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연애 블루스
한상운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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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묵직한 내용의 책들을 읽어서인지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 참 반가웠다. 그런데 이건 웬걸! 로맨스 소설인 줄 알았더니 액션물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해서 실망한 것은 전혀 아니다. 시원한 액션과 영화 <화차>같은 느낌의 미스터리가 흥미로웠으니까. 달달함이 없어도 용서해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30분 전, 7년 사귄 여자 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성욱은 고시 공부를 하다가 포기하고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7년 하고도 5개월 이틀을 만난 사이임에도 인영이 그만 헤어지자고 하는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군대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듯 커피숍을 나온 성욱은 여자 친구에게 차인 날, 비까지 맞으며 처량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산 후 나오다가 누군가 옆을 지날 때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무표정한 얼굴, 미모 때문에 주위에 남자들이 몰려들지만 얼음공주니 칼날여왕이니 하는 별명으로 불릴 차가운 인상의 미녀인 20대 중반의 아가씨였다. 성욱 같은 남자는 말 한마디 붙일 용기를 못 낼 도도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성욱을 향해 살짝 웃었다. 성욱은 계속 그녀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자 자석에 이끌리듯 그녀를 따라갔고, 약속이 깨지기라도 한 듯한 그녀를 따라 영화를 보게 된다.

 

영화가 끝나고 여자가 사라지고 없자 버스 정류장 벤치에 걸터앉아 인영 생각에 빠져있던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때 검정색 벤츠가 정류장 앞에 급정거하면서 30대 초반의 검정색 뿔테 안경을 낀 남자가 내렸다. 뿔테 안경은 우악스러운 손짓으로 창백한 얼굴로 뒷걸음치고 있는 그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갈겼다. 뿔테 안경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겁을 먹고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성욱은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여자의 겁먹은 눈빛을 보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뿔테 안경에게 달려 들었다. 소심하기 그지없던 성욱이 오랫동안 꾹꾹 누르기만 해온 감정들을 마치 한꺼번에 폭발하려는 듯이. 몸싸움이 계속 이어졌지만,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벤츠의 운전석 문이 열리면서 야구 배트를 든 덩치가 내리고 있었으나 다급한 경적 소리와 함께 대형 트럭은 덩치를 들이받고 지나갔다. 무표정한 얼굴로 너 때문이라는 듯 성욱을 노려보는 뿔테 안경을 보자 남아 있던 약간의 용기마저 박살 난 성욱은 사람들을 밀치고 달아나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사건 현장에서 멀어졌다. 여자의 이름은 이수정이었으며 처음 보는 뿔테 안경이 갑자기 머리를 잡고선 얼굴을 때린 것에 대해 억울하고 분해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수정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반면 전직 경찰이자 현직 해결사인 일도는 최석원 사장의 소개로 대한민국 제일의 사채업자 흡혈귀 방성환을 만나게 된다. 그는 집안의 골칫거리인 아들 방태수가 대로변에서 길 가던 여자를 때린 탓에 구치소에 있으며, 아들과 잠깐 사귀었던 그 여자가 아들의 뒤통수를 쳤으니 여자를 찾아달라고 했다. 아들에게 위로 선물로 여자를 주고 싶다는 방성환은 그녀의 뒤를 봐주는 기둥서방으로 보이는 남자까지 잡아 오면 대금을 두 배로 지급하겠다고 한다. 도일이 그들에게 받은 여자의 정보에 의하면 이름 이수정, 나이는 스물여섯, 대학원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중이며 방태수가 운영하는 토탈뷰티케어 잇걸의 회원으로 지점을 방문했다가 방태수가 첫눈에 반했다는 것. 하지만 조사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회원 정보가 다 가짜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도일은 주변 CCTV를 통해 이수정과 그녀를 도왔던 남자를 찾기 시작했고 수정과 성욱 함께 있던 골목에서 수정이 놓고 간 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일도는 텅빈 가방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약봉지가 마약임을 알게 되고 위험한 사건임을 짐작하게 된다.

 

한편 경찰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성욱은 수정으로부터 방태수와의 관계에 대해 듣게 되고, 수정을 돕고자 한다. 사건은 두 사람을 점점 옥죄어가는 일도, 수정과 성욱을 찾는 일 외도 많은 것을 알게 된 듯한 일도를 감시하는 방정환의 개인비서 이석구, 그리고 수정이 가지고 있는 사건의 증거물로 방태수와 이석구를 협박하는 성욱,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수정으로 인해 점점 스펙타클하게 진행된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쫓아가면서 독자들은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인영을 만나면 잘나가는 친구들의 뒷담화나 늘어놓던 성욱의 모습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응원하는 독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먼가 감추고 있는 수정에 대한 진실로 모른 채 그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내던져 그녀를 돕는 모습에 어느 새 응원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너무도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모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는 자신이 그려왔던 모습 대신에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재미없게 살아가곤 한다. 인영이 성욱에게 이별을 통보했던 이유였던 '재미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성욱의 바로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헐뜯으면서도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찌질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성욱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다. 성욱의 재미없던 삶은 나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변화하고 싶지만 변화하는 것에 두려워했던 소심한 내 모습을 성욱의 모습에 반추해본다. 액션, 로맨스, 미스터리, 추리가 어우러진 스토리가 흥미로운 강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모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다른 누군가가 변화의 계기는 될 수 있지만 결국 나를 변화시키는 건 나 자신밖에 없다. 나는 변화를 간절히 원했으나 진정한 변화란 온전히 내 힘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간다면, 그건 온전히 내 결정이어야 했다. 그녀가 불러서 간다면, 다시 한 번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뿐이다. (본문 3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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