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문구가 눈길을 끄는 책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겼지만 여전히 동화를 좋아하는 어른인 나는 동화책으로 그나마 끝없는 우주 속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 정도 남은 상상력을 겨우겨우 부여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저자 모리스 센닥이 강력 추천한 책이라고 하니 이유를 불문하고 일단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었다. 저자 크로켓 존슨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마법의 해변>>은 초등저학년을 위한 그림책처럼 글밥이 적은 정말 짧은 동화책이다. 하지만 여지껏 읽은 수많은 그림책을 통해서 얻은 것, 깨달은 것, 되찾은 것이 많은 것을 감안해보면 적고, 짧은 건 큰 의미가 없는 듯 싶다.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프다는 앤, 이야기란 단어들을 늘어놓은 것일 뿐이고 단어는 글자에 불과하며 글자들은 그저 기호의 일종일 뿐이라고 말하는 벤은 오래된 고둥을 찾아 바닷가를 헤매는 중이다. 벤은 모래 위에 '잼'이라고 썼고, 파도가 모래사장 위로 몰려왔다가 뒤로 물러나자 글자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헌데 그 젖은 모래톱 가장자리에 잼이 가득 들어 있는 은접시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날 리가 없어." 벤이 말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나 나오는 거잖아." (본문 中)

 

 

 

이제 벤은 모래 위에 '빵'과 '우유'를 썼다. 다리가 아파 이야기책이라도 읽으며 오두막에 그냥 있는 게 나았을 거라 생각했던 앤은 만날 앉아서 읽기보다는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쪽이 훨씬 재미있다는 벤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벤은 덧붙혀 그건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린 거라고 말한다. 그들은 뜨거운 햇볕을 가려줄 '파라솔'을 썼고 '나무'를 썼으며 디저트를 먹기 위해 '사탕'을 썼다. 바닷소리가 들리는 고둥을 찾기 위해 벤은 '왕'을 썼다. 그저 '고둥'이라고 쓰면 더 수월했을 테지만. 왕은 도시와 농장, 숲과 성이 필요했고 아이들이 글자를 쓰자 왕국이 완성되었고, 왕은 옷자락에서 커다란 고둥을 꺼내 벤에게 건넸다. 아이들은 왕좌에 가려는 왕에게 말까지 주었지만 왕은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았고 오히려 왕국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멀어져가는 왕을 보며 아이들은 해변에서 조랑말을 두 번 쓰려했지만 밀물로 물이 차올랐고 나무 꼭대기까지 모두 물 밑에 잠겨 사라져가고 있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앤이 말했습니다.

"무슨 시간?" 벤이 말했습니다.

"행복한 결말을 위한 시간 말이야." 앤이 말했습니다.

"파도가 너무 순식간에 들이닥쳤어." 벤이 말했습니다.

갑자기 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녀가 외쳤습니다. (본문 中)

 

<<마법의 해변>>은 상상의 힘 즉, 꿈을 꾼다는 것이 얼마나 강력을 마법을 보여주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래 위에 쓴 글자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아이들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밀물로 인해 마법의 왕국은 사라진 듯 보였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 시간이 없기에 새드 엔딩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지만 두 주인공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왕의 뒤를 쫓느라 해변을 떠나는 순간 이야기는 멈추었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왕처럼 어른이 되는 순간 마법의 세계 즉, 상상력의 세계는 끝이 난다는 것을 은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른들에게 마법은 왕이 두 아이들에게 말한 것처럼 '철자를 쓰다'의 동사 '마법(spell)'만 존재할테니 말이다. 더 이상 상상하지 않고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것이 바로 어른들이 아닌가. 하지만 아이들은 상상력을 잃지 않고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 해피엔딩을 만들려 했다. 저자는 우리에게 아직 모든 끝난 것이 아니며 우리가 상상한다면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일 게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며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는 것. 진정으로 원한다면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으니 우리가 상상하는대로 꿈을 꾸고 삶의 주인공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은 아닐런지.

 

 

 

앤과 벤의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가 행동하지 않고 그저 앉아만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 힘들고 배고프고 지쳐도 우리가 직접 우리 삶을 만들어간다면 그것이 훨씬 재미있는 일이고 삶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꿈을 꾸고 행동해야하는 것이다. 앤과 벤은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마법같은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마법의 해변>>은 이렇게 우리들을 다시 꿈꾸게 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코 변명이 될 수 없다.

 

아직 나에게 꿈꿀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음을,

그래서 나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옮긴이 김미나

 

(이미지출처: '마법의 해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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