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뤽 아우프 : 독일로 간 광부
문영숙 지음 / 서울셀렉션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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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의 아버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주인공 덕수는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이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인물이었는데, 그런 그가 파독 광부가 되어 독일에서 검은 땀과 검은 눈물로 보낸 고군분투기는 영화 속에서 더욱 눈길을 끈 장면이었다. 지하 무덤 같은 막장에서 언제 천장이 무너져 내릴지, 돌더미에 깔려 죽을지 모르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오직 가족을 위해 일하던 덕수의 모습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는데,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책을 통해서 그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파독 광부 출신인 교육학 박사 권이종 교수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글뤽 아우프 독일로 간 광부>>가 바로 그것이다. '글뤽 아우프'는 독일어로 '살아서 지상에서 만나자'는 뜻으로 위험 가득한 막장에서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말처럼 느껴졌다.

 

6.25 전쟁으로 평화롭기 그지없던 지리산 자락은 무서운 곳이 되어버렸지만 총을 쏠 때마다 떨어지는 탄피는 전쟁이 아이들에게 준 선물이자 놀잇감이었다. 탄피를 줍느라 온 동네를 쏘다니는 상우가 엄마는 걱정이 되어 하루는 탄피를 주으러 가려는 상우를 데리고 고사리를 꺽으러 샘골로 갔다. 그러던 중 상우는 다래 덩굴 속에서 다리를 다친 젊은 남자를 만나 돌보게 된다. 6.25 전쟁이 휴전되고 나서 상우는 2년 후에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중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가난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학교 문턱도 못 넘은 형에 비하면 초등학교라도 졸업한 상우는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양복을 입은 말쑥한 신사가 찾아오게 되고 그가 예전에 돌봐준 다친 남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상우가 중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1,2년 늦어도 공부하는 데 아무 상관없으니 포기하지 말라며 목표를 세우고 나면 목표를 향해서 노력하게 되니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해주었다. 상우는 샘골아저씨가 돌아간 후부터 중학생이 되겠다는 꿈을 꾸기로 했다. 꿈을 꾸는 건 돈이 드는 일이 아니니까.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고 원망만 하던 상우는 밤마다 호롱불 밑에서 입시공부를 했고 꿈 같은 합격 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신문을 돌리며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시에 또 벽에 부딪혔지만 상우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할 수 있는 기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야간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아는 직업이라고는 면서기와 선생님밖에 없었던 초등학교 시절, 꿈이 뭐냐는 담임선생님의 물음에 그때부터 꿈은 선생님이 된 상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들어가서도 일요일엔 부대에서 가까운 교회에 나가 주일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나라 사정은 갈수록 힘들어졌기에 제대를 하고도 취직을 할 수가 없었던 상우는 샘골아저씨와 함께 독일에 갈 광부에 지원하게 된다. 어렵사리 합격한 후에도 합숙비용과 지참금이 없어 형이 장가가서 처음으로 마련한 송아지를 팔아 가야만 했다. 그렇게 어렵게 독일에 갔지만 막장은 죽을 것 같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다행이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막장일이 적응되어갔고 첫 월급은 한국에서 일반 회사원들이 받는 월급의 여덟 배나 되는 돈이었다. 상우는 기숙사에서 기본 생활비로 쓸 만큼만 남겨놓고 돈을 전부 집으로 보내고 열심히 일했고 더불어 샘골아저씨와 함께 독일어 공부도 놓지 않았다.

 

둘째가 생겼다는 기쁨을 채 누르기도 전에 샘골아저씨가 사고로 죽게되자 힘겨워했던 상우는 '내 몫까지 꿈을 이뤄라'라는 아저씨의 유언을 떠올리며 다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왼손을 다치는 사고를 당하지만 그 사고로 수간호사인 로즈마리를 양어머니로 얻게 되었다. 부상으로 일을 하지못해 월급이 적자 연장근무를 했다가 허기짐에 무작정 식당으로 갔다가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는 미경을 알게 된다. 상우는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미경을 통해서 용기를 얻게 되고 사과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과공장 사장의 딸인 헬가에게 독일어를 배우면서 열심히 공부한다. 상우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독일에 남아서 유학을 하고 싶었으며 샘골아저씨와 약속했던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고졸이라는 학력으로는 독일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했지만 상우는 불법체류자가 된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며 양어머니의 도움과 하고자 하는 의지로 인해 아헨대학교의 교칙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합격하게 된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알고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상우의 태도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그의 성실성은 외국인 학생을 받은 적이 없은 독일의 아헨대학을 감동시켰다. 메르크슈타인 광산촌에서 수없이 흘렸던 검은 땀과 검은 눈물은 상우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길의 거름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독일에서 교육학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의 청소년 교육과 평생교육을 위해 가르치며 제자들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정년퇴직을 하고도 교육분야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봉사를 하게 되기까지 상우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모두들 옛날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은 행복하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은 나름대로 다 고민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때는 경제적 궁핍 때문에 힘들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정신적 결핍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스스로의 결핍을 딛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먼저 바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255p)

 

<<글뤽 아우프 독일로 간 광부>>는 이렇게 권이종 교수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상우라는 한 소년이 꿈을 갖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상우가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마음마저 가난하게 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가난하다고 해서 꿈마저 꿀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장애는 없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권이종 교수는 '노력하는 자에게 인간의 한계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우를 통해 더욱 절감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상우야, 질짜 불행한 게 뭔지 아니? 꿈이 없는 거야. 꿈이 없으면 내일도 모레도 그 후에도 네 인생은 달라질 게 없어. 꿈부터 가져. 중학교에 꼭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뭘 할지 목표를 정해. 목표를 정하고 나면 어떻게든 길이 열릴 거야."

"길이 열린다구요?"

"그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해. 목표를 세우고 나면 목표를 향해서 노력하게 되잖아.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과는 천지차이야." (본문 32p)

 

꿈을 향해 나아가는 상우의 노력이 돋보이는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을 비롯하여 성인들에게도 뜨거운 감동을 전한다. 나를 둘러싼 열악한 환경은 절대 꿈을 꾸지 못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물론 요즘은 환경이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꿈이요, 의지요, 노력이다. 권이종 교수의 말씀처럼 꿈을 꾸고 노력한다며 한계점은 없다. 꿈을 꾸고 또 노력한다며 언젠가는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허구가 아닌 실제 경험담을 녹아낸 이야기이기에 독자들에게 더 큰 감동과 의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꿈을 꾸는 법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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