없는 공포와 위험에 사로잡힌 린다 그리고 범인으로부터 견디기 힘든 폭행을 겪고 있는 소녀의 절규가 복합적으로 보여진다.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과 생각지 못한 반전 속에서 심장은 쫄깃해진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한 가지는 바로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범법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법에 대한 비판이었다.

 

 

 

주지방법원은 61세의 그 남성에게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자신의 딸을 282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희생자가 자신이 겪어야 했던 일에 대해 수년이 지나서야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때문에 범인은 이득을 보았다. 그 외에도 법원에 따르면 버모지행위는 13년에서 18년이 지난 일이라고 한다. 범죄가 처음 시작되었던 1992년 당시 소녀는 일곱 살이었다. -「데어 타게스슈피겔」, 2010년 4월 16일자

 

그는 네 살 난 아이를 학대했다. 그리고 같은 집에서 계속해서 그의 희생양처럼 살도록 했다. 안드레아스 S.는 지난주 드레스덴에서 23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판사는 그를 집행유예로 풀어주었다. 안드레아스 S.의 변호사들이 검사와 법원을 상대로 거래를 통해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스 S.는 범죄행위를 자백했고, 그 때문에 징역형을 받지 않았다. -「슈테른」, 2011년 4월 13일자

 

기업가 슈테판 W.SMS (……)수백만에 달하는 소득을 숨겼다. 국세청에서 꼬리를 밟아 그의 집과 세무사 사무실을 수색했을 때, 그가 말하길, (……) 소득세 신고를 위해 이미 서류는 완벽하게 준비해놓은 상태였다고 했다. 하지만 사법부에서는 합법적인 자수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뮌헨 주지방법원은 그에게 탈세와 투자사기죄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바즐러 차이퉁」, 2010년 7월 2일자

 

책 말미에 적힌 이런 사례를 보아서도, 가깝게는 우리나라의 여러 사례를 보아서도 법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위한 법처럼 보인다. 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지금 우리 사회의 법은 과연 정당하게 집행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긴장감과 놀라운 반전으로 강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 속에 진중한 주제를 담아낸 <<차단>>. 그 놀라움 속으로 한 번 빠져보시길 권해본다.

 

(이미지출처: '차단'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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