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혼돌내낭 - 살이와 여행 사이
김윤양 글.사진 / 네시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제주에서의 생활은 노후에 내가 꿈꾸는 삶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제주에 관한 책은 늘 관심 대상이 된다. 이번에 읽어보게 된 책은 바로 <<제주에서 혼돌내낭>>이라는 책이다. '혼돌내낭'은 '한 달 내내'의 제주도 사투리로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 달간의 제주 살이를 통해서 가족의 정을 쌓아가는 여행 이야기라 볼 수 있겠다. 저자는 18년 차 방송작가이자 두 딸을 둔 일하는 엄마로 일도 육아도 반타작인 탓에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일생 반타작"이라 말한다. 나 역시도 그러한데, 일하는 엄마들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는 달리 어느 한쪽으로도 완벽하지 못한 반타작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프롤로그 단 몇 줄에서 동질감이 생기고 순식간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그런 저자가 한 대학병원의 조울증 권위자와의 인터뷰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으며 그들에 대한 처방이 '매사에 70%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50% 사람에 대해 당당해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위기가 찾아오게 되고, 육아와 살림, 결혼한 주부로서의 삶과 십수 년 차 사회인의로서의 삶의 경계에 대한 지독한 회의에 빠졌고, 어느 한쪽도 완벽하지 못한 50%의 삶이 아프게 다가왔다고 한다. 일을 하는 엄마이든, 일을 하지 않는 엄마이든 육아는 최대의 난제이며 아이의 문제에 있어서는 늘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저자는 아이들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슬기롭게 넘기고 엄마도 아이도 편하게 그 길을 동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해답으로 여름 한 달을 제주에서 보내는 것으로 해결책을 얻는다. 여름 한 달을 제주에서 보낼 경우 맞벌이 부부의 최대 난제인 여름방학 육아 공백이 해결되고, 최고의 여름 피서지에서 한여름을 즐길 수 있는 절묘한 기회가 주어지고 여행을 떠나기엔 어린 둘째에게도 적절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절박해졌고, 절박함을 무모함이 되어 50점 엄마가 100점 엄마가 되기 위해 그들은 떠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제주에 가게 된 이유, 제주에서 얻고자 했던 해답과는 상관없이 날마다 충실하게, 오늘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열심히 놀았다.

 

 

아이들이 보내는 이상 신호는 대부분 어른들의 문제에 기인한다. 아이를 바꾸려면 엄마가 바뀌면 된다는 것. 아이의 불안과 위기를 해소하려면 엄마가 행복하면 된다는 것. 많은 엄마들이 이와 같은 명제를 머리로는 이해한다. 이해는 되는데 실천이 안 되고, 어떻게 한번 한다 해도 지속되지 않는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엄마도 아이도 달라진다. 문제집도 없고 사교육도 없고 밤낮으로 바쁜 엄마도 없다. 거듭 노출되던 문제가 사라지고 즐겁고 신나는 기억이 많아지니 행여 상처 입은 영혼들도 회복이 빨라진다. 즐거운 추억이 쌓여갈수록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도 불안을 견딜 탄력성이 커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사실 그것은 다른 누구보다 내가 간절하게 듣고 싶은 답이었다. (본문 16,17p)

 

 

 

제주시 외도 1동에 있는 '씨앤하우스'에 자리를 잡고 한 달간 조금 모자라게 살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짐들을 끌어안고 살고 있었는지를 배우게 되고,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비록 한 달간이지만 씨앤하우스는 작은 마을이 되어주었고 서로 위안이 되어주면서 그들은 여행자로 제주 사람처럼 살았다. 바다는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주었고,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브레이크를 걸고 느리게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제주에 집을 얻고 산과 바다를 걸으며 놀라운 회복력을 경험했다던 말.

그때 내가 들은 제주는 '사람을 살리는 섬'이었다. (본문 105p)

 

 

 

얼마 전 제주앓이를 앓던 어떤 이가 제주에서 1년을 살아가는 과정을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 제주에서의 삶을 동경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어쩌지 못하는 상황인 탓에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살아보지 못하는 내 처지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곤 했었다. 헌데 1년이 아니라 한 달이라고 하면 왠지 만만해보이지 않는가. 나도 저자처럼 반타작 밖에 하지 못하는 엄마이고, 이제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와 좀더 끈끈한 유대관계가 필요하며 앞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도 여유가 필요하니 말이다. 물론 절박함이 무모함이 된다고 아직은 절박하지 않은 탓에 애꿎은 현실에 핑계만 대고 있지만. 이들의 무모함이 무척이나 부럽기만 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이지만 우리는 늘 부족함, 허전함을 느낀다. 바쁜 직장생활을 탓하며 아이와의 관계에도 점점 소원해진다. 그로인해 여행을 꿈꾸지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렇게 어쩌지 못하는 현실에서 잠시 제주에 머물다 온 느낌이다. 제주의 바람, 햇살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처럼 이 책은 여행하기도 버거운 바쁜 일상에서 숨돌리기를 위한 수단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이 또한 힐링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제주를 고스란히 담은 책, 그래서 여행이 주는 안식, 편안함을 선물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내 삶이 느려진 듯 싶다. 서로에 대한 욕심도 기대도 없이 가족이 함께 뛰고 달릴 수 있는 그 곳, 그래서 제주 여행은 늘 옳은 것인가 보다.

 

(이미지출처: '제주에서 혼돌내낭'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