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두 해 전 즈음이었을 게다. 히구치 타쿠지의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라는 책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 내가 죽은 후 남게 될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던 때가 있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방송작가 슈지는 혼자 남게 될 아내의 결혼 상대를 찾았고, 슈지의 마음을 안 아내 아야코는 남편을 위해 맞선을 허락한다. 이 책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슈지가 방송작가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세상의 온갖 일을 호기심으로 즐겁게 변화하는 작업'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죽음, 그리고 남게 될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조차 까마득해질 무렵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대형 신인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된 콜린 오클리의 데뷔 소설 <<비포 아이 고>>가 바로 그것이다. 부제가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를 읽었던 때를 떠올리개ㅔ 되었고 이 책을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비포 아이 고>>는 4년 만에 유방암이 재발하면서 남은 시간이 4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게 된 데이지의 2월부터 5월까지의 기록을 담아냈다. 지역사회 상담 전공 석사과정 2학기 대학원생인 데이지는 4년 전 유방암에 걸린 후 치료가 끝난 뒤부터 매해 암 치료 기념 파티를 열었다. 수의사 과정과 수의학과 박사과정을 동시에 밟고 있는 남편 잭은 3주년이 되는 올해는 1박 2행 여행을 계획했다는 말로 데이지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암치료 여행을 가기도 전에 데이지는 암 수치가 올라갔다는 조직 검사 결과를 받게 된다. 다시 수술하고 싶지 않았고 항암 치료, 방사능 치료를 하면서 또다시 인생에서 1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지만, 항암 치료가 불필요한 작은 종양이길 바라는 데이지와 바람과 달리 암은 온몸으로 전이되어 있었다. 간에도, 폐에도, 뼈에도, 심지어 뇌 뒤쪽에도 오렌지 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었고, 앞으로 4개월, 어쩌면 6개월이라는 짧은 삶만 남았을 뿐이었다. 잭은 얼마 전 3개월 뒤에 졸업하면 아기를 가질 거라는 계획을 말했던 바 있지만, 데이지는 암이 온몸에 퍼졌고 이제 곧 죽을 것이다.

 

암의 재발에 대한 분노는 곧, 그러다 자신이 죽으면 침대 밑에 양말을 벗어놓는 버릇을 가진 잭의 양말을 누가 치워주며, 누가 잭의 어깻주기 바로 아래를 긁어주고, 누가 도시락을 싸고, 누가 낡은 집을 수리하며, 누가 청바지를 찾아주고, 누가 장을 보러 가고, 누가 잭이 매번 식사로 망할 시리얼을 먹지 않도록 해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데이지는 공포에 질리게 된다. 잭에게는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데이지는 안다. 아니, 잭은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따뜻한 사람, 돌봐주고, 사랑해주고, 더러운 양말을 치워줄,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말이다. 암으로 인해 무기력해졌던 데이지는 이제 계획이 생겼다.

 

잭에게는 아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찾아줄 생각이다. (본문 137p)

 

데이지는 학교를 가지 않고 자신의 옆을 지키려는 잭을 학교로 보내고, 낮에는 여자들을 살펴보고 밤이면 저널 더미에서 좋은 배우자를 만들어주는 요소, 장기적으로 건전한 부부 관계를 규정하는 특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데이지는 자신의 친구인 케일리에게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함께 잭의 아내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던 중 케일리의 유치원 동료교사이자 케일리가 늘 험담을 늘어놓았던 패멀라를 적격자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을 추진하게 되는데 데이지는 잭과 패멀라가 이미 아는 사이임을 알게 되면서 점심시간에 쿠키를 나눠 먹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욕심이 생겨난다.

 

잭이 패멀라의 이름을 부르는 말투에,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나도 케일리만큼이나 그녀가 싫어진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싫어진다. (본문 272p)

 

데이지는 잭을 원하지만 잭을 밀어내려 애쓴다. 하지만 잭이 패멀라의 말을 돌봐주러 가는 것이 두 사이의 불씨가 자라날 기회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잭이 죽어가지 않는 사람을 사귈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패멀라가 잭을 말 농장에 초대한 이후로 가슴이 아프고, 폐가 짓눌리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렇게 잭을 밀어내려던 데이지는 어느 순간 잭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찾아가지만, 그의 연구실에는 패멀라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데이지는 패밀리를 미워하고 증오심을 갖게 된다. 뇌종양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데이지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잭을 병원에 오지 못하게 했지만, 순간 잭이 필요할 때 전화를 걸면 패멀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잭 옆에는 데이지가 아닌 패멀라가 자리하게 된 것이다.

 

잭이 행복해지면 좋겠어. 하지만……하지만……." 하지만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잭이 패멀라와 사귀도록 하겠다는, 잭이 자기 인생을 살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가 그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뿐. 아직은 잭이 나를 잊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도 행복해지고 싶은 거지." 케일리가 대신 말을 맺어준다.

"응.'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당연히 그래야지. 아직 죽지도 않았잖아, 젠장." (본문 379p)

 

4개월이라는 남은 인생에 남편 잭을 위해 아내를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느끼게 되는 데이지의 심리변화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공포가 너무도 잘 묘사된 작품이다. 잭의 옆에서 해주었던 많은 일들이 자신이 사라지면 잭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잭의 아내를 구해주려던 데이지, 하지만 데이지에게는 여전히 잭이 필요하고 여전히 잭과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것, 사랑하는 가족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충격이다. 남은 가족에게는 충격으로 끝이 아니라 그것은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것을 알기에 데이지는 잭에게 새로운 삶을 주려하고, 자신을 밀어냄으로써 고통을 줄여주려 애썼던 것일 게다. 하지만 어쩌면, 사랑하는 이를 잃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이를 떠나야하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서로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남은 시간을 평온하게 보내는 것이야말로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조금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죽음을 앞둔 사람 또한 남은 인생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산다면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면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낄 때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곳,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갈바리의원의 100일간의 기록을 담아낸 <블루베일의 시간>이란 책을 통해 배우고 느낀 바 있다. 같은 소재로 쓰여진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와 <<비포 아이 고>>는 서로 다른 과정을 보여주었지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하는 똑같은 결론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렇게 가족에 대한 사랑,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은 죽음으로도 갈라 놓을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비포 아이 고>>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가 한 번쯤 생각해봤음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남편의 아내를 찾는다는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나는 데이지를 통해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남은 시간, 서로의 소중함을 더욱 인지하고 감사함과 미안함을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이 죽음을 앞둔 자와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될 남은 가족들에게도 필요한 일임을 안다. 간혹 드라마를 보면 죽음을 앞둔 주인공을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줄여주고자 일부러 정을 떼기 위해 애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남은 시간 조차 행복할 수 없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지 못하는 것이. 이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도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준다는 것을 나는 데이지와 잭을 통해 또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한 때 내 죽음을 떠올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고 남은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나는 데이지가 되었고 그로인해 고통스러웠고 아파했다. 죽음에 대해서도,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데이지, 그녀로 인해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감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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