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학교니까! 라임 청소년 문학 15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라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나오키 상' 수상 작가인 츠지무라 미즈키는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세 아이를 통해 학교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십대들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의 역학을 <<그래도 학교니까!>>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이지만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등장인물을 통해서 서로 조금씩 맞물려 있다. 학창시절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늘 조용했고 어떤 행사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었다. 소위 말하는 그야말로 잘나가는 학생들만이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주목을 받는 학교는 마치 그들의 것처럼 느껴졌었다. 난 한 번도 학교가 학생들 모두의 것이며, 나도 학교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와카미야 중학교 2학년 3반, 안경을 낀 키 작은 기쿠치 유가 전학을 왔다. 유는 다케미야 옆자리에 앉았지만 전학생에게 아무 관심도 없을뿐더러 괜히 친절한 척하며 말을 건네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데다 녀석은 자신과는 성격이 맞이 않은 모범생 타입처럼 보였기에 쉬는 시간이 되자 반 아이 몇 명이 유를 에워싼 채 질문을 퍼부을 때도 화장실로 갈 뿐이었다. 타케미야의 관심은 게임 <드래곤 크라운 2>와 시 대항 육상 대회 신인전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기로 되어 있을 정도로 잘할 수 있는 뛰는 것 뿐이었다. 타케미야는 뒷산에 갔다가 뒷산 출입 금지 구역으로 넘어가려는 유가 <드래곤 크라운 9 공략집>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유와 친해지게 된다. 달리기와 운동 외에는 심드렁했던 타케미야는 전학생인 유를 통해서 성장해 나가게 된다.

 

공부를 잘 못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를 기억하고 그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바꿀 거야. 우리의 미래이자 유의 현재를." (본문 63,64p)

 

마치는 입학한 지 2주도 채 안 된 신학기 교실에서 당당하게 손을 들어 반장에 입후보할 정도로 적극적인 큰 키에 짧은 단발머리를 한 미나미를 보며 자신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주의를 들어왔고, 누군가의 부탁을 좀처럼 거절하지 못하는 탓에 중학교에 들어가면 그런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도서 위원이 되고 싶었음에도 고토호가 자신을 서기로 추천했을 때 서기가 싫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흘러가는 것이 싫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2주일 전에도 육상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마치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책장에서 무언가 빠져나와 땅에 떨어진 걸 발견하게 되는데 그 종이에는 '벚꽃 지다'라는 짧은 문장이 하나 적혀 있었다. 그 후로도 마치는 책에서 종이를 발견하게 되고 답장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마치는 그 편지를 통해서 위안을 얻는다. 모둠을 짜서 자유 연구를 한 뒤 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 방학 숙제를 통해서 마치는 조금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되는 아이로 성장한다.

 

학교가 모두의 것이라는 말은 순 거짓말이다. 학교는 우리가 아니라 공부 잘하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그 와중에 인기도 있어서 이성친구까지 사귀는, 그런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잘할 수 있는 '그들'의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선생님과 어른들은 반에서 눈에 띄는 학생들을 대놓고 칭찬하고, 세상 사람들 역시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같은 학교에 다녀도 우리처럼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는 부류는 덜떨어진 아이들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영화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는 솔직히 오기도 좀 있었다. 우리도 학교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기 때문이다. (본문 189,190p)

 

잇페이는 류와 다쿠시와 함께 영화 동아리가 아닌 동호회 소속이다. 와카미야 고등학교에서는 동아리로 인정받기 위해서 네 명 이상의 인원과 지도 선생님이 있어야 하지만 그 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부를 만들고 싶었던 잇페이와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부를 만들고 싶어했단 다쿠시가 동호회를 만들었고 류가 합류하게 되면서 지금의 동호회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잇페이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게 되는데 그녀는 '도서관의 그대'라는 별명을 가진 다치바나 선배였다. 하지만 연극부를 그만둔 다치바나 선배는 영화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고 세 사람은 다치바나 선배가 연극부를 그만 둔 이유를 찾는과 동시에 매일 그녀를 설득하기위해 애쓴다. 그러던 중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했던 다치바나 선배에 관한 일들을 알게 된다. 학교는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던 잇페이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그 대답을 찾는다.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그래도 학교니까!>>는 주인공들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는데 각각의 고민에 대해 친구, 꿈 등을 통해 해답을 찾고 성장하는 과정이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불안하고 미완성된 십대이지만 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관계를 맺고 교류하면서 희망을 찾고 고민의 답을 찾으려 애쓴다.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학교는 모범생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고민과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학교는 바로 모두의 것이 아닐까. 학교 폭력, 경쟁, 왕따 등으로 학교는 두려운 곳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학교는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을 주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를 느끼게 한다. 각각의 서로 다른 구성이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그래도 학교니까!>>는 전혀 다른 주인공들,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서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그곳이 바로 학교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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