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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의 썸 싱 some sing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2
전경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3월
평점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를 좋아하는 탓에 52번째 이야기 <<하하의 썸싱>>도 찾아읽어 보게 되었다. 유쾌한 연예인 이름과 같아서 일까? 유쾌함을 기대하면 책을 펼쳤는데 기대와는 조금 먼 이야기였다. 이번 작품은 뭐라고 해야할까?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을만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고 해야할까? 우리는 흔히 한 명의 애인이 있고, 또 다른 애인이 있을 때 양다리라며 그 사람의 그릇된 도덕적 행동에 대해 비난하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렇게 사랑이란 한 사람하고만 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인 가치(소설가 이상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헌데 <<하하의 썸 싱>>의 전경남 작가는 묻는다. 왜 꼭 한 명만 사귀어야 하냐고 말이다. 이게 무슨 슨 소리인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중학교 졸업하는 날 예쁘게 포장한 콘돔 다발을 선물할 정도로 오픈마인드인 엄마와 사는 하하는 가나예술고 실용음악과 입학시험에서 자신을 향해 웃는 여선배를 보게 된다. 가나예술고에 합격한 하하는 T밴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예선에 통과하면서 인기를 끈 '산소마이크'에 가입하고 수업이 끝나면 거의 매일 밴드방으로 가곤 했는데, 벚꽃이 한창 피던 어느 봄날 합주실에서 혁수 선배의 보컬 반주를 해준 후 정리하고 가려던 중 시험 보던 날 자신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던 그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산소마이크 9기 김여진으로 11기인 하하보다 선배다. 하하는 기타를 치며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르던 그녀의 모습에 굴복하게 되고, 순간 그녀는 '나의 그녀'가 되어버린다.
하하는 여진과 가까워지는 법에 관해 연구를 하던 중, 여진이 정건 선배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친구 이현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것은 여진 선배가 양다리를 넘어서 여덞 명까지 가능하다는 전설의 문어 다리라는 것. 충격에 하하는 합주일임에도 불구하고 밴드방을 가지 않은 채 그녀에게 마음을 접기로 홀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다음날 합주 연습할 때 하하의 동기 기수가 아무도 안 왔다는 이유로 기합을 받던 하하는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가 된 선배들에게 차갑고 단호하게 그만두라고 말하는 여진 선배를 본 후 그녀가 절대 미인이며, 적어도 이사장 집 딸만큼 존재감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하는 용기를 내어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고 두 사람을 사귀게 된다. 하지만 여진은 공식커플 선언하기를 거부하는데, 설상가상 여진을 보기 위해 그녀가 알바하는 곳으로 간 하하는 그녀가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제 그 남자 누구야!"
"남친이야!"
"뭐? 그럼 난 뭐야!"
"너도 남친이야!"
"진짜구나! 문어 다리라더니!"
"지난번에 남친 많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잖아. 넌 그래도 나에게 고백했고."
"그, 그거야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지. 농담처럼! 좋아, 그럼 하나만 묻자. 남친이 왜 그렇게 많은 건데?"
"친구는 여럿 사귀면서, 남친은 왜 꼭 한 명만 사귀어야 해?"
"허 참, 몰라서 물어? 사랑하고 우정은 다른 거니까!"
"다를 게 뭐가 있어. 여자 친구랑은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 사귀어보면서 알아가잖아. 근데 왜 남자 친구는 먼저 선택하고 나중에 사귀어야 하는 거지? 얘도 만나보고 쟤도 만나보면서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게 나쁜 건가?" (본문 157,158p)
하하는 대놓고 뻔뻔하게 너도 남친이고 쟤도 남친이라고, 너도 사랑하고 쟤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진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를 잊으려고 한다. 그러던 중 여진 선배가 정건선배와 공커 같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공커 하자고 했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싫다고 했던 그녀에게 화가 솟구쳤다. 하지만 그녀와의 짧은 마주침은 단단했던 하하의 마음을 녹여버렸고 결국 그녀에게 달려가고 만다.
답은 없다. 문제도 없으니까.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 말만은 믿는다.
비록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처럼 비록 내일 그녀와 헤어진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그녀를 위한 노래를 지을 것이다. (본문 235p)
하하는 여진 선배를 통해 그리고 중학교 졸업식에 콘돔 다발을 선물로 주는 미혼모 엄마의 연애들 통해 사랑에 대해 배워나간다. 저자는 제도나 도덕, 관습이라는 잣대로만 사랑, 결혼, 성을 재단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빛깔의 사랑과 다양한 모양의 삶이 있음을 저자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 시기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시기이다. 저자의 말처럼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자신에게 맞는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일수도 있다면, 그 과정을 꼭 한 사람으로 한정해야만 하는 것인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 보다 폭넓게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확장해야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사랑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는 않을까? 절대적인 가치만을 알고 알고 살아온 나 역시도 저자가 풀어놓은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고 말았다. 여진과 하하의 엄마를 통해 우리는 사랑의 모습이 꼭 일괄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한 번 생각해봐도 좋을 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는 큰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놓은 <<하하의 썸 싱>>은 지금까지의 알고 있던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이다. 획기적이지만 한 번 생각해볼 가치는 있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이미지출처: '하하의 썸 싱' 표지에서 발췌)