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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이 신입생의 일기 ㅣ 라임 청소년 문학 14
뤽 블랑빌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15년 5월
평점 :
라임 청소년문학 시리즈 열네 번째 이야기는 <<얼간이 신입생의 일기>>입니다. 안경을 쓴 모범생 포스의 소년을 담은 표지와 책 제목만으로 왕따,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일거라 지레 짐작을 했습니다. 신입생이 되자마자 얼간이 되어버린 한 슬픈 학생이라고나 할까? 요즘 왕따, 학교 폭력에 따른 사회가 문제가 많은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조금은 식상한 소재라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와 부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에 깜짝 놀랐습니다. 성적이 우선시되는 교육현실, 아이의 행복보다는 좋은 성적이 먼저인 부모에게 경각심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주인공 닐스는 중학교 입학을 하루 앞두고 앞으로 구제 불능 얼간이 무리의 일원이 될 거라는 선언을 합니다. 사실 닐스는 그동안 정반대의 삶을 살았어요. 성적은 늘 평균 99점. 100점을 받았다간 진짜 밉상으로 찍할 까봐 99점으로 나름대로 타협을 한 점수였지요. 논술 관련 수행 평가를 할 때도 주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숨도 안 쉬고 다다다 글을 써 내려갔고, 자신의 나이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제법 전문적인 지식을 빼곡히 담은 두꺼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 닐스가 제일 들어가기 힘든데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명문 중학교 입학을 앞둔 이 마당에 왜 누나 엘로이즈와 동급으로 떨어지려고 하는 걸까요?
닐스에게는 텔레비전을 볼 권리도 없고, 게임도 단 한 개조차 갖고 있지 않으며, 일요일마다 가족과 함께 강제(!)로 나들이를 빙자한 야외 학습을 가야했습니다. 부모님은 닐스가 친구들보다 월등히 뛰어나기를 지독하게 바랐기에 닐스는 꼼짝없이 포위당한 신세였던 것이지요. 태어나서부터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야했던 닐스는 어렸을 때 뛰어놀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도 울음을 터뜨리는 대신에 '고통'이라는 단어의 동의어 세 개를 읊어야 했으니 닐스의 이런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 반항을 하려고 합니다. 사기 행각을 눈치채지 않기 위해 중학교에 적응을 못 하는 아이처럼 굴 작정이었지요. 새로운 학교에서의 일주일은 굉장히 흥미진진했고 얘깃거리도 많았습니다. 닐스는 배치 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전교 20등까지 모아서 별도로 구성된 영재 학급에 다니게 되었고, 입학한 지 일주일동안 실시한 네 번의 쪽지 시험을 망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다리를 절름거리는 모나라는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되었고, 어쩌다 이런 애가 같이 반디 되었는지 모를 진짜 얼간이 바질과 친구가 됩니다. 물론 이 학교에 끝내주게 적응을 잘하고 있어서 눈에 띄는 가증스러운 천재 소년인 앙주라는 녀석도 있지만 말이죠.
나쁜 점수를 몇 번 받아 왔더니 집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난리가 났고, 누나의 손바닥이 따귀를 갈기는 대신 따뜻하게 몸에 와 닿는 난생처음 겪는 일도 생겼습니다. 닐스, 모나, 바질은 함께 어울렸고, 닐스는 모나가 있어서 음침한 중학교 생활이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아 좋았지요. 물론 모나가 시험 점수를 확인할 때마다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어 자신의 작전을 실토해볼까 생각했지만, 거짓말은 용서가 안된다는 말에 진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은 닐스는 청소년 심리 상담소에 데리고 갔고, 닐스는 선생님도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공부도 중요하지만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며 닐스가 놀면서 긴장도 풀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주면서 닐스는 자유를 얻습니다.
모나는 닐스를 진심으로 측은해하여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닐스에게 수학을 가르쳤고, 작가가 되기 위해 만들어낸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닐스는 모나에게 사랑에 빠져 버렸고, 누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하게 되지요. 닐스는 앙주가 시험을 볼 때마다 정말 오래된 인형에 의지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장난을 치게 되면서 적을 만들게 됩니다. 문제는 매년 열리는 전교생 대상의 수학 경시 대회가 머지 않았다는 파스드라파스 선생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앙주가 모나에게 밈살스러운 미소를 날린 것이 화근이 되었지요. 닐스는 바질에게 모나의 소설 이야기를 떠벌리게 된 탓에 화를 냈고, 자신을 원망하는 모나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수학 시험지에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었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닐스는 바질을 이용해 답안지를 바꿔치기하는 계략을 꾸미다가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고, 설상가상 누나의 남자 친구를 암시하는 말을 부모님 앞에서 하게 된 사건으로 누나로부터 일기장을 도둑맞지요. 그 일기장은 모나가 아닌 앙주에게 들어가게 됩니다. 자신의 거짓말이 모나에게 탄로 날까 두려운 닐스는 앙주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하지만 닐스의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지요.
"얘야, 인생을 그냥 흘려보내선 안 돼. 넌 수학이나 공부 면에서는 어려움을 전혀 모를 거다. 하지만 나머지는 네가 많이 배워야 해. 내 말을 믿으렴. 아무리 신명나게 살아도, 나중에 돌아보면 늘 후회가 남는 게 인생이야. 그러니 당장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본문 130p)
<<얼간이 신입생의 일기>>는 친한 친구도 한 명 없던 공부 기계였던 닐스가 인간답게 살기를 선포하고 열등생으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얼간이가 되어 학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생겨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장애를 가진 모나, 진짜 얼간이인 바질과 친구가 되면서 그들의 입장을 알게 되고, 배려를 배우게 되지요. 열등생이었던 누나의 입장도 헤아질 줄 알게 됩니다. 닐스는 정말 얼간이었습니다. 공부 외에는 사랑, 배려 등은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얼간이 말이죠. 지금 우리 어른들의 눈으로는 바질이야말로 진짜 얼간이라 판단하겠지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 친구, 아이의 꿈, 정체성보다는 아이의 성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읽은 책에서 그러더군요. 자녀에 대한 욕심은 애착이기보다 욕망이며, 자식을 위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자식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욕망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이죠. 부모의 욕망으로 인해 아이들은 공부 기계가 되어 가고 올바른 삶의 태도도 모른 채 얼간이로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닐스의 에피소드를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부모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더 이상 얼간이가 아닌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닐스를 통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짧지만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얼간이 신입생의 일기'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