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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화사들 - 우리가 만난 날의 기록 계회도,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ㅣ 한우리 청소년 문학 4
윤혜숙 지음 / 한우리문학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밤의 화사들>>은 조선시대 화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MBC 드라마 <이산>을 통해 화원들의 삶이 조금 드러나긴 했지만 사실 화원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그닥 많지 않은데다 청소년 문학에서도 흔치 않은 소재인 탓에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더욱이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은 흡사 추리소설과 같은 긴장감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움까지 더하고 있어 그 가치가 배가 된다. 요즘 청소년 문학은 그 폭이 넓어져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하다. 이는 역사소설이지만 다른 작가들이 많이 다루지 않았던 영역을 치밀하게 묘사하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빨려들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심사평에서도 엿볼 수 있다.
3년 전 검계들의 손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진수는 장 화원과 인국 형님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장 화원은 진수를 양아들로 들이겠다고 했으며, 진수는 인국을 아버지처럼 의지했다. 헌데 삼 년이 지난 지금, 인국이 아버지 조만규 살해범으로 추포되었다. 진수의 어머니 역시 죄없는 인국이 잡혀간 것이 걱정스러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역시 인국에게 의지해왔던 탓이다. 삼 년 전 검계의 짓이라 덮은 거리의 화사일 뿐인 아버지의 죽음을 재조사하겠다는 것은 한성부가 얻는 것이 잃은 것보다 더 많은 이유라 생각하니 진수의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추측이 오갔다. 사흘 만에 본 인국의 몰골은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는데, 인국은 진수에게 자신의 밀고자가 장 화원일 거라 말하며 삼 년 전 아버지가 그린 계회도를 찾지 못하면 살인죄를 뒤집어쓰게 될 판이라 한다. 검계가 가져간 줄만 알았던 계회도가 장 화원의 손에 있다는 인국이 진수는 낯설었다. 그림을 대주고 팔아주는, 거간꾼과 전주의 관계였지만 처남인 청지기보다 인국을 더 믿었던 장 화원이 인국을 밀고했다는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국은 그 계회에 참여한 이 화원이 죽었고, 송 화원은 눈을 잃었으며 진수의 아버지도 죽었으나 장 화원만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들어 진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진수는 인국을 대신해 포도청 포졸인 불알친구 순두와 눈을 잃은 뒤 반촌에 살게 된 송 화원에 아들 범이와 함께 진범을 추적해나간다. 진수는 그림이 뭔지도 모르는 무지렁이들의 모임을 쫓아다니며 계회도를 그리고, 쥐꼬리보다 못한 그림값에도 허허거리는, 푼돈벌이에다 제대로 화사 대접도 못 받는 아버지가 싫고 미웠었다. 그 계회도 역시 사건이 있기 일주일 전 장 화원 댁에 종이를 배달하러 갔다가 청지기로부터 후원에서 도화서 화사들과 장동 김 대감의 비밀 회합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임금의 어진 제작에 참여할 어진 화사들의 추천 때문에 성사된 모임이라는 것을 안 진수의 아버지가 도화서 화원이 되지 못한 한을 계회도로 대신하면서 그림 옆에 있고 싶어 그렸던 그림이었으리라. 그런 아버지의 죽음 뒤에는 검계에 의한 죽음이 아닌 더 큰 비밀이 연루되어 있음을 진수는 진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아간다. 그리고 이제 진수에게는 더이상 인국이 살인범인지 장 화원이 밀고자인지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수는 아버지를 위해 진짜 범인을 찾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진수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화원들을 둘러싼 권력의 부조리, 탐욕 등이 드러나게 되고, 진수는 가난을 택했던 화사로서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다.
"화원으로서의 명성도, 부도 갖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누구를 위해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알았고, 평생 그것을 지키면서 사셨어요. 아버지는 양반들의 눈요기를 위해서도, 벼슬아치들의 권세를 위해서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어요. 살아가면서 위로가 되고 힘들고 괴로울 때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고 다시 살아낼 힘을 주는 그런 그림이 어떻게 양반의 개가 되려고 하는 형님의 그림보다, 기껏 권력을 자랑하는 데 쓰는 김 대감의 그림보다 더 하찮고 쓸모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겁니까?" (본문 289p)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화사들의 이야기지만 현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어떤 분야이든 부와 명예를 갖기 위해 힘있는 자들과 타협하는 자들은 있기 마련이며 그러다보면 원래 자신이 하고자 했던 꿈이나 이상은 사라지고 만다. 어쩌면 명예와 부에 굴복하지 않은 채 자신의 올바른 가치관, 이상을 쫓는 것은 바보가 되어버린 세상일지도 모른다. 이상을 꿈꾸었지만 결국은 돈을 쫓게되는 요즘 현실에서 진수와 그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가치관과 용기는 우리가 가진 가치관과 이상이 무엇이었는가를 되묻는다.
이렇게 아버지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을 쫓는 과정속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치부, 추악한 탐욕을 통해 우리의 꿈, 이상, 가치관을 생각하게 하는 <<밤의 화사들>>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가미하여 긴장감을 더하여 강한 흡입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역사적 배경과 흔치 않는 소재로 청소년 문학의 영역을 더욱 폭넓게 하였으며, 진수의 성장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삶의 이치를 보여줌으로써 올바른 성장을 도와준다. 우리가 쫓는 것이 돈이나 명예, 권력이 아닌 이상이 되기를 저자는 진수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게다.
(이미지출처: '밤의 화사들' 표지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